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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폼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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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폼페병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08.10.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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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 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 운명아닌가, 이런 자괴감이 들때가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지운지 오래입니다."

폼페병 환자 아버지 양승호씨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개 유전질환으로 오는 병으로 알려진 폼폐병에 아들 현모가 걸렸기 때문이다.  아내와 자신이 만나지 않았었더라면 현모가 질병으로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 지금은 다 극복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괴로워 견딜 수 업지요."

3살아이 할머니 처럼 두 손 집고 겨우 일어서

아내는 아이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고 있다. 아이와 잘 놀아 주고 잘 웃고 아이를 보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크다. 그래서 현모가 이상이 없는 정상아 였다면 적어도 3명의 자식을 뒀을 것이라고 양씨는 말했다.

   
▲ 현모와 동생 하연이 빨간색 우산을 쓰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두 살 터울의 딸 하연이는 다행히 정상이다.

하지만 순천향대 소아과 이동환 교수는 하연이의 발병 위험이 있으니 경과를 예의 주시하자 며 늘 경각심을 깨우고 있다.

현모가 이상이 생긴것을 안 것은  2살 정도 지난 후였다.

심장 비대 근육이상 뛰지 못하고 발음도 부정확

그 전에는 애가 조금 아프다, 다른 애들에 비해 발달이 느리다는 정도로 이해했다.

하지만 3살이 다 되는 시점 까지도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했다.

누웠다 일어 설때는 마치 할머니 처럼 두 손을 방바닦에 짚고 엉덩이를 뒤로 쭉 뻰 자세로 어렵게 일어섰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부모는 현모에게 무슨 이상이 생긴 것은 틀림없다는 생각으로 이곳저곳 병원을 순례? 하기 시작했다. 먼저 대구에 있는 가장 큰 소아과에 가니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며 좀 더 큰 병원으로 가기를 원했다.

그래서 영남대병원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심장이 비대하니 약물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병명은 알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약물 치료를 했으나 차도가 없었다. 그래서 서울로 옮겨 고대병원에 입원했다.

다행히 이 병원에서는 폼페병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곧 내린 처방은 치료방법이 없으니 집으로 아기를 데려가라는 말 뿐이었다. 이렇게 심장이 비대한 아이는 처음 본다는 말과 함께.

심장전문의와 소아과 의사가 함께 검진 했지만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국내에 환자가 10명 안팎이고 치료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낙담한 아버지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 곳 저 속 인터넷을 검색했고 우연히 순천향대 이동환 교수가 폼페병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국내에 10여명 환자, 임상중인 주사제로 증상 악화 막아

당시 이 교수는 이 질환과 연관된 논문을 준비중이었다. 아버지는 이 사실을 고대병원 의사에게 전하면서 이동환 교수에게 아이를 맡겨 보겠다고 말했고 담당의사는 그렇게 하라고 흔쾌히 말했다.

이 교수를 만난 이후부터 현모의 증세는 더 악화되지 않았다. 임상 중인 주사제를 치료제로 처방 받으면서 상황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 임상 대상이 되겠느냐고 의사가 물었을 때 주저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지요. 손놓고 아무것도 안하는것 보다는 비록 효과나 안전성이 확보돼 있지 않아도 치료를 해보자는 결심을 했던 것이지요."

주사제와 현모의 증세가 궁합이 맞았는지 현재 4년째 주사를 맞고 있지만 잘 견뎌내고 있다. 임상중인 약이므로 주사제에 대한 비용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내는 병원비는 만만찮다.

" 지능은 보통이상 인 것 같아요. 달리지는 못하지만 걸어서 학교에 갑니다.  "

아버지는 일찍 부터 현모가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몸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은 것은 큰 다행이라고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

아버지는 현모에게 가끔 이런 말을 한다.

 "너는 다른 애들 보다 몸이 약하니 정상적이 직업을 갖기는 어렵다. 그리고 판사나 검사 등 어려운 일도 하기 힘드니 국가공무원을 하면서 인생을 설계해라 "하고 조언한다.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제 역할 다 했으면

아직 초등학교 2학년에 불과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미리 부터 다짐을 받아 놓기 위해서다. 언제까지 부모가 자식 앞가림을 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구강도 근육이 둘러싸고 있으므로 위축된 근육으로 인해 발음도 부정확하니  정상적인 직업을 갖기는 어렵다는 것을 아버지는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히 뇌에는 이상이 오지 않아 학업성적은 괜찮은 편이다.

현모는 달리기를 하고 싶어 한다. 할 수 없는 것을 하고자 하는 자식의 욕망을 들어주지 못하는 부모는 괴롭다. " 아빠, 나 달려 다니고 싶어!" 하고 현모가 말할 때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울컥 하고 무엇인가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아버지는 슬픔을 속으로 삭이고 있다.

그리고 작은 위안을 삼기도 한다. 늦게 발견돼 치료 시기를 놓친 다른 환우들은 휠체어를 타거나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걷고 학교가고 공부하고 미래 직업에 대해 말 할 수 있는 것은 큰 행복이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환우 가운데는 57살로 중년을 넘긴 경우도 있고 30대 환우도 2-3명이 있다.

현모도 잘 관리만 하면 정상적인 수명을 살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써 자기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 밤에는 애가 다리가 아프다고 말해요. 무릎이나 관절 부근을 주물러 주어야 잠이 듭니다. 아 ! 더이상 증세가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예요. "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 아닌 만나서 행복한 결실 맺기를

현모에게 걱정을 쏟는 사이 둘째 딸아이가 벌써 7살이다.

딸은 달려 다니면서 건강을 자랑한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발병하는 경우도 있어 언제나 마음 한구석은 불안하다. 이동환 교수도 발병 가능성을 염두해 두라고 일러 두고 있으니 상황은 좋지 않다.

하지만 아버지 양승호씨는 담담하다.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 할 때인 것이다.

만나지 말았어야 할 운명이 아니라 만나서 행복했던 인생이길 기대해 본다.

*폼페병은 액시드 알파-글루코시다제(GAA)란 효소가 선천적으로 결핍, 분해되지 못한 글리코겐이 근육에 축적됨으로써 근육이 약화돼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환자는 세계적으로 1만명 미만으로 추산된다. 

현재 거의 유일한 치료제인 젠자임사의 마이오자임은 이렇게 선천적으로 결핍된 GAA 효소를 보충하는 효소 대체제로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라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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