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현수)는 지난 주 서울시청 앞에서 침구사 제도 부활을 요구하는 단체의 시위 및 김춘진 의원의 뜸시술 자율화 입법 추진과 관련하여 반대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일제강점기 시대에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말살시키고 한의사를 격하시키기 위하여 탄생한 침구사 제도를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하여 국민들을 현혹시키며, 국회에서 입법발의는 물론이거니와 현재까지도 침구사 제도 부활을 위하여 소모적 논쟁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래와 같은 입장과 논지를 밝혔다.
다음은 대한한의사협회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침구사를 배출하자는 주장은 치과치료에 있어서 발치행위만을 분리해서 전문발치사를 배출하자는 것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김춘진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의료행위인 뜸시술을 자율화하자는 것은 마치 종기 치료를 위해 집에서 자가 수술을 하거나, 썩은 이빨을 뽑기 위해 집에서 자가 발치를 하자는 주장이나 다름이 없어 뜸시술 자율화 주장은 국민건강증진이 아닌 국민건강에 큰 부작용과 폐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침뜸 시술은 의사의 외과 수술, 치과의사의 악교정술․구강내외과수술 등과 마찬가지로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 중 대표적 고난이도의 의료행위이다.
침뜸 시술 행위는 침뜸 시술에 대하여 단순히 이론이나 기능을 배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 전반에 관한 기초이론에서부터 진단과 치료에 대한 전문지식과 임상에 관하여 6년제 정규 한의과대학의 교육을 받아야한다.
특히 2002년부터 한의사 전문의 제도가 시행된 이래 일반수련의(인턴) 1년, 전문수련의(레지던트) 3년 등 도합 총 4년의 수련 과정을 거친 한의사 침구과 전문의(2008년 현재, 308명)까지 배출돼 진료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학사(醫學史)적 측면에서도 침구학은 고려시대의 산과, 부인과, 잡병과 등과 함께 현재의 한의사 전문의 제도와 같이 전문 분과로 성장하였다.
조선시대의 경우에도 세종대왕 이후 침구의, 나력의(寄瀝醫, 지금의 결핵성 임파선염 전문의), 치종의(治腫醫, 종기 치료 전문의) 같은 특히 외과 분야의 전문의 명칭이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어, 현재의 한의사 전문의 제도와 같이 운영되었을 뿐 별도의 침구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1964년 8월, 제6대 국회 이래로 침구사 제도 부활을 위한 ‘의료법중 개정법률안’이 수차례에 걸쳐 발의와 폐기를 반복(※ 별첨자료 참조)하는 동안 불법 무면허의료업자가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침구사 제도 부활 논의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무면허의료업자들로 하여금 보건의료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게 할 수 있으며, 현재도 불법 무면허의료행위를 일삼는 자들은 침구 관련 논의가 공개화 되면서 더욱 대규모로 불법의료행위를 정당화하는 등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
침구사 제도 부활 요구는 전 국민이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는 현실과 의료수가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의원에서는 환자들이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저렴한 가격에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은 한의원에서 1,500원에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침구사들은 1회 시술에 5만 원이라는 고가를 받아 폭리를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전국에 1만 3천여 곳에 달하는 한의원에서 한의사에 의해 진료를 받으면 의료보험을 적용받아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침구사를 부활시켜 침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불경기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로하는 것이 아닌 우롱하는 처사임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