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 도청장치를 단다. 누군가는, 모른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의 대화를 엿듣고 매일매일 시간대 별로 보고서를 쓴다.
현재는 이런 일이 없으리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과거에는 ‘어린 꼬마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흔히 있는 일이었다.
민주 국가에서도 일어났으니 독재국가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엿보고 몰래듣고 그런 결과물로 협박하고 회유하는 일은 국가유지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플로리안 헨켈 폰 돈너스마르크 감독은 대뷔작 타인의 삶에서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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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성분자 비즐러는 도청을 하면서 드라이만의 삶을 이해하고 그를 보호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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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분단된 독일이 통일되기 5년 전인 1984년 동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국가보위부에서 근무하는 비즐러 경감( 울리쉬 뮤에 분)은 유명한 극작가인 드라이만 (세바스티안 코흐 분)을 도청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드라이만은 호네커 서기장 부인과도 친분이 있을 만큼 문화 예술계에 능력이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문화계 장관 햄프(토마스 티에메)가 그의 여자 친구인 크리스타( 마르티나 게펙 분)에 흑심을 품자 도청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장관은 여자를 차안에서 겁탈하고 따로 만나기를 강요한다.
한편 도청이 거듭되는 와중에 비즐러는 드라이만과 친구들의 반국가적 행위를 명확히 파악하지만 양심의 호소에 바주기로 작정한다.
드라이만은 문제인물로 낙인찍혀 7년간 예술 활동이 금지된 동료의 자살을 계기로 동독 자살에 관한 진실을 서독의 슈피겔지에 몰래 발표한다.
당국은 발칵 뒤집혔고 장관은 기고자 찾기에 혈안이 된다.
비즐러의 동료이면서 상관인 그루비츠 (울리히 터커 분)는 드라이만을 의심하지만 물증이 없다.
장관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크리스타를 파멸로 이끌기 위해 그녀가 금지된 약물 중독자 임을 그루비츠에게 알려 주면서 이를 미끼로 여자를 협박해 드라이만이 기고자 인것을 증명하려 한다.
크리스타는 배우 생활이 끝난다는 위협에 밀려 드라이만을 배신하고 타자기 숨긴 곳을 알려 준다. 하지만 비즐러는 비밀경찰에 앞서 타자기를 치운다. 여자는 죄책감에 밖으로 뛰어가다 차에 치어 숨진다.
이 영화는 여전히 분단인 채로 남아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통일이 된다면 별 의미도 없을 이념 때문에 개인이 철저히 파괴되고 권력자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삶을 마구 억압하는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통독의 독일에서 연출활동을 시작한 드라이만은 장관을 다시 만나고 그에게서 자신이 '강력한 도청 대상자' 였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을 감시했지만 보호해준 비즐러의 존재를 깨닫고 그에게 바치는 책을 쓰고 우편배달부로 전락한 비즐너는 드라이만의 헌사를 읽으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포장은 필요 없어요, 이것은 나를 위한 책이니까요.” 라는 엔딩 멘트가 길고 긴 여운을 남긴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타인의 삶을 장악했지만 끝내는 타인의 삶을 온전히 타인에게 돌려준 비즐러의 용기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그의 용기가 가상해서다. 평자들은 이 영화를 독일 영화가 낳은 가장 중요한 작품의 하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국가: 독일
감독: 헨켈 폰 돈너스 마르크
출연: 울리쉬 뮤에, 세바스티엔 코흐, 울리히 터커, 마르티나 게펙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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