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16:37 (금)
2- 자전거도둑(1948)
상태바
2- 자전거도둑(1948)
  • 의약뉴스
  • 승인 2012.01.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영화의 보석 같은 존재인 이준익 감독은 왕의남자(2005)로 1000만 관객의 대기록을 세웠다.

열광이 얼마나 엄청났던지 ‘왕남폐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화관에서만 10번이상 봤다는 관객이 넘쳐났다.

좋은 영화는 누가 말려도 이렇게 보기 마련이다.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자전거도둑(1948)도 또 다른 왕남폐인을 많이 양산했다.

34살의 나이에 요절한 작가 김소진 역시 자전거도둑의 왕팬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동명의 단편소설 자전거도둑을 쓰고 소설안에서 그의 자전거를 훔친 자전거도둑인 멋진 에어로빅 강사와 "한 두 번 본것도 아닌" 자전거도둑을 같이 보는 장면을 써놓고 있다.( 이 소설 역시 자전거도둑 만큼이나 아리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패전국 이탈리아 로마가 배경이다. 전쟁에서 졌으니 살기가 여간 팍팍하지 않다.

실직자 안토리오리치(람베르토 마지오라니 분)는 어렵게 영화 포스터를 붙이는 직업을 얻는다. 그런데 조건은 자전거가 있어야 한다.

   
 

아내는 결혼할 때 가져온 흰 침대보를 팔고 아빠는 전당포에 맡긴 자전거를 찾아 온다. 칙칙하던 분위기는 가장의 취업으로 활기를 띠고 아들 브루노(엔조 스타이 올라 분)는 신이 나서 출근 첫날 아빠를 따라 나선다.

희망은 여기 까지다.

삶의 전부인 자전거를 잃어 버린 아버지와 아들은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 로마거리를 하염없이 헤맨다. 하늘은 흐리고 비까지 온다. 비에 젖은 거리는 지저분하고 매춘과 빈부격차는 적나라하다. 한 때의 사람들은 축구경기에 열광한다.

카메라는 경기장 앞에 줄지어 늘어선 자전거를 클로즈업하고 자전거를 보는 아빠의 눈은 심하게 흔들린다. 아들 브루노 역시 아빠가 어떤 결심을 했는지 아는 눈치다.

오죽했으면, 얼마나 구석에 몰렸으면 아들을 전차로 먼저 보내고 아빠가 자전거를 훔쳤을까 하는 동정은 이 영화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전후 이탈리아의 피폐한 상황을 보여 주기만 하는 것이다. 스튜디오 촬영이 없고 모두 거리에서 찍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레오 리얼리즘( 신자유의 주의, 사회성 짙은 고발주의 )의 대표적 영화로 부르고 영화비평의 선구자 앙드레 바쟁은 순수영화의 첫 작품이라 높이 평했다.

혹자는 공산주의 영화라고 하기도 한다.

자식 앞에서 당장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그 아버지를 보는 아들 역시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자전거를 찾다가 아들 따귀를 때리기도 했던 못난 아버지는 아들 때문에 경찰서 신세를 면하지만 그의 꿈과 아들의 꿈은 사라진지 오래다.

자전거를 찾다가 자전거도둑이 되는 비극.

아들은 아버지의 손을 잡는다.

이해한다는 의미일까,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는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을까. 그도 아니라면 다시 시작해보자는 희망의 메시지 였을까. 영화는 군중속으로 처량하게 사라지는 이들 부자의 뒷모습을 비춰준다.

그리고 끝이다. 이 장면에서 김소진의 자전거도둑에 나오는 신문기자 주인공처럼 그 주인공이 좋아했던 발렌타인 17년산의 병 주둥이를 움켜잡고 한 모금 깊숙히 빨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와 아들로 나온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다. 그런데 이들은 이 영화에 출연하기 전에는 어떤 영화도 찍어보지 않은 평범한 사람 즉 공장 노동자 였으며 거리의 부랑아였다고 한다.)

국가: 이탈리아

감독: 비토리오 데시카

출연: 람베르코 마지오, 엔조 스타이올라

평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