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량.
눈의 가치가 그 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앞이 안 보이기도 하고 후천적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치명적인 일이다.
조인찬(55)씨도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눈 이상 환자다. 장애 1급 판정을 받았으니 시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는 길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의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정면시력은 눈 앞에 있는 손가락이 겨우 보이는 ‘안전수지’ 상태다. 눈 앞의 손가락만 판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의 시력은 중심시력과 주변시력으로 나눌수 있는데 조씨는 중심시력이 없는 것이다. 운전을 할 때 좌우를 보는 것이 주변시력이라면 중앙에 있는 신호등을 보는 것은 중심시력으로 비유할 수 있다.
사람을 마주 보고 이야기 해도 양쪽 귀는 보이지만 코와 입과 눈 등 중심에 있는 모양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생활하면서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정면에서 마주쳐도 모른 체 하고 지나가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신문이나 책 등 인쇄 매체를 읽을 수 없는 것도 곤욕이다. 점자를 배워 책을 읽지만 불편하기는 이를데 없다. 조씨의 발병은 87년 어느 날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태로 나타났다.
“ 눈의 가운데 부분이 잘 보이지 않고 부연상태가 됐죠.” 그 길로 병원에 가서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
“ 원인요? 아직 아무도 몰라요. 원인을 알면 치료방법도 찾을 수 있을 텐데 의사도 왜 발병했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어요.”
그는 근본치료는 안된다고 했다. 비타민 복합제, 비타민 A 등을 먹기도한다. 노바티스와 화이자에서 나온 주사약이 있지만 시력상실을 조금 늦춰 줄 뿐이다. 하지만 그는 지뿌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사제를 맞고 레이저 치료를 3번이나 받았다.
“ 한 300만원 쯤 들어요. 한 번 치료하는데. ‘비주다인’을 혈관주사로 맞고 주사약이 망막에 도달하는 40초 후에 약한 레이저 치료를 받았지요.”
그는 두 번째 치료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봤다고 한다. 시력이 무려 0.5 상태까지 나온 것이다.
그러나 3번째 시술에서는 시력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노바티스와 화이자에서 새로운 약에 대한 임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저시력 보조기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
흔히 말하는 확대경인데 외국의 경우 12배 확대경까지 나왔다. 처음에 6배 확대경으로 책을 읽었는데 어지러워서 적응하는데 고생을 했다. 서울역을 읽으려면 ㅅ ㅓ ㅇ ㅜ ㄹ 등으로 한자씩 끊어서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호사스러운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력은 점차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 언제 완전히 시력을 잃게될지 모릅니다. 두려움이 앞서죠. 정부에서 안경이나 확대경 지팡이 들을 살 때 80%를 보조해 주기는 하지만 레이저 치료 비용은 너무 비싸 한 번 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지만 직장을 다닐 수 없다. 유일한 직업인 안마행위도 위헌 판결을 받아 시각장애인들이 설자리를 잃었다. 그는 정부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다른 생계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안과 정흠 교수는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 광역학치료, 레이저 치료, 주사요법 등이 있다” 며 “그러나 완치되는 치료법은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예방법도 없다”고 강조했다.
*황반변성: 상이 맺히는 망막의 중심에 있는 황반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동양인은 서양인과 달리 누런색이 아닌 갈색이나 미국이나 유럽에서 의학용어로 정책돼 황반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망막의 중심에 상이 맺히지 않아 글을 읽지 못하고 정면에 있는 사물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국내는 약 2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