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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반성없는 주주총회 발전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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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반성없는 주주총회 발전없어
  • 의약뉴스
  • 승인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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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열린 D사의 주주총회는 그야말로 한편의 희극을 보는 듯했다.

국내굴지의 제약사인 D사는 최근 신입 사장이 취임해 사장의 업무를 익히고 있는 중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한 주총 참석자는 "처음 주주들하고 대면하는 자린데 잘 봐줘야지 뭐"라며 웃음지었다.

주총의 진행자로 나선 젊은 신임 사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국어책을 읽듯 진행원고를 읽어 나갔고 안건진행시 마다 때마춰 주주들이 일어나 준비된 쪽지를 더듬더듬 읽으며 회사경영을 극찬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또한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제청한다는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터져나왔다.

한 주주는 이사선임에 관해 "우리 소액주주들은 경영을 잘 모르니 의장이 추천해 달라"는 자기 비하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나이가 지긋한 한 주주는 발언에 나서 손자뻘되는 신임 사장에게 "만사형통을 축수드린다"는 말로 촌극의 절정을 만들었다.

주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일사천리로 마무리돼 시작 30 여분만에 끝났다. 회사 경영진들은 파안대소하며 서로 격려하고 악수하면서 무슨 큰 일을 치루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 회사는 수년간 약사법에 위반되는 자사 의약품의 슈퍼판매를 수수방관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약사들에게 의약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수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러한 잘못된 회사운영에 관해서는 일말의 논의도 개진되지 않았다.

물론 회사가 지난해 보다 성장하고 이익을 많이 남겨 기쁘긴 하겠지만 자기반성이 없는 주총은 시간낭비다.

개구리 우는 것 같은 모습으로 제청을 외쳐대는 주주들도 무엇하러 왔는지 모를 일이다. 선물로 나눠준 치약을 받으러 왔는지.



의약뉴스(newsm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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