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5-04 06:13 (토)
200만원 짜리 보이차를 먹다
상태바
200만원 짜리 보이차를 먹다
  • 의약뉴스
  • 승인 2007.02.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년된 보이차라며 한 잔 마시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런 권유를 한 사람은 중국 물건을 파는 중국에서 태어난 젊은 한국인 이었다.

조상이 백범 김구 선생의 경호원이라고 했다. 그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어눌한 한국 말씨로 봐서 그는 연변이나 혹은 길림성 근처의 조선족 인 것 같았다. 어쨋든 나는 길을 가다 우연히 중국 물건을 파는 가계에 잠깐 들렀다.

이것 저것 가격을 물어 보니 모두다 엄청난 고가였다. 흔한 호랑이 그림 한 점이 15만원이라고 했다.

 종이에 그려져 있는 복사판으로 한 눈에 봐도 조잡한 것이었는데 그 젊은이는 나를 봉으로 봤는지 아니면 살 의향이 없이 이것저것 가격만 물어보고 있어 귀찮은 손님을 떨쳐 버리기라도 하듯 그렇게 말했다.

얼굴에는 중국인의 특징일 수 있는 재미난 표정을 하면서 연신 웃고 있었다.

나는 좀더 진지해 지기로 했다. 호랑이 그림 옆에 있는 부처님 상을 사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가격 역시 10만원을 훨씬 넘었다.

색이 바래고 조금 찢어지고 낡은 것이었다. 수 백장의 복사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비싸다고 깎아 달라고 했더니 자신은 종업원이라 그럴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콩에 있는자기 아버지에게 물어봐야 한다며 전화를 걸었다. 걸기  전에 국제전화임을 여러차레 강조했다. 결국 나는 3만원을 제시했고 그 종업원은 5만원을 불러 호랑이 그림을 사는데 실패했다.

젊은이는 그림을 사지 않아도 좋으니 차나 한잔 마시라며 보이차를 권했다.

세번 우려내서 차를 마셨다. 차는 약간 상한 듯한 곰팡이 냄새가 났으나 뜨거움 때문인지 목에 넘어가서는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것 같았다. 차를 한 모금 마시자 차 선전을 했다.  200만원 짜리라고 했다.

50년이 넘었으니 비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간지에 난 어느 명사가 보이차를 상용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여줬다.

그 젊은이는 차는 싸게 팔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중국에서 태어났으나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젊은이의 친절과 사업수완에 대해서 잠깐 동안 사색에 잠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