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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해변의 여인(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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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해변의 여인(1996)
  • 의약뉴스
  • 승인 201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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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이야기(1953)의 일본인 오즈야스지로 감독이나 붉은수수밭 (1998)의 중국인 장예모 감독과 같은 거장의 반열에 오를 만한 한국 감독으로 해변의 여인(2006)을 만든 홍상수 감독을 꼽는다면?

뭐 어려울 것도 없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홍상수 감독은 데뷰 작품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1996) 강원도의 힘(1998)을 통해 위대한 감독에 한 발 들여 놓았으며 해변의 여인으로 그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중래( 김승우 분)는 후배 창욱( 김태우 분)과 함께 해안사구로 유명한 충남 신두리 해변으로 여행을 떠난다. 시나리오 작업이 잘 안된다는 핑계였다.

창욱은 애인이라고 부르는 문숙( 고현정 분)과 동행한다. 삼각관계의 형성이다. 중래와 문숙은 첫눈에 반한다. 순진한 척 하는 중래는 노련한 솜씨로 작업을 하고 문숙은 그런 중래의 수작에 박자를 척척 맞추면서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 진다.

   
▲ 홍상수 영화에는 술병이 자주 나온다.

감독님 대신 중래씨라는 호칭의 변화가 오고 해변에서 보기에 아름다운 키스를 한 두사람은 마침내 창욱을 따돌리고 정사에 성공한다.

“정말 갖고 싶다”고 말하는 중래의 조급함과 “그럼 해, 몸 보시도 하는데”라고 받아치는 문숙의 진지함 앞에서 관객은 숨죽인다. 너무 평범하고 일상적이서 새로울 것이 없는 남녀의 대화에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은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바꿔 놓는 감독의 센스 때문이다.

김승우와 고현정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최고 배우로 상품성이 높았다.

그런 배우들이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덜컥 출연을 결정했다. 특히 자존심 강한 고현정은 첫 스크린 복귀작으로 해변의 여인을 택했으니 홍상수 감독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다.

영화잡지 씨네 21은 그 해에 나온 최고의 영화로 해변의 여인을 1위로 선정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의 왕의남자(1995) 기록을 1년만에 1300만으로 갈아치운 봉준호 감독의 괴물 대신 해변의 여인을 뽑은 것은 그만큼 영화적 완성도를 높게 평가한 때문이었다.

문숙과 정사 후에 서울로 갔다 다시 신두리로 내려온 중래는 인터뷰를 핑계로 만난 선희( 송선미 분)와 잠자리를 하고 문숙은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방문을 열고 나갔는지 예민하게 반응한다.

나를 넘고 갔는지의 여부를 울고 짜면서 집요하게 묻는 장면은 독일 남성 1-2명을 사귈 만큼 개방적인 평소 문숙의 태도에 비춰 볼 때 여자는 역시 질투의 화신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 없어도 좋을 대화라는 생각이 간혹 든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문숙이 쿨하게 대했다면 어땠을까.

해변의 여인은 파도가 없는 잔잔한 봄날의 해변과 같은 영화다. 관객을 불편하게도 하지 않고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으며 그냥 편하게 내버려 둔다.

허리우드 액션처럼 보고 나서 후련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3년 후쯤 다시 한 번 봤으면 하는 미련을 남기는 것은 삶과 인생 그리고 남녀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A급 제작비를 들이고도 C급 영화를 만들고 질보다는 마케팅력으로 한 몫 보려는 풍토에서 해변의 여인과 같은 영화는 왜소해 보인다.

하지만 어떤 영화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을 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뉴욕에서 개봉돼 지금까지 나온 홍상수 영화중 제일 낫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사족:나훈아의 해변의 여인을 흥얼 거리면서 문숙을 생각하면 느낌이 새롭다.)

국가: 한국

감독: 홍상수

출연: 김승우 고현정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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