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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와호장룡(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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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와호장룡(2000)
  • 의약뉴스
  • 승인 2012.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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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온 무협 영화중 단연 최고는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원제: 臥虎藏龍 )이다.

120분 동안 쉴새 없이 긴장을 유지하면서 터져나오는 액션과 판타지, 로맨스는 보는 중간보다도 보고 나서 더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주윤발 장쯔이 양자경의 연기가 더해졌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지붕을 타고 쫒고 쫒기는 추격전은 물론 광활한 티베트 사막에서의 말 달리기, 기와집 안마당과 2층 식당의 피튀기는 결투 그리고 누구도 이의를 달기 어려운 가장 황홀한 장면인 대나무 숲에서의 칼싸움 등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줬다.

지구의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땅을 달리듯 물위를 날고 직벽을 고양이 처럼 가볍게 차고 올라가서 수중발레를 하듯 공중전을 벌이는,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순전히 감독의 수완이다.

와호장룡 이후, 제대로 된 무협영화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 영화를 능가하기가 여간해서는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중국 청조말 혼란스런 무림의 세계가 주요 배경이다. 화면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이목백( 주윤발 분)과 수련( 양자경 분)은 척 봐도 연인관계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은 눈치빠른 관객이라면 쉽게 알 아 챌 수 있다.

이목백은 잃어버린 청룡검을 찾는 과정에서 스승을 죽인 파란여우를 죽이고, 그 과정에서 독침을 맞아 최후의 운명을 맞는다. 수련과의 사랑은 죽음이후에나 가능했던 것이다. 주인공이 죽었으니 영화도 자연스럽게 결말 부분에 다다른다.

   

하지만 영화의 큰 줄거리는 두 사람의 사랑 보다는 소룡( 장쯔이 분)의 이유를 알 수 없는(혹은 페미니즘) 이글거리는 적개심과 자유분망함, 마적단 두목 호와의 관계 등에 더 많은 무게중심이 쏠린다.

전설적인 청룡검을 훔친 소룡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결혼을 거부하고 강호로 떠난다. 이런 소룡을 이용하려는 한 때 스승이었던 파란여우와의 갈등, 그 갈등은 스승을 능가하는 무공을 이미 갖춘 소룡의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소룡이 이목백의 후계자 제의를 거부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소룡은 일인천하의 무공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피할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위해 대나무 밭으로 훌훌 날아간다. 대나무를 잡고 오르내리는 장면은 가히 신기에 가까워 스타워즈의 비행물체처럼 자유자재지만 부드러움에 있어서는 한 수 위다.

그렇다. 이 영화의 핵심은 부드러움이다. 지난해 타개한 민주주의자 김근태 영결식에서 1970-80년대 정윤희, 유지인과 함께 한국의 대표 여배우 였던 장미희는 김근태를 와호장룡과 자연스럽게 연결 시켰다.

칠성판 전기고문에도 버텨낸 강철같은 자유투사였던 김근태는 실제 정치에서는 대나무 처럼 결코 꺾이지 않는 부드러움을 보여줬던 것이다. 이 부드러움은 별똥별이 무수히 떨어지는 티베트 사막에서 호가 사랑을 맹세하면서 소룡에게 들려줬던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시같은 말과도 이어진다.

화려한 대자연의 영상과 숨막히는 결전은 어디가고 어느새 화면은 검은 바탕에 흰 줄의 자막으로 바뀐다. 심장처럼 울리던 음악이 멈춰 서야 비로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영화,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와호장룡.

2012년 새해, 60년 만에 찾아온 흑룡의 해에 호랑이가 누워있고 용이 숨어 있다는 은거한 고수를 일컫는 와호장룡을 ‘내 생애 최고의 영화’ 첫 번째로 소개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 사진출처: 표지 자켓. 동영상 캡춰)

국가: 미국 홍콩 중국 대만

감독: 이안

출연: 주윤발 양자경 장쯔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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