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3 19:44 (화)
국내 제약산업 공멸, 약가인하 더는 안된다
상태바
국내 제약산업 공멸, 약가인하 더는 안된다
  • 의약뉴스
  • 승인 2011.07.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직도 제조업체는 약자인가?

이런 우문은 말그대로 우문이다. 답은 그렇다고 이미 나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사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과거처럼 밀가루약을 만들어 파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답답한 것이 어디 한두가지 이겠느냐마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은 가슴을 더욱 옥죄어 온다.

한마디로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이런 분위기를 눈치챈듯 제약사들의 이익단체인 제약협회는  참다 못해 정부를 상대로 호소문 같은 성명서를 발표한다. 내용인 즉 이렇다.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장황하지만 여기 전문을 한번 옮겨 보자.

제목 : 추가 약가인하는 건강보험과 제약산업을 공멸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추진된 기등재목록정비사업과 시장형실거래가제도로 인하여 이미 최소 1조원~최대 2조원의 약가인하 충격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3조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새로운 약가인하 정책을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12.3조원의 보험의약품 시장을 20% 이상 강제 축소시키는 무지막지한 정책을 계획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출액 대비 54.12%의 원가구조를 기반으로 10.26%의 영업이익과 5.56%의 순이익을 거두어 4.87%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는 제약업종 경영지표(한국은행기업경영분석, 2010년)를 감안하면, 추가 약가인하 조치가 제약산업의 존립기반을 붕괴시킬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약가인하 조치로 이미 제약산업의 순이익률은 2008년 7.31%에서 2010년 5.56%로 떨어졌고, 원료가 상승으로 매출원가 비율은 2008년 51.59%에서 2010년 54.12%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판매관리비 계정을 아무리 축소해도 추가 약가인하 방안을 감내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경영지표상의 진실을 정부가 무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는 1977년 정부가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이래 보험의약품 공급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 왔습니다. 자본자유화, 물질특허제 도입 등 시장개방의 충격을 제조업종의 최일선에서 받았지만, 원료합성을 통한 의약품 국산화, 제제기술 개발과 시설투자를 통한 품질 제고, 신약개발 도전 등을 통해 오히려 제약산업의 기반을 공고히 다지는 기회로 삼아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미 FTA, 한․EU FTA라는 완전한 시장개방을 앞두고 제약선진국과의 무한경쟁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의 추가 약가인하 조치는 경쟁의 장에 나서는 자국 선수의 팔다리를 묶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국민건강보험이 재정 적자 위기에 처한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재발되지 않게 하려면, 거대한 관리기구를 거느리고도 ‘선제적 대응’에 실패해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재정 적자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이에 앞서 당장의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한 각 주체들의 고통분담도 필요할 것이며 우리는 이에 적극 동참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의 재정 적자를 모면하기 위해 제약산업의 미래를 저당 잡는 무모하고 떳떳치 못한 정부 정책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험약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정부의 이율배반적 주장 또한 수용할 수 없습니다. 제약기업 연구개발비의 원천인 약가를 인하하면서 신약개발을 독려하고 산업육성책을 마려한다는 것은 모순된 정책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산업의 주체인 제약기업의 R&D활동을 위축시키고는 어떠한 산업육성정책도 무용지물임을 거듭 강조 드립니다.

정부의 획일적 약가인하 부작용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 기반이 무너지면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입니다. 또한 수입의약품의 역습은 장기적인 약제비 절감과 건강보험제도의 안정적 운용을 도모하는 정부에 두고두고 큰 골칫거리가 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제약산업 현장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약가인하의 충격과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하여 추가 약가인하 정책은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이 종료되는 2014년 이후에 검토해 줄 것을 정부에 간곡히 호소합니다.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것 같다. 길지만 한 줄로 요약하면 우리도 희생할 만큼 희생했으니 더이상 희생을 강요말라는 말이다. 의약뉴스는 협회의 이런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고 당연한 주장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오리지널로 무장한 외국제약사와 이제 막 신약개발의 걸음마를 뗀 국내 제약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경쟁시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초등학생을 대학 육상부 선수와 100미터 달리기 시합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의 지나친 약가인하책은 국내 제약산업을 고사시키고 외자사만 배불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결국 제약 선진국이 아닌 제약식민지로 연결된다는 것을 정부당국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