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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자정선언, 어느 장단에 춤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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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자정선언, 어느 장단에 춤출까
  • 의약뉴스
  • 승인 2011.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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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은 자연정화(自然淨化)의 줄임말이다.

사전을 보니 오염된 땅이나 물 따위가 물리학적, 화학적, 생물학적인 자연적 작용으로 인해 저절로 깨끗해지는 것을 말하거나 어떤 집단이나 사회의 잘못된 것을 스스로 바로잡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나와있다.

타의가 아니라 스스로 한다는 점에서 자정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최근 병원협회, 약사회, 치과의사회 등 보건의약 13개 단체는 한 자리에 모여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로 부터 리베이트를 받지 않겠다는 자정선언을 했다.

사실 이같은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의약단체는 자정선언을 간혹 한다. 여론이 크게 악화됐을 때 주로 이 방법을 사용하는데 나름대로 민심 달래기에 효과를 보고있다.

이번 선언도 리베이트가 극에 달한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아마도 이반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수사'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전의총은 성명서 까지 내면서 슬픈 코미디라고 자정선언을 격하했다. 이유는 구조적,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선언만 한다고 해서 없어지겠느냐는 것이다.

높은 복제약가와 복제약의 낮은 경쟁력과 원가이하의 의료수가 때문에 리베이트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의총과 앙숙관계인 의협은 아예 선언식에 참여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리베이트라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일어나는 한 형태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덕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도덕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후진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제약사들은 혼란스럽다. 돈을 받는 쪽에 있는 의사들의 이익단체에서 이런 시각을 공개적으로 표한 이상 리베이트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노골적으로 달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언에 참여했던 성상철 병원협회장이 "사용자와 공급자가 더이상 불합리한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라는 표현이 찬바람 만큼이나 공허하게 들린다.

한쪽에서는 주지도 받지도 말자고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주고 받는 것은 시장경제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솔로몬의 지혜가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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