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수포로 덮고 사는 고 1 여학생이 있다.
이 여학생은 얼굴은 물론 몸 전체에 물집이 생기고 터져 좀 심한 표현을 빌리자면 보기에 매우 흉칙한 정도다.
흉칙한 얼굴에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하지만 소녀는 어느 누구보다도 당당하다. 사람을 만나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 학교도 잘 다니고 학원 공부도 열심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이지만 정상적인 또래 들보다 오히려 더 잘 극복하고 있다.
황효심( 가명) 양은 수포성표피박리증 환자다. 태어나 면서 부터 환자 였으니 사춘기 소녀가 됐다고 해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아버지 황씨는 그런 딸을 보면서 억장이 무너진다. 하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고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부모가 당당하니 딸이 당당한 것은 당연지사다.
"옮지 않는 병이라는 것을 학기초에 찾아가 아이들 앞에서 알렸죠. 이 아이는 이런 병을 갖고 태어 났지만 여러분과 똑같다. 선생님도 자주 아이들 앞에서 효심이를 껴안아 주고 하니 아이들이 잘 이해해 주고 있어요. "
황씨는 딸이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라고 어렸을 적 부터 밖으로 데리고 다녔다. 대개의 수포성 환자들이 외관상 나타나는 두꺼비 표피 같은 형상 때문에 외출을 자제 하고 숨어 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피부 뿐만 아니라 심장도 벗겨져
황양은 핏덩이로 태어났다.
국립의료원 의사들은 황양의 상태를 보고 기겁을 했다. 누구도 병의 진단을 내리지 못했고 당황했다.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발길질 하거나 손을 움직이고 몸을 뒤채면서 온 몸의 피부가 벗겨진 채로 세상에 나왔다.
" 그 때를 생각하면 눈 앞이 깜깜했지요. 하지만 용기는 잃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대학병원을 다니면서 딸의 병이 치료할 수 없는 희귀질환이라는 사실도 알았고요. 지금은 담담합니다."
황씨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절제된 말로 딸의 상태를 설명해 나갔다. 어디에 부딛치거나 닿거나 이불을 덮거나 불을 쪼이면 피부가 벗겨진다. 이런 상태는 가만히 있어도 나타난다. 피곤하면 더욱 심하다.
치료는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대증요법이 전부다.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이라고 황씨는 말했다. 콜라겐 형성이 잘 안돼 피부층이 딱 붙어 있지 않고 들떠 있어 진물이 나고 고름이 생긴다.
피부 뿐만이 아니다.
열번의 수술 끝에 겨우 목숨 건지고
내부 장기도 벗겨진다. 심장에 생기면 큰 일이다. 사망하기 때문이다. 가슴이 튀어 나오고 그래서 수술도 안된다. 심장 이상 때문에 19살 청년과 5살 아이 두명이 사망했다. 진짜 치료는 유전자 요법을 동원하는 것인데 이는 아직은 현실화 단계가 아니다.
황씨는 말을 이었다.
"손 발도 구축 됩니다. 굽어 지거나 발가락이 서로 붙어 손 발톱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관절 부위가 심하다고 했다. 그러니 제대로 걸을 수도 없다. 효심이는 무려 수술을 열 번이나 했다. 그런데도 뒤뚱 거리며 걷는다. 황씨는 그래도 효심이는 나은 편이라고 했다.
두 종류가 있는데 치사성은 사망하는 경우이고 이영양성은 그 보다는 덜하다는 것. 효심이가 바로 이영양성에 해당한다. 효심이의 피부는 지금 매우 두껍고 색깔은 거무 튀튀하다.
상처가 같은 부위에 자꾸 생겨 딱지가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반창고도 제대로 붙이지 못한다. 보통 반창고를 붙일 경우 반창고와 함께 피부도 떨어져 나온다. 그래서 스웨덴에서 수입한 특수 반창고를 써야 한다. 효심이는 지금 영동세브란스 병원 김수찬 교수의 관리를 받고 있다.
진료거부 의사들 히포크라테스 정신 새겨야
김교수가 진단했고 치료도 적극적이다. 황씨는 김교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다른 의사들이 환자들을 잘 보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한양대 피부과의 한 교수도 이 질환의 전문가로 알려졌는데 환자를 잘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의사 뿐만이 아니다.
지방의 경우는 환자 부모들이 질병을 설명하고 이해시켜 줘도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매번 서울로 올라와 응급처치를 받는 것도 어려워 의사들의 적극적인 치료가필요하다고 황씨는 주장했다.
곰보 인형의 얼굴에 온 몸이 수포로 덮힌 딸. 그 딸을 황씨 부부는 자랑스럽게 여긴다. 다행히 큰 딸은 정상이다. 등록된 환자는 30가족 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환자 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100가족 정도는 될 것이라고 황씨는 말했다.
유전자 치료에 한 가닥 희망을 품고
그는 딸이 천형의 고통을 받고 있지만 가족은 화목하다고 했다. 간혹 유전자 검사를 해서 누구 책임인지를 따지는 가족도 있지만 이런 일은 무의미 하다는 것이 황씨의 생각이다. 밝혀 내서 어쩌겠느냐고 반문했다.
효심이는 지금 35킬로그람의 몸무게에 키는 155센티미터다. 영양분이 표피로 다 빠져나가 정상적인 발육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마 입고 붕대 감고 학교로 학원으로 열심히 다니는 효심이를 보면서 황씨 가족은 오늘도 작은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유전자 치료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