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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막다른 곳에서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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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막다른 곳에서 (167)
  • 의약뉴스 김은주 기자
  • 승인 2006.10.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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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냥 서 있었다.
한곳에
기다림의 막다른 곳에
걸어서 걸어서
이제 서 있어도 걷는 것이 된
그것을 나무라 할까,
그것을 꽃이라 할까,
산마루에 멍청히 서 있는 측백 혹은 소철 한 구루,
걷다가 걷다가 지쳐
짓누르는 어깨의 세상 짐들을 부리고
너의 이름을 부리고
너를 부리고
마침내 막다른 그곳에 와서
나무는
세상에 늘어뜨린 제 그림자를 걷으려
스스로 꽃과 잎을 벗어버린 채
홀로 하늘을 진다.
산이 된다.

오세영 -<막다른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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