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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의료법인 허용, 재앙 부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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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의료법인 허용, 재앙 부를 수도
  • 의약뉴스
  • 승인 2009.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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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의회 의원 김경자

2003년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된 영리의료법인 허용문제가 또 다시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정부는 영리법인이 고급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는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지 않아 건강보험 재정의 압박요인이 될 수 없으며, 국민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고소득층의 경우 건보적용이 되지 않는 고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비싼 달러를 지불할 것을 국내에서 받는 셈이고, 일반인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건보급여를 적용받아 낮은 부담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할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상 의료기관의 당연지정제가 폐지될 것을 우려하지만 이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영리의료법인이라고 할지라도 건강보험 급여를 포기할만한 의료수요는 크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당연지정을 거부하는 사례는 극히 적을 것이라고 재정부는 분석했다.

덧붙여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일본과 네덜란드뿐이고,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대다수 선진복지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허용된 제도라고 주장한다.

규제 때문에 싱가포르나 태국 등 아시아 각국은 국제적인 의료허브를 목표로 해외 환자를 적극 유치하면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경쟁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재정부는 많은 국가들에 대한 실례를 들었다. 하지만 그 사례들은 우리나라가 처한 환경과 조건이 전혀 상이하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는 국가라고 소개한 독일, 프랑스는 보장성 수준이 85% 이상이다. 보장성이 높기 때문에 영리의료법인의 비율도 극히 미비하다. 국민들은 공보험의 높은 보장성 때문에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일부 초고가의 장비와 신약, 특실 등 한정된 부분에서 소수 부유층만 민간의료보험과 연계하여 영리법인을 이용하고 있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웨이팅리스트(Waiting Lists, 대기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극소수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여 영리법인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은 모든 의료가 무상이고, 의사 역시 모두 공무원이기 때문에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특별한 동기부여를 갖지 못한다.

외국 환자유치에 성공했다는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의 10%대와는 달리 공공의료기관이 80%를 넘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외국환자는 인근 국가인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부유층, 또는 중국의 일부 계층이다. 동일언어권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서울의 강남만한 면적의 도시국가를 우리나라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도 커다란 무리가 따른다. 태국의 해외환자유치는 그 곳의 싼 인건비 때문에 힘입은 바 크며, 이와 연계된 관광환경 또한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의 1/5에 불과한 의료인력 인건비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기 위한 논리로 외국의 사례들 꿰맞추어 각색·왜곡하기 전에 우리의 의료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섣부른 영리의료법인도입은 외국에서도 부러워하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를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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