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마냥 서 있었다. 한곳에 기다림의 막다른 곳에 걸어서 걸어서 이제 서 있어도 걷는 것이 된 그것을 나무라 할까, 그것을 꽃이라 할까, 산마루에 멍청히 서 있는 측백 혹은 소철 한 구루, 걷다가 걷다가 지쳐 짓누르는 어깨의 세상 짐들을 부리고 너의 이름을 부리고 너를 부리고 마침내 막다른 그곳에 와서 나무는 세상에 늘어뜨린 제 그림자를 걷으려 스스로 꽃과 잎을 벗어버린 채 홀로 하늘을 진다. 산이 된다. 오세영 -<막다른 곳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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