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법, 자연 법칙에 순응하는 것
춘(春), 하(夏), 추(秋), 동(冬)의 사시사철은 매년 되풀이되는 것이지만 봄은 늘상 새롭게만 느겨진다. 왜 그럴까? 누구든 알고 있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자면 봄은 만물이 묵은 때를 벗고서 새롭게 피어나는, 이른바 생기(生氣)가 발랄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지(大地)이며,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시샘하듯 아가씨들은 치맛자락을 휘날리게 된다.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면서 활기찬 생활을 다짐하게 만드는 이 좋은 계절에, 건강을 유지하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 해답을 한의학에서 찾아보기로 하자.
양생법의 실체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것
한의학의 특징을 한마디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큰 특징은 인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생리적 현상과 병적 현상을 대자연에서 일어나는 생성과 변화의 현상과 동일한 이치로 이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인신소천지(人身小天地)' 라 하여 아무리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인간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환경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런 까닭에 모든 인간은 생(生), 장(長), 수(收), 장(長)이라는 사계절의 자연법칙에 따라 생(生), 로(老), 병(病), 사(死)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겪게 된다.
따라서 영원히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이상 인간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선인데, 건강을 보존하기 위한 소위 '양생법(養生法)'의 실체는 다름 아닌 자연의 법칙에 순응(順應)하는 것이다.
자연의 질서를 좇는다는 양생법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어서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그 이치를 터득하여 실천에 옮길 수 있다.
가령 봄에 만물을 싹 틔우고,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면, 가을에 그 결실을 거두어 들여, 겨울에 갈무리하는 것이 자연의 도도한 법칙이니 만큼, 사람들은 그저 그 법칙을 그대로 흉내내면 되는 것이다.
하루하루의 생활도 마찬가지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은 부지불식간에 대자연을 흉내내고 있다.
즉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서 낯 동안 열심히 일을 하고, 저녁 무렵 퇴근하여 밤에 잠을 청하는 것이 바이오리듬(biorhythm)이라 말해도 좋을 자연의 법칙이 아니겠는가?
황제내경 '봄철 양생법'
그럼 춘추전국시대에 저술된 동양의학 최고(最古)의 의서인 황제내경(皇帝內徑)에서 갈파한 봄철의 양생법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자. 내경에서는 봄철 3개월을 '발진(發陣)'이라 하였으니, 글자그대로 봄은 묵은 것(陣)이 물러가고 새로운 것이 발생하는(發)시기라고 하였다.
따라서 자연계에 새로운 기(氣)가 충만해져 천지만물이 소생 발육하는 봄철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또한 봄의 피어오르는 기운에 순응해야만 된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저녁 늦게 잠자리에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정원을 한가로이 거니는데, 옷은 느슨하게 입고 머리카락도 늘어뜨려 신체를 편안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의지가 생겨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니,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의 내용이니, 봄철에는 '살리되 죽이지 말고(生而勿殺), 주되 빼앗지 말며(子而勿奪), 상을 주되 벌을 주지 않아야(賞而勿罰) 만이 생발(生發)하는 기운으로 가득한 봄에 순응하는 것이라 하였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여름철에 질병으로 고생한다고 했다.
춘곤증은 겨울철 양생의 잘못에서 기인
봄철에 양생하지 못하면 여름철에 고생한다는 것은 대자연의 순환논리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니, 사람들이 봄철에 가장 많이 겪게되는 소위 춘곤증(春困症)은 겨울철 양생의 잘못에 기인할 정기(精氣)를 잘 갈무리하지 못하면 봄철(春)에 나무(木)가 뻗어나가지 못하고(口) 틀어 막혀 있는(木+口=困)증상, 봄의 생발지기(生發之氣)와는 아주 상반된 질병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왕의 춘곤증은 인체내의 에센스라 할 정(精)을 보충하는 치료법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다가오는 무더운 여름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봄기운에 순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봄의 정기(精氣)를 가득 담고 있는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뜰을 한바퀴 거닐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어느 불자(佛者)의 말처럼 남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기보다는 웃음을 안겨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싱그러운 봄을 만끽하도록 하자. 따뜻한 봄 햇살과 같이 주변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푸는 것이 봄철 건강유지에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 도움말 :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한방6내과 안세영 교수
이현정 기자(snicky@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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