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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8 10:20 (금)
33.뮤코다당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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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뮤코다당증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08.04.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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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말 하면 천벌을 받겠지만 어떤 때는 상호가 떠나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하늘 아래 자기가 난 자식이 저 세상으로 먼저 가기를 바라는 부모가 있을까.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면 이런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까.

유인화(54)씨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울먹였다. 수화기 너머로 울음소리가 들린다. 흐느끼는 소리는 점점 커졌다 사라졌고 기자는 잠시동안 아무런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올해 25살인 상호가 그녀의 아들이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면 이런 생각이 다 날까

다른 집 같으면 장성한 아들이지만 유씨에게 상호는 여전히 젖먹이 아이일 뿐이다. 아니 젖먹이 보다도 더 힘든 상태가 바로 지금 상호가 처한 현실이다. 

3살 까지는 조금 늦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4살이 되도 제대로 걷지도, 말하지도, 달리지도 못하니 유씨는 아들을 데리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딱히 이 병이다라고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상호의 귀는 고름이 가득찼다. 이비인후과에 갔다. 저녁에  잠을 못자면 정신과에 갔다. 몸의 부위에 증세가 나타날 때마다 대증요법을 쓰는 것이 전부였다. 서울대의 어떤 교수에게 고막수술을 여러 차례 했고 신촌 세브란스 이비인후과의 교수를 뻔질나게 찾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상호는 유치원에 다닐 나이가 됐고 청와대 인근 옥인동 근처에 있는 선희학교에 입학했다. 군포에서 학교까지 전철을 타고 통학했다. 초등학교는 특수학교인 서광학교에 다녔다. 어머니 유씨는 어떻게 학교를 다녔는지 기억조차 흐릿하다고 말했다.

골수이식 후유증 커 차라리 수술 하지 말것을 후회하기도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상호를 끌고 학교를 다니고 병원을 다녔다. 어쩌다 달리기를 하면 8명 중 8등을 했고 넘어져서 코가 깨지고 이마가 터지는 것은 다반사 였다.

앞 이마는 튀어 나오고 코는 넓고 입술은 두껍고 손과 발은 오그라 들고 지능은 향상되지 않으니  제대로 무슨 일을 할 수 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아이들에게 축구공을 뻿기고 오락기를 잃어 버리고 오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진동규 교수를 만나  국내서 네번째로 뮤코다당증 확진을 받았다.

확진은 받았지만 차도가 없자 어머니는 상호에게 골수이식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셋째 누나의 골수가 상호와 맞았다. 동종이식이 가능한 것이다. 6천 만원 하는 돈과 어느 정도 부작용을 예상했지만 상호는 살아난 것만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

"귀도 잘 들리고 눈도 좋아진다고 해서 삼성서울병원 모교수 집도로 수술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수술한 것을 후회 합니다. 부작용이 너무 심하니까요."( 참고로 골수이식 후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서도 삼성서울병원에서 2명,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1명이 골수이식후 사망했다.)

환자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혈액형을 바꿔줘야 하는 것이니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런 수술이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  세포를 죽이기 위해 항암치료를 하면 백혈구 수치가 300개 이하로 떨어져 수술 후유증으로 설사 폐렴 대상포진 등이 발생했다. 살아 난다 해도 5년안에 대개 10명 중 7,8명이 사망한다.

6살 조카가 25살 삼촌을 보살피고 있다

수술 후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제, 우울증 약 등 각종 약만 한가마니 이상 먹었을 거라고 어머니는 힘없이 말했다.

집이 약국이었던 셈이다. 수술 후 43일간 입원했다. 집을 팔고 전세로 이사했다. 어떻게 살림하고 어떻게 밥을 먹고 어떻게 잠을 잤는지 지금 생각하면 기적이 따로 없다.

"수술 후 9년이 지났는데 지금 상호는 어떤 상태인가요? "

- "묻지 마세요. 옆에 상호가 있어요. 또 목이 매어요. 작년에 8번 입원했고 올해 벌써 두 번 입원했어요. 삼성의료원은 병실이 없어 원광대 병원에 사정해 겨우 입원했습니다. 6살 손녀딸이 25살 삼촌을 돌보고 있으니 말 다했지요."

상호의 생명력은 강하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버지( 58)는 오늘도 화물차 운전을 나간다. 다행히 요즘은 장애인 도우미 신청이 받아 들여져 월 수 금 동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잠깐 동안 은행도 가고 바람도 쐬고 약수터도 다녀온다.

 " 약이 있긴 있는데 아직 시판이 안됩니다. 식약청에서 올 2월에 허가가 났는데 아직 약값을 정하지 못했나 봐요."

어머니는 미국의 한 제약사가 만든 에라프라이즈 주사약을 맞으면 상호처럼 2형인 경우 폐렴도 잘 안걸리고 키도 크고 좋아진다고 하는데 시판이 안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지난해 10월 부터 시판되고 있고 1형 치료제인 효소제 젠자임은 현재 국내서도 시판되고 있다.)

미국에 있는 약 시판되기를 학수고대

전화기 너머로 상호가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 정신이 좋을 때는 미안해, 용서해줘! 하는 말을 하지만 돌아서면 나! 짜증나, 하면서 소리질러요.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내는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상호같은 뮤코다당증 환자가 100명 정도 있다.

유전에 의해 나타나며 간혹 돌연변이도 있다. 다행히 유씨의 시집간 딸들의 자녀는 모두 건강하다. 현재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진동규 교수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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