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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의 '완전한 승리'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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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의 '완전한 승리' 그 후
  • 의약뉴스
  • 승인 201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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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을 상대로 한 싸움 여전히 버거워... 연구개발로 정면승부 나가야

세월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제조업체가 관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것은 여전히 무모한 도전 처럼 보인다.

지난해 8월 일괄 약가인하안이 발표된 이후 제약업체들의 분노는 가히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그해 11월 제약 100년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대로라면 관은 제약사의 요구를 전부는 아니더라도 단계별 인하 등 어느 정도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까지 몰렸다.

제약협회는 수시로 회의를 열고 200여개가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는 등의 반발 기류를 전하면서 복지부를 압박했다. 예정대로 인하가 확정되면 국내 제약사는 거의 모두 고사하게 되고 외자 제약사만 배불리는 꼴이 된다고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복지부는 요지부동이었고 제약사의 아킬레스 건인 리베이트 문제를 계속 부각 시켰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불법행위에 업계는 움츠러 들었고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런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 약가인하의 시기는 다가왔고 급기야 복지부는 건보공단, 심평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광화문에서 약가인하 거리 홍보전을 펼치는 등 기세를 올렸다.

이에 맞서 제약사들은 인하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규모 소송전을 벌이겠다고 총공세에 나섰다. 비록 상위사가 아닌 일성신약 등 하위 4사가 참여했지만 법에 호소하겠다는 의지는 일단 실현됐다.

하지만 피해액이 수 백억원에 달한다는 상위 제약사들은 단 한군데도 소송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주 금요일 그러니까 16일이 소송을 위한 마지노선 이라고 했지만 역시 법원 근처에 서류를 든 제약사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두고 보자던 함성은 간데 없고 깃발 조차 사그러 들었다. 이제 더는 누구도 소송이니 다 죽는다는 엄살은 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소송으로 인한 피해액 산출이 잘못됐다는 판단 변화가 온 것일까.

피해액은 변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마이너스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새롭게 붙었기 때문일까.

약가인하 정도로 쉽게 무너질 허약 체질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 했기 때문일까. 이도 아니라면 약점을 손에쥔 복지부의 소송 포기 압력이 상상외로 강했기 때문일까.

이로써 약가인하 사건은 복지부의 '완전한 승리'로 사실상 끝이 났다. 승리를 자축하듯 복지부는 19일자 조간신문에 4월 1일 약가인하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관을 상대로 해온 공언이 허언이었다는 것과 관은 정말 세다는 것을 재확인 했다. 성과가 있었던 만큼 전화위복을 기대해 보면 어떻까.

예를 들어 제약업의 나아갈 길이 제네릭 위주의 리베이트 영업이 아니라 R&D를 통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깨닫음을 실천에 옮기는 것.

길고 지루한 싸움이라고 할 것도 없는 해프닝은 마무리 됐다. 이제 소송에 대한 미련 보다는 외자사와 정면으로 한 번 붙어 보자는 각오와 결기를 다지는 일만 남았다. 국내 제약사들의 분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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