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품는 것 만큼 포기할 줄 아는 삶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쩔 수 없는데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치 않는 것처럼 무모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을 포기하기 까지의 과정은 참으로 혹독하고 가혹한 것이다.
칼슘흡수 한돼 발작과 경련 일어
중학교 1학년인 수옥 모친 이창희씨 역시 희망을 포기하면서 많은 절망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를 넘어섰다고 쓸쓸하게 말했다. 수옥이 정상인 처럼 될 수 도 있다는 한가닥 끈을 가진 것이 희망 이었다면 현대의학으로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포기였다.
수옥은 태어나면서 부터 허약했다. 병을 달고 살았다. 아빠가 군인인 관계로 경기북부에 집이 있었고 그래서 의정부 성모병원에 다녔다.
소아과 김동원 교수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경련을 뇌수막염이나 간질 혹은 척수염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고 나중에는 부갑성선 기능 저하증을 의심했다. 칼슘 흡수가 제도로 한돼 수치가 떨어지고 그래서 발작과 경련이 오는 것으로 이해했다.
칼슘 흡수 제대로 안돼 심한 경기 달고 살아
소아경기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 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 때만 해도 어머니는 희망이 있었고 포기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겼다.
저칼슘혈증은 매일분유에서 특수분유로 나올 만큼 환자가 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후 6개월 동안 무려 20번 이상을 입원 했지만 수옥이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99년 쯤인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그 때 쯤 22번 염색체 미세 결실 증후군이라는 확진을 받았다. 그 때 소아과 유한욱 교수는 수옥이에 대해 그렇게 희망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고 어머니는 기억했다.
눈 작고 귀 작고 입 작아 귀여운 모습으로
칼슘섭취가 안돼니 뼈가 약하고 이가 흔들리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쉽게 흥분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환자의 80% 정도에서 나타나는 심장도 심하지는 않았지만 정상이 아니었다.
귀에서는 고름이 나오고 눈도 사시 난시 원시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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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옥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기억할 만큼 인지력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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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이어야 할 염색체가 떨어져 나간 결실의 결과였다. 당연히 인지능력도 떨어진다.
어머니는 두 자릿수 인 것은 분명한데 아마도 아이큐 50정도는 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심있는 분야에는 기억력도 좋다. 연예인 이름을 기억하기도하고 텔레비젼 프로를 암기하기도 한다. 발음도 어눌 하지만 다른 환우에 비해서는 비교적 정확한 편이다. 어눌하고 비음이나 콧소리가 나는 것은 입천장이 찢어지고 발달이 안됐기 때문이다.
연예인 이름 기억 하고 관심 있는 분야 인지력 있어
간혹 수옥이가 "나는 왜 아퍼, 다른 애들과는 왜 달라?" 하고 물을 때가 있다. 그러면 어머니는 때로는 "야채를 먹지 않아서 그래" 하고 애 한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 세우기도 한다.
그리고 나서 한참을 속상해 한다. 모정은 그런 것이다.
" 아이들이 편식이 심해요. 아이 때 부터 고정식을 먹지 않아서 인지 우유를 달고 살지요. 뗄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니 이가 시리고 차갑거나 시큼한 김치 등은 먹지 못합니다."
여동생이 초등학교 5학년이다.
동생은 너무 똑똑하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하느님의 축복이라는 그녀는 동생이 언니를 때로는 보살펴 주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아이여서 간혹 다투기도 한다.
왠 종일 수옥이에게 매달려 있다보면 동생에게 관심을 쏟아 주기 어렵다. 투정을 부리는 동생을 볼 때 마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하지만 곧 잊어 버린다. 한탄한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아 질 것이라는 기대는 포기했지만 마지막 끈 마져 놓아 버린 것은 아니다. 줄기세포가 개발됐다고 하면 귀를 기울이고 신약이 나왔다고 하면 눈을 둥그랗게 뜨고 열심히 관련 내용을 파악한다.
새로운 내용 나오면 혹시나 하는 희망은 여전
" 돈이 많이 들어요. 다행히 급여가 인정되는 부분이 있어 도움을 받고 있지요. 그러나 여전히 비급여가 많아요. 정부에서 좀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해요."
그녀는 "이 질환이 모계유전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간혹 싸움 끝에 부부불화가 생기는 등 가정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며 "돌연변이 일 수도 있는데 너무 어머니 쪽에 책임을 무는 것은 가혹하다"고 했다.
현재 환자는 전국적으로 약 20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환우 모임에만 100여명이 등록돼 있다. 서울아산병원에도 환자가 100명 정도 치료를 받고 있다.( 수옥 모친 이씨의 핸드폰 신호음은 비틀즈의 명곡 헤이 주드다. 첫 소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Hey Jude
헤이, 주드
Don't make it bad
그다지 나쁘게 생각하진 마
Take a sad song and make it better
슬픈 노래를 좋은 노래로 만들어 보자구
Remember to let her into your heart
그녀를 자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기억해
Then you can start to make it better
그러면 넌 더 좋아질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