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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질환자, 삶의 질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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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질환자, 삶의 질 생각할 때
  • 의약뉴스
  • 승인 2007.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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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혈우재단 이대근 과장
▲ 혈우재단 이대근 과장.

인류의 역사는 생존을 위협하는 질병과의 싸움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 중에 가장 역사가 오래된 질환 중 하나가 혈우병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혈우병과 유전성 출혈질환 환우들을 돕기 위해 지난 1991년 2월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이 설립되었습니다. 2006년 12월을 기준으로 모두 1,875명의 혈우병 및 유전성 출혈질환 환우들이 재단에 등록하여 진료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비록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재단이 설립 된 이후 10여년 동안 우리나라 혈우병 환우의 치료에 있어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사실 혈우재단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혈우병 환우가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연세 세브란스병원 정도였습니다.

또한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의 20%도 큰 금액이어서 많은 혈우가족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혈우재단의 설립 후 재단이 본인부담금 20%를 지원하고, 당시 보건사회부에서 전국의 10개 병원을 혈우병 지정병원으로 지정해 주어 혈우 환우가 비로소 걱정없이 진료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2001년부터 시행된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혈우가족에게는 생명의 빛과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고려해 볼 때, 진료비 중 건강보험 80%, 국가 예산 20%의 지원을 받는 혈우병 및 유전성 출혈질환 환우들은 많은 혜택을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이 점을 모든 환우들이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환우들의 삶의 질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됩니다.

혈우병 환우들은 기존의 교과서에 ‘성인이 되기 전에 대부분 사망한다’고 기술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혈액응고인자제제 보충요법을 통해 출혈질환이 없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기대 수명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잦은 출혈로 인해 장애를 갖기도 하지만 열심히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혈우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환우들에게 삶의 질의 향상은 그들이 질환이 없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교육을 받고, 취업을 하고, 직장생활․가정생활을 꾸려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용량의 응고인자 유지요법을 통해 많은 비용의 증가 없이 이러한 ‘꿈 같은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근의 외국 사례를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출혈 시에만 응고인자제제를 투여 받을 수 있는 혈우 환우들은 출혈에 따른 치료 때문에 44.8%의 환우가 연간 15.5일을 결석하고, 성인 환우의 경우 27.6%의 환우가 31.6일을 직장에 결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저용량의 응고인자 유지요법을 적용할 경우에 이러한 결근․결석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체중이 60㎏인 성인 환우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혈우병A 응고인자제제를 현재 월 10회의 원외처방을 받을 경우에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7천만원 가량이지만, 저용량의 응고인자 유지요법을 처방 받을 경우 약 7천4백3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연간 4백여만원의 비용으로 혈우 환우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응고인자 유지요법이 모든 환우에게 적용되기에는 보건예산 상의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성장판이 닫히기 전인 소아 환자에게라도 이러한 요법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소아 혈우 환우들이 장애 없이 건강한 몸으로 성장하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여성 출혈질환자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보통 혈우병은 남성에게만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는 혈우병A․B 여성 환우를 포함하여 100명에 가까운 여성 출혈질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출혈질환에 대한 태아 산전진단의 보험 적용 등이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소수에게 많은 보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쟁은 이제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건강한 다수가 도움이 필요한 소수를 도와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바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혈우재단 또한 혈우 환우 단체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혈우 환우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건 의료계통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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