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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고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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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고셔병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07.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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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면 강산이 변하는 긴 세월이다. 지금같은 급변기에는 더욱 그렇다. 영진이 아버지 이씨(44)는 지난 99년 12월, 희귀질환 환우 가족이 됐다. 영진이가 서울아산병원에서 고셔병 확진을 받았기 때문이다.

좀 더 일찍 병명을 알았더라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을 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금은 고셔질환에 대한 이해도 빠르고 질환을 연구하는 교수들도 늘었기 때문이다. 영진이는 병명을 얻는데만 1년을 허비했다.

3살이 되자 배가 불러 오기 시작

영진이는 3살 무렵 부터 환자의 징후를 확연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은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힘이 없어 축 쳐지기도 했다. 부모는 부랴부랴 집 근처 안산의 소아과를 찾았다. 의사는 고셔병이라는 병명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백병원으로 영진이를 옮겼다.

당시 부원장이었던 소아과 교수는 어렴풋 하게 희귀질환인 고셔 같다는 말을 하면서 서울아산병원 유한욱 교수를 추천했다.  유 교수는 여러가지 검사를 한 끝에 고셔 진단을 내렸다. 이때부터 영진이의 길고 지루한 병과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부모의 지극 정성 때문인지 다행히 영진이의 불러 오던 배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찾아 오는 경기를 막아낼 재간이 없다.  지능도 떨어져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겨우 7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예고 없이 찾아 오는 경기

운동감각이나 균형감각도 턱없이 부족하다. 등하교는 어머니의 몫이다. 하루종일 엄마는 영진이 곁에 붙어 산다. 부모는 자신들의 책임 때문에 영진이가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유전병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모 마음은 더욱 애잔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두 살 위의 형은 정상이다. 보균자 이지만 발병하지 않은 것이다. 형은 동생의 처지를 잘 이해해 주는 편이다. 같이 놀아 주기도 하고 엄마가 힘들면 대신 돌봐주기도 한다.

이씨는 " 영진이 때문에 싸운 적은 없다" 고 했다. 부부는 운영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긍정적으로 사고 하면서 영진이보다 더 심한 타입의 아이들도 잘 견디고 있는데 자신들은 이보다는 덜 한 것에 대한 위안을 삼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의 충격은 대단했다. 잘 받아 들이기 힘들었다.

자신의 아이가 하필 희귀질환에 걸렸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러나 고셔 공부를 하고 담당 교수와 상의 하면서 이제는 그런 회의에 빠져 들지 않고 있다.

"좋은 의술이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이씨는 힘주어 말했다.

신앙의 힘으로 극복 가능

그때까지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려고 한다. 부부가 신앙을 갖지 않았다면 지금같은 긍정적 사고를 같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 이씨의 판단이다.

다른 타입 보다는 좋다고는 하지만 영진이는 2주마다 병원에 가서 유한욱 교수의 진찰을 받아야 하고 같은 병원 소아신경과 유미선 교수와 상담해야 한다.

비장에 쌓이는 나쁜 세포를 없애기 위해 혈관에 효소를 주입해야 하고 경기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다.

영진이는 신경안정제도 달고 살아야 한다. 한달 치료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거의 전부가 세레자임 비용이다. 다행히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보통 한달에 500만원 정도 하는 병원비를 내고 낸 통합영수증을 관할 송파구보건소 제출하면 그 비용 만큼 혜택을 받는다. ( 단, 재산이 6억원을 넘는 경우 지원대상이 아니다.)하지만 각종 검사 비용이나 부대 비용등은 제외된다.

이씨는 "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평생 집도 없이 우울하게 살아야 하느냐" 고 항변한다. 그리고 "아이가 커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인 교습을 받는데 이런 지원이 없는 것은 사회성을 키워 주는데 장애요인"이라고 답답해 했다.

환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포괄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영진이는 지원을 받는 세레자임 치료 비용외에도 특수전문 교육과 재활치료 등으로 한달에 150만원에서 200만원을 쓰고 있다. 만만찮은 부담이다.

이씨는 정부가 좀더 고셔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 처음 병을 진단한 프랑스 의사 고셔의 이름을 따 병명을 붙였다.국내에는 100명 미만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핍박을 받던 유태인들의 근친혼 영향으로 유태인에게 많이 발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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