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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8 10:20 (금)
40.혈소판 무력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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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혈소판 무력증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08.1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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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힘이 돼달라고 아빠는 아이 이름을 '새힘'이라고 지었다.

전새힘. 올해 11살로 초등학교 5학년이다. 여느 남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축구를 좋아하고 뛰노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데는 주저 주저 한다.

새로운 힘 돼달라 새힘으로 이름지어

희귀질환 때문이다.

새힘이는 혈소판 무력증이라는 아주 드문 희귀질환자다. 잘못해 부딛히거나 넘어지기라고 하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쉽게 멍들고 잘 아물지 않으며 출혈이 있을 경우 지혈에 상당한 애를 먹는다.

   
▲ 이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전새힘 가족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아빠는 아이에게 언제나 주의! 또 주의!를 당부한다. 그러니 이 질환자들은 대개 소심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고 내성적이다. 하지 말라고 하고 조심하라는 말을 귀가 닿도록 듣고 자라기 때문이다.

새힘이는 태어나면서 부터 환자의 이력을 달았다. 부모는 직감적으로 아이에게 이상을 발견했다. 몸에 숱한 반점이 있었고 붉은색의 좁쌀 같은 것이 무수히 돋아 났다.

의사들은 아이에게 이런 것이 있으면 안된다고 말은 하면서도 별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면서 경과를 관찰해 보자고 했다.

간단한 타박상도 크게 멍이 들어 거의 중상 수준

그러나 걱정이 앞선 부모는 좀 더 큰 병원으로  아이를 데리고 갔고 거기서 3차에 걸친 혈액 검사를 통해 혈소판 무력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금도 새힘이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구홍회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 조금만 부딪쳐도 쉽게 멍이 들고 붓고 합니다. 조심하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으니 부모 마음은 답답합니다. " 아버지 전영태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절망하거나 괴로워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를 받아 들이고 미래의 밝은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새힘이는 현재 큰 무리 없이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다. 공부도 곧잘해 부모 마음을 기쁘게 해주기도 한다. 중학교 3학년인 누나는 때로는 엄마처럼 동생을 돌봐 주고 있어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

" 유전질환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새힘이가 이런 질병을 타고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 의사도 이런 경우는 돌연변이라고 말합니다. 본가나 처가쪽 가계도 이상이 없고요. "

하지만 조금 의심가는 곳이 있다고 했다. 아내가 심한 경우는 아니지만 보통사람보다 조금 혈관이 약하다고 했다. 그리고 인하대병원에서 신생아에게 발도장을 찍는 과정에서 스템프가 부족해 여러번 찍다 발에 상처를 냈다.

내성적이고 소심해 정신적 고통 극복해야

피가 잘 먿지 않아 여러 약을 먹은 것이 한 원인은 아닌가 하고 아빠는 의심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다른 의사에게 하면 그럴 가능성은 0% 라고 잘라 말한다고 전씨는 말했다. 새힘이는 다른 종류의 희귀질환자들이 대개 갖는 외형상의 특이점은 없다.

일반인들이 봐서는 전혀 환자로 구분하지 못한다.

정상인들과 똑같은 외모와 성장세를 보인다. 아빠는 "조심하면 된다"고 스스로 위로 하고 "절망은 처음에도 안했지만 지금도 없다" 며 "건강하게 잘 크면 나중에 의학이 발달해 치료제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희망을 말했다.

하지만 새힘이는 자신이 환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조심한다. 체육시간에는 언제나 열외이고 친구들과 사귀는 것이나 야외활동은 가급적 꺼린다. 정상인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 간단한 부딛힘이나 넘어지는 것도 거의 중상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코피가 났는데 뚝 뚝 뚝 계속 떨어지면서 멎지 않아 엠블런스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직행한 적도 있다. 응급실 행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피가 멎지 않는 상태가 되자 아빠도 긴장했다.

   
▲ 할아버지, 할머니는 새힘이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다행히 혈소판( 혈액에서 정제된 노란색의 액체) 수혈을 받고 지혈에 성공했다.

코부분 역시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혈관부분이 매우 취약하다. 잇몸질환 치료의 경우도 동네 치과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피가 날 경우 멈출 수 있는 수혈준비가 가능한 큰 병원에 가야한다.

여성환자 생리멎지 않아 억지로 피임약 먹기도

여성환자의 경우는 남자 보다 좀 더 심각하다. 생리가 멎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의 일부는 생리를 인위적으로 멈추는 호르몬제를 먹기도 한다.

출혈이 심한 경우 생사를 가를 만큼 심각해 피임약을 억지로 복용하기도 한다. 그러니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육체적 고통 보다 정신적 압박을 더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가계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나라가 국가 질환으로 관리하면서 치료비를 전액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전씨는 "아이가 크면서 혈관이 튼튼해 지는 경우도 있고 그럴 경우 정상인과 진배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며 새힘이도 튼튼한 혈관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했다.

국가관리 가계 부담 적어, 좋은 치료제 나오길 기대

"가족 싸움요? 그런 것 전혀 없어요. 오히려 아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니 더 화목하죠. 아이에 대한 욕심이 없어요. 대개의 부모들은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열성이 대단하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기대없이 건강하기만을 기원합니다. 욕심 없이 사는 법을 새힘이를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현재 이 질환의 환자는 국내에 백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환우회에는 20여명이 등록돼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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