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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윌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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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윌슨병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07.1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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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본관에서 준영과 예림이가 멋진 폼으로 사진을 찍었다. 자매가 건강한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엎친데 덮친다는 말이 있다.

연속된 불행이 한 가족을 절망의 상황으로 몰고 있다. 최영호씨의 12살난 아들 준영이는 치명적인 희귀병인 윌슨병 환자다.

병 자체도 견디기 힘들지만 최근에는 당뇨까지 찾아 왔다. 아버지 최영호씨는 절망적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준영이는 6섯살 까지는 비교적 건강을 유지했다.

거친피부 황달 심한 감기 높은 간수치

하지만 6살 이후 언제 부터 인가 감기를 달고 살았고 피부가 거칠어 지기 시작했다. 감기가 심할 때는 눈에 황달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간 수치가 어떤 때는 400을 넘기도 했다. 동네병원을 다니고 그 보다 더 큰 병원을 찾았지만 뚜렷한 병명을 알지 못했다.

피검사 소변검사 각종 초음파 검사에서도 시원한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집근처에 있는 광명성애병원에 입원했고 거기서 의사로 있는 초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는 윌슨병으로 논문을 쓰기도 했다. 병을 의심한 아버지 친구는 서울아산병원을 추천했고 준용이는 거기서 윌슨병 환자로 등록됐다. 진단 이후 준영이는 페니실린 성분의 알타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친구 도움으로 확진 받고

하지만 이 약은 몸속의 구리 성분을 배출하는데는 도움이 됐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발진과 구토는 물론 복통이 심하고 미각이 사라지고 심지어 탈모 현상까지 나타났다.

약이 독하다 보니 해독하는 간에 손상이 심하고 췌장에 이상이 생겨 면역 기능도 저하됐다. 어떤 때는 뼈만 앙상할 정도로 살이 빠지고 볼이 노인 처럼 말라 붙어 황급하게 병원을 찾기도 했다.

아버지 최씨는 이 약의 부작용으로 당뇨병이 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 회사인 엠에스 디 에서 생산하는 트리멘틴을 처방받고 있다.

트리멘튼은 다행히 윌슨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지급된다. 

소아 1형 당뇨가 심해져 지난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던 준영이는 혈당 수치가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게 되자 집으로 돌아왔다. 동네 은행권에 다니던 어머니는 준용이의 병간호를 위해 아예 집에 들어 앉았다.

당뇨병까지 찾아온 준영이

준영이는 지금 인슐린 주사를 맞고 하루 세번 약을 먹고 멍한 상태에서 하루를 보낸다. 다행인 것은 지능은 보통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학교를 빼먹거나 학습시간이 적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지는 못한다.

지금 준영이는 사춘기 비슷한 것을 겪고 있다. 운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도 해야 하는데 운동을 못하니 짜증을 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2살 터울의 동생 예림에게 "네가 없어져라 "라는 심한 말도 한다.

그러면 예림이는 이런 말을 오빠가 했다고 부모에게 알린다.

아버지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한 명도 아니고 남매가 같은 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으니 그 아픔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 까.

하지만 아버지는 이 질환이 열성 유전으로, 태어날 아기의 25%에서 발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책임감을 더욱 무겁게 느낀다.

예림이를 낳기 전에 유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잔인한 말이지만 둘째를 낳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들 지금와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윌슨병은 전국적으로 약 500여명의 환자가 등록돼 있다. 미등록자를 합하면 이 보다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최씨는 말했다.

동생 예림에게도 병마가 찾아왔다

준영이 하나만 환자일 때는 서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아내를 다독이기도 하고 서로 위로 하면서 위안을 삼았. 그러나 예림이 마져 병마에 시달리자 한마디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내 능력으로는 감당을 할 수 없어요. 회사 택시를 하는 내 수준으로는 두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나지막히 말했다. 절망이 묻어 났다. 그는 운전을 하다 언제 사고가 나 생활이 안될 수도 있는 상황이 올 때를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애들이 커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 몫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그런 기대가 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성인 환자 가운데 행동장애나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택시 감당 못해 억장 무너져

최씨는 이런 고통을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느 정도 극복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하는 봉사는 다름아닌 직업의 특징을 살려 하는 교통 봉사다. 막힌 차의 흐름을 뚫어 소통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는 최씨는 교회도 다니면서 신앙의 힘을 얻고 있다.

"제 자식이 둘 씩이나 정상이 아니지만 다른 자식이 방송에 나와 고통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꼭 우리 준영이나 예림이가 생각나 눈물이 복받치기도 합니다."

더 나은 부모를 만났으면 아이들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하면 짠해 오는가슴을 어쩌지 못한다.

아내도 요즘은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 졌다. 초기 우울증도 찾아 온 것 같다는 최씨는 아이들에게 갑자기 화를 내고 울컥울컥 하는 아내를 보면 삶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견뎌 왔는데 앞으로 견디지 못할 것이 없다며 부모의 힘으로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고 다짐했다.

아내 우울증까지 하지만 부모의 힘으로 이겨낼터

6년간 윌슨병 환자 모임 회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이달 중으로 열리는 총회에서 새로운 회장에게 바통을 넘기려고 한다. 환자 부모 위주로 진행했던 모임을 환우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아이들도 성장했기 때문에 그 스스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부모들은 뒤에서 도울 예정이다. 다행히 서울아산병원에서 10년 프로젝트로 윌슨병 연구를 하고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윌슨 환자들은 서울아산병원 유한욱 교수와 서울대병원 서정기 전범석 교수에게 치료를 많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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