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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택시드라이버(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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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택시드라이버(1976)
  • 의약뉴스
  • 승인 2012.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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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스스로는 마음이 백옥같다고 표현하는 아주 편협한 택시운전사가 있다. 뉴욕의 밤거리는 영롱하다. 취객과 사랑하는 남녀들이 넘쳐나고 네온사인은 화려하다.

운전사는 이 모든 것이 싫다. 아니 싫은 정도가 아니다. 인간쓰레기로 쓸어버려야 할 대상이다. 부족한 인간의 잘못된 신념이 가져올 파멸은 끔찍하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드라이버는 정상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의 주변인이라고 할 수 있는 트레비시( 로버트 드니로 분- 그는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를 통해 어긋난 확신이 어떻게 극단으로 치닫는지를 잘 보여준다.

월남전 참전용사로 해병대 근무 경험이 있는 트레비시는 "12시간 일을 해도 졸리지 않는" 불면증을 이유로 택시운전사가 된다.

그는 야간운전을 하면서 매춘부 마약중독자 술주정뱅이 게이들이 활보하는 ‘비열한 거리’에 금방 실증을 느낀다.

"쓰레기 같은 뉴욕에서 흰옷을 입고 천사처럼 나타난" 금발의 미녀 선거운동원인 베치(시빌 세퍼드 분)를 꼬셔 보기도 하지만 실패하고 어린 창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 분)를 돕겠다고 나서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포르노 영화를 보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별 볼일 없는 트레비시는 일기를 쓰면서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그리고 어느 날 흑인과 놀아나는 아내의 불륜에 괴로워하는 승객(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직접 출연했다.)을 보면서 이제는 밤에 내리는 쓰레기를 처리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 연쇄 살인 후 경찰이 닥치자 '죽여라' 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그는 총신이 길어 차도 한방에 날리는 매그넘, 이 총에 비하면 다른 총은 장난감에 불과한 38구경, 탄창에 6발 약실에 1발이 들어가는 콜트 25구경, 8개의 탄환을 삽입할 수 있는 월서 38 등 네 정의 권총을 구입하고 탄두의 끝부분에 열십자를 내면서 살인을 위한 리허설을 벌인다.

촛불을 이용해 가죽구두의 불광을 내는 장면( 군대 있을 때 나도 많이 해봤다.)은 그가 전직 군인 이었다는 것을 말이 아닌 경험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리스의 포주 스포트(하비 카이틀 분)와 또 다른 인간 쓰레기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결말은 조금 웃기다. 총기 면허도 없는 살인자에게(그는 연쇄 살인 이전에 슈퍼에 들어온 어린 흑인 남성을 뒤에서 잔혹하게 살해한다.) 언론은 영웅 대접을 하고 그런 트레비시에게 아이리스의 부모는 감사 편지를 쓴다.

베치는 부상을 치료하고 돌아와 다시 택시운전사가 된 트레비시의 택시를 기다린다.

그녀는 '스웨덴 부부의 성 이야기' 등의 영화를  보는 것은 물론 싸구려 모텔이라도 그가 가자고만 하면 군말없이 따라갈 의향이 있을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한 때 베치는 트레비시를 혐오해 그가 보낸 꽃다발을 돌려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애써 외면한다.

백미러 사이로 보이는 비오는 맨하튼의 밤거리는 여전히 휘황찬란하다. 변한게 없다.

보이는 것이 아는 것의 전부인 트레비시의 눈에 비친 창밖은 어쩌면 "냄새가 너무 심해 화장실 물을 내리듯" 쓸어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니고 평범한 인간 군상들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작은 악 정도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역시 편협한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면 흑인을 비하하고 만나주지 않는 여자의 사무실로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불법으로 권총을 사고 여자에게 집적대고 정치인을 암살하려고 하는 쓸어버려야 할 쓰레기의 대상인지도 모른다.

쓰레기가 다른 쓰레기를 와이퍼로 닦아내듯 없에 버리겠다고 설치는 광경은 신파극 같기도 하고 처연하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영웅시되는 결말 장면은 웃긴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진짜 영웅이 된 것은 아니다.)

비열한 거리(1973) 분노의 주먹(1980) 등 걸작을 남긴 감독의 심술인지, 아니면 한 정신병자가 살인을 통해 영혼의 구원을 얻은 것인지 관객들은 아리송하다.

월남 전 이후 1973년의 미국 사회가 겪는 혼란한 상황에 대해 영화가 갖는 조금은 계몽적 성격에 조급증이 있지 않았나 하는 또다른 생각 역시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최고 중의 최고, 위대한 영화의 맨 꼭대기에 오를 수 없는 이유는 결코 될 수 가 없다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국가: 미국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로버트 드니로, 조디 포스터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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