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가 손상되지 않은 HIV(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 환자들의 경우 일시적으로 투약을 중단해도 건강상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제기됐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 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스위스와 태국, 호주 등의 HIV 환자 430명을 대상으로 한 그룹에는 지속적인 치료를, 다른 그룹은 일시적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환자들 중 에이즈와 연관된 사망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항RNA종양바이러스(antiretroviral) 요법에 의한 치료를 사전에 일정을 잡아 중단할 경우, 환자의 건강에 역효과를 일으킬 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치료 중단 기간은 4주∼2년이었으며, 평균 치료 중단 기간은 약 4개월 정도였다.
또 사람의 피 속에 있는 백혈구 중 에이즈 감염시 현저하게 줄어드는 CD4 임파구의 숫자가 혈액 1㎥당 350개 이하로 떨어질 때 치료를 재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건강한 성인의 정상적인 CD4 수치는 500∼1,500개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에이즈 치료비가 대폭 줄어드는 것은 물론, 특히 약을 살 돈이 없는 아프리카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제네바 대학병원 HIV/AIDS팀 베르나르 히르셸 박사는 “이같은 결과를 통해 치료를 중단해야만 하거나 중단하기를 원하는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게 됐다”며 “연구결과는 치료를 중단할 때 CD4의 수치가 높다면, 치료 저항이나 합병증의 위험성이 낮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개월 마다 테스트를 거쳐 CD4의 수치를 모니터한다면 치료비의 40∼5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시적으로 투약을 중단하는 주된 이유는 약값과 편의, 부작용 등이며, 부작용에는 구역질, 구토, 설사, 지방 영양실조 등이 포함된다고 히르셸 박사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