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87)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10일 새벽 반신욕을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건강요법으로 알려진 반신욕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권범준 교수가 올바른 반신욕 법에 대해 조언한다.
◆ 반신욕, 온도에 따라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가?
자신의 체온보다 약간 높은 37~38도 정도의 더운물로 목욕을 하면 말초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산소나 영양분이 말초 조직까지 공급되어 신진대사가 높아진다.
적당한 온도(39도 이내)에서는 부교감 신경계가 우위가 되어 혈압을 내리고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혈압 상승도 서서히 진행이 되다 다시 정상이 되므로 일반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너무 뜨거운 물(42도 이상)에서는 오히려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말초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하며 심박수가 증가한다. 그리고 계속적인 수분 손실로 혈액의 응고성이 더욱 증가되어 심근경색이나 뇌 경색의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너무 뜨거운 물에 장시간 있었다면 기존의 심장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일부 있다. 특히 협심증, 심근경색, 판막질환, 심부전 등 심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고령인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 이른 아침의 반신욕은 심장 건강에 안 좋은가?
보통 취침 한 시간 전에 반신욕을 하는 것이 수면에 효과적이지만 그렇다고 이른 아침의 반신욕이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잠에서 막 깨어 혈액순환이 정체돼 있는 상태에서 반신욕을 오래 하게 되면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증가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심장이 튼튼한 사람들은 괜찮지만 약한 사람들은 심장의 산소 소비량이 많아지며 부담이 될 수 있다.
◆ 반신욕으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나?
너무 뜨거운 물에 장시간 있었다면 기존의 심장병이 악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반신욕 자체가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위험하다고는 하기는 어렵다.
황장엽 전 비서의 경우도 사망 당시의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반신욕으로 인한 사망이라기 보다는 고령으로 인해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 반신욕,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체온보다 약간 높은 37-38도 전후의 물로, 한번 욕조에 있는 시간은 10분 이내로, 2~3회 욕조로 들어가는 것이 좋으며 총 30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팔은 밖으로 빼는 것이 중요하다.
적당한 온도에서는 부교감 신경계가 우위가 되어 혈압을 내리고 진정을 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미지근한 반신욕의 경우 혈류량과 혈류 속도가 30% 가량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전신의 혈액공급이 많아져서 신진대사가 촉진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식후 1시간 이내, 격렬한 운동 1시간 이내에는 위장의 운동이 나빠져서 소화 흡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가능한 피하도록 한다. 고령의 심장병 환자의 경우, 체온보다 약간 높은 37~38도의 물(39도를 넘지 않도록)에서 10~20분 정도로 명치 아래까지 몸을 담그며, 목욕에 의한 탈수를 보충하기 위해 반신욕 전에 한 잔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물론 일률적인 방법보다는 각각의 개인의 특성과 그날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서 적절한 목욕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반신욕 VS 전신욕 어떤 것이 좋을까?
욕탕 속의 깊이에 따라 몸에 수압이 가해져 몸이 물에 잠기면 복위가 3-5cm 줄어들며 따라서 하반신과 몸의 혈액이 심장으로 더 많이 돌아오면서 부담을 주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 심방내압이 올라가면서 이뇨 호르몬이 촉진되어 소변량이 증가할 수 있다. 그리고 횡경막을 위로 밀어 올릴 수 있어 폐의 용량이 작아져서 호흡수가 증가한다. 따라서 고령자나 심장병, 호흡기질환의 환자들은 수압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전신욕 보다는 명치 아래까지만 잠기는 반신욕을 추천할 수 있다. 특히 전신욕을 하면 몸에 540kg의 수압의 부담을 주기 때문에 특히 심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반신욕은 시작 후 3분 후 맥박은 정상이 되고 혈압도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가 곧 정상으로 유지되지만 전신욕은 지속적으로 맥박이 빠르고 혈압이 증가되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미지근한 반신욕이라면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혈압상승도 서서히 진행이 되다 다시 정상이 되므로 일반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