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고온다습한 여름철의 귀 질환
여름철에는 각종 세균들의 활발한 증식과, 신체부위의 과다한 노출 등으로 자연히 우리 몸이 각종 질병에 이환될 확률이 높아지며, 특히 여름철이 고온, 다습한 우리 나라에서는 귀의 질환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사람의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대별되나, 흔히 질환에 노출되는 부분은 외이와 중이이며 여름철에는 특히 외이의 이환율이 높다. 외이는 외측 1/3은 연골부, 내측 2/3는 딱딱한 골부로 만들어져 있는데, 연골부에는 땀샘, 이구선, 피지선, 모공 등이 분포하며, 골부는 얇은 피부가 매우 예민하여 쉽게 동통을 느낀다.
여름철 귀의 질환으로 귀의 이물을 생각할 수 있다. 이물의 종류로는 성냥골, 구슬, 콩, 모래 등의 무생이물과 파리, 개미, 하루살이, 바퀴벌레 등의 살아있는 이물이 외이도에 들어갈 수 있다.
어른에게는 성냥골 등이 많으며, 소아에게는 콩, 구슬 등의 이물이 많다. 이물이 들어가면 이폐쇄감, 가려움증, 난청, 동통 등을 유발하며 특히 곤충은 심한 통증과 잡음을 느끼게 한다.
콩, 구슬 등은 간단해 보이나 외이도의 구조적인 복잡성으로 제거가 어려우며, 특히 소아의 경우 전신마취 하에 제거해야 할 경우가 종종 있다.
살아있는 이물의 경우, 빛을 좋아하는 곤충은 전등으로 밖으로 나오게 유인하거나 알코올이나 올리브유 주입으로 죽인 후 제거해야 하지만 고막의 천공이 있는 경우는 이러한 방법이 위험하다.
연골부의 분비물이 탈락된 각질에 피지, 털, 먼지 등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이구(귀지)는 대개 저작운동 등에 의해 자연배출되나 외이도 중간의 좁은 부분에서 배출에 장애를 받을 수가 있다.
또한 서양인에 비해 적지만 동양인에게는 인구의 5-10 %에서 끈적끈적한 조청 같은 귀지인 습이구(wet cerumen)를 가진 사람이 있다. 습이구를 염증성 분비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습이구는 쉽게 자연배출에 장애를 받아 이것이 축적되어 커져서 외이도를 폐색하는 커다란 귀지인 이구전(impacted cerumen)을 형성하여 난청, 외이도염, 고막손상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이구가 많은 상태에서 습기가 차면 팽창하여 이구전색에 의한 난청을 쉽게 만들며, 오염된 물이 들어가면 균의 좋은 배지가 되어 외이도염이 초래될 수 있다.
외이도 연골부의 모공, 이구선, 피지선, 한선 등에 연쇄상구균 또는 포도상구균의 감염에 의해 생기는 국한성외이도염(이절)은, 중이염으로 이루가 연골부를 습하게 할 경우에 생길 수 있고, 이구가 있는 사람이 해수욕이나 풀에서 수영을 하였을 때 잘 걸리기 때문에 '풀병'이라는 별명이 있다.
이 질환은 외이도의 종창과 더불어 가려움증과 심한 통증으로 수면, 식사장애 등을 일으키며 이주나 이개를 압박 또는 당길시 통증이 증가되며, 2-3일 후 종창이 생기며 수일 후 화농점이 터져 농이 배출된다.
재발이 잦을 때에는 습관적으로 귀를 후비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하며, 성인의 경우 당뇨병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위로 염증이 파급될 때는 외이도 주위염, 외이도 주위 농양도 가능하다.
대개의 경우 가만히 두어도 쉽게 자연치유되나 심한 통증으로 배농술 등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합병증 없이 쉽게 치유된다.
수영장의 물 표면에 많이 존재하는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은,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소독약(chlorine)으로는 살균되지 않으며, 30℃ 이상에서 증식하기 때문에, 습도 증가와 자극에 의해 정상 외이의 방어기전이 쉽게 파괴되는 여름철에 외이에 침입하여 범발성외이도염을 일으킨다.
흔히들 귀에 물이 들어가서 염증이 생겼다고하나, 정상의 귀에서는 물이 들어간 자체가 염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습한 귀나 귀지가 많이 쌓여있는 귀에 물이 들어간 경우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닦아 내거나 후빈 경우에 염증이 발생된다.
통증, 가려움증, 이루, 난청을 유발한다. 치료는 무엇보다도 청결과 건조가 중요하나 중증인 경우는 전문의의 치료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균(곰팡이)의 포자는 공중에 날아다니다가 외이도로 들어가는데, 이루, 수영, 목욕에 따른 적당한 습기가 존재할 시 외이도에서 증식하여 소양감, 이폐쇄감, 이물감 등을 유발하는 이진균증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곰팡이에 의한 이구전색으로 난청을 호소하기도 한다. 성인에게 커다란 귀지가 계속 생기며 가려움증이 있다면 일단 이 질환을 의심해도 좋다. 막양물의 제거로 증상이 좋아지며 귀가 습하게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치료는 증상이 없어지더라도 2-3주간이 소요되나 재발이 잦다.
한편, 외상이나 염증으로 인한 고막천공이 있는 사람이 목욕 또는 해수욕을 하여 오염된 물이 중이에 침범하면 오염된 물에 포함된 세균의 감염에 의해 중이 내의 염증인 급성중이염을 앓을 수 있는데 이통, 발열, 이명, 난청과 대개 1-2주의 이루를 동반한다.
이 경우 급성중이염의 치료와 더불어 고막천공에 대한 고막재건술, 청력개선술 등의 근본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이러한 여름철 귀의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외이도의 청결과 건조가 중요하며, 귀안에 염증이 생겼거나 고막천공이 있는 사람들은 항시 귀에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또한 귀의 질환들은 환자들에게 손쉽게 생각되어, 자신이 귀지를 제거하려 한다든지, 항생제의 자가복용, 외이도의 자가세척 등을 시도하나, 부주의한 행동은 외이도의 심한 손상, 고막의 천공, 이소골의 손상, 심한 경우는 청력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한 후 치료에 임하도록 해야겠다.
▶ 자료 : 서울대병원 장선오 교수
▶ 진료 :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외래 760-2441
이창민 기자(mpman@newsmp.com)
저작권자 © 의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