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전 달마도 그림을 산 적이 있다. 지하철의 어느 역 이었는데 스님이 왠 그림을 하나씩 나눠주고 있었다.
불쑥 내민 손의 그림을 잡고 한 두 발자국 옮겼을까. 앞에 불전함이 보였다. 잠시 스님의 눈과 마주쳤고 나는 얼른 천원짜리 한 장을 그곳에 넣고 황급히 자리를 떳다.
아마 돈을 주고 사는 것이었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으면 내민 손을 잡지 않았을 것이다. 어쨋든 나는 그 그림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소중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괄시하는 것도 아니고 내 책상 뒷벽에 붙여 두고 있다.
매일 의자 뒤의 벽을 보면서도 그림의 존재를 잊고 있었은데 어느날 달마도 이야기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는 글을 보고 새삼 달마도의 존재가 생각났다. 자세히 보니 그림에 먼지가 묻어 있고 종이의 색이 바래긴 했지만 달마도의 인상은 여전했다.
달마도가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그림이 수맥도 차단하고 기를 불어 넣어줘 복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믿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각설하고 나는 달마도의 효과를 확실히 보았다. 아니 지금도 계속해서 보고 있다.
무언가 기댈 언덕이 있는 것은 좋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든 그 어떤 것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고 이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그는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마음의 힘을 위대하다. 앞으로는 달마도 그림에 더 신경을 쓰고 매사 감사하면서 살아야 겠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한 달마도와 달마도 그림을 내게 준 이름모를 스님께 감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