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폐암 트렌드가 소위 선진국형을 닮고 있다. 흡연이 주원인인 편평상피세포암에 비해, 여성이나 비흡연자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선암의 발생율이 더 높아졌다. 선암은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많이 발생해 선진국암으로 불린다.
대한폐암학회(회장 박찬일)는 제3회 폐암 퇴치의 날을 맞아 2007년 폐암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한국인의 변화된 폐암 트렌드를 확인하고자, 2007년 전국 89개 병원에 폐암 환자로 등록된 8,788명의 정보를 분석한 것이다.
이 결과, 과거에 많았던 편평상피세포암을 제치고, 선암이 발생률 1위로 급부상했다 (선암: 34.8%, 편평상피세포암: 32.1%). 지난 1997년 에는 편평상피세포암의 발생률이 선암을 크게 앞섰었다 (선암: 27.9%, 편평상피세포암: 44.7%).
이러한 선암의 발생 증가 현상은 여성 폐암 환자가 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선암은 흡연자에서도 유발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과 노인, 비흡연자에게 많은 암이다. 이번 폐암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여성 폐암 환자의 경우 선암 환자 수는 1338명으로 편평상피세포암 (274명)보다 5배 이상 많았다.
한편 대한폐암학회가 주요 6개 병원 폐암센터에서 총243명의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환자 10명 중 8명이 폐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폐암에 대해 사전 지식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의 64% 가 다른 질병 치료 중에 우연히 폐암을 발견하거나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폐암을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은 증상을 자각할 때는 암이 이미 상당히 진전된 경우가 많다. 이번 조사에서 흡연자는 설문 참여자의 62 %로 상당수가 폐암의 고위험군에 속해 있었으면서도 폐암의 위험성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던 셈이다.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인구 10만명 당 28.8명이 사망하는 암 사망원인 1위의 질환이지만, 증상이 거의 없고 진행이 빨라 조기 발견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대한폐암학회 박찬일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1만 5천 여명의 폐암 환자가 발생하지만, 상당수가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폐암도 제대로 알고,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다”며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대한폐암학회는 매년 폐암퇴치의 날을 지정, 캠페인을 통해 폐암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