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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밭 벚꽃길, 상춘객을 찬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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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밭 벚꽃길, 상춘객을 찬양하다
  • 의약뉴스
  • 승인 2009.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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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말라 해도 봄은 오고 꽃은 기어이 피었습니다.

바람불어 낙화는 눈처럼 흩날리고 사람들은 환한 웃음을 짓는데요. 그 웃음 속에서 삶의 진한 애환이 느껴 졌습니다.

십리 벚꽃길과 녹차밭을 구경하기에 날씨도 더 없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 고목 아래로 녹차향기가 전해져 오지 않나요.

경남 하동은 10년전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쌍계사도 둘러보고 섬진강의 은어회와 참게 매운탕도 기억에 남습니다.

   
▲ 여행은 다른 사람에게도 흥을 복돋아 주나 봅니다.

한 번 가본 곳을 또한 번 가보기는 쉽지 않지요. 기회되면 한 번 더 본다 하고서도 벌써 10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휴일 날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섬진강 물빛이 죽인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전하더군요. 인파는 많아도 구경한 번 실컫하고 있다는 염장성 발언이 뒤따랐을 것은 뻔한 이치고요.

잘 구경하고 오라는 덕담 끝에 기대도 하지 않고 사진 몇장 보내라고 했더니 정말로  보냈더군요. 사진을 보면서 10년 전 경상도와 전라도를 어울어지게 하는 화개장터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 수족관의 은어떼들.

그 때 메마른 논바닦 처럼 갈라졌던 흙손으로 나물을 팔 던 할머니들은 여전히 건강하실까요. 안개 짙은 아침이 며칠 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사족: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시 입니다. 한 번 감상해 보시지요. 15번까지 나왔다고 하더군요.

   섬진강  1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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