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가 강화된 약대로 거듭나야죠.”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이병구 교수는 “이론 중심의 약대가 약대 6년제 시행(2009년부터)을 계기로 임상 등 실무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30여 년간 병원약사에서 지난 9월부터 후진양성의 길로 새롭게 접어든 이병구 교수를 26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병원-약대 연계한 ‘산교육’ 절실

“서울대 약대는 20여 년 전부터 서울대병원과 연계해(제도화해) 실습을 해오고 있죠. 하지만 여타 약대들은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에 이 교수는 이대 약대-병원 제도화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대병원에 1주일에 1번 정도 실습을 진행했는데 추후 더욱 늘릴 거에요. 또 병원, 약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들을 모셔서  현장의 생생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죠.”

이 교수는 지난 가을학기에 4학년 학부생들에게는 ‘약국관리학’ ‘약국법규’를, 대학원생들에게는 ‘임상약학’ 등 과목을 지도하면서 30여 년간 쌓아온 실무경험을 제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그렇다면 약대와 인접학문인 6년 과정의 의대·치대·한의대의 교육은 어떨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의대의 경우에는 진료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죠. 약대도 마찬가지로 약물치료, 임상 등 실무와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약대도 약사의 필드(field)인 약국, 병원, 제약회사에 진출하기 위해 직무와 관련된 실무실습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또한 이 교수는 약대교육도 세분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사들은 모든 과목을 교육받고 진료하는 게 아니라 내과, 외과 등 세분화되어 있죠. 이와 마찬가지로 약대교육도 한 교수가 모든 과목을 총괄해 교육해서는 안 되고 이제는 세분화, 전문화시켜야 합니다”

특히 얼마 전에는 병원실습 위한 장소마련을 다짐한 계기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방학에 실습을 진행하기 위해 병원에 공문을 보내며 부탁하고 있죠. 하지만 병원들이 실습을 잘 안 받아줘, 학생들이 실습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병원 실습신청을 마감하는 날,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선 것을 보니까 실습장소를 조속히 더 많이 마련해줘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강해졌죠. 교육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교 제자들의 멘토로 남고 싶어요”

“기본적인 학문은 물론, 사람됨이 중요합니다. 특히 사회에 나아가 예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기본적인 인성을 갖춰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바로 갈등이 생기고 일의 진척이 늦춰지는 등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이론, 실무와 함께 인성교육에도 매진하고 있는 그는 4학년 졸업생들에게는 젊었을 때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병원약사, 제약사 취업, 약국 개업, 대학원 진학 등에 있어 눈앞에 조건만을 보는 소모성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자기계발 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해요.”

다시 말해  내가 몇 년 후에 무슨 일을 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위한 밑그림을 차분히 그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학기 교육을 마친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겨울방학에는 약제학 선생님과 함께 최신의 복약지도, 최신의 처방내역조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살아 있는 실습약국을 만들 겁니다. 또한 내년학기 강의(처방조제, 복약지도) 준비도 하고요. 나아가 멀고 높이 있는 교수가 아닌 모교 제자들에게 진정한 멘토가 되고 싶어요."

병원약사로 쌓아온 명성이 교수의 업적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의약뉴스 박영란 기자(saint@newsmp.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