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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국물있사옵니다(1966)-처세술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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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국물있사옵니다(1966)-처세술은 이런 것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5.05.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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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상범은 새상식 즉 처세술을 적절히 활용해 결혼도 하고 부를 축적한다. 
▲ 주인공 상범은 새상식 즉 처세술을 적절히 활용해 결혼도 하고 부를 축적한다. 

[의약뉴스]

상범에게는 예쁜 아내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성아미다. 나이는 27세로 사장의 며느리나 8개월 전 상처해 상범과는 재혼이다.) 그 아내는 임신한 상태다. 오는 8월이 예정일이다.

누구의 아이인지는 모른다. 회사 박호필 전무의 애일지 모르나 상범은 자기애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46세의 박전무는 다른 사람의 대화에서만 나오고 한 번도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범은 그렇게 행복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돈이 있고 (임시직으로 출발해 경리과장을 거쳐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강도를 물리쳐 거액도 받았다.) 사장이 죽으면 회사를 물려받을 계획이다. 상범의 현 상황은 나쁘지 않다.

이것이 이근삼의 <국물있사옵니다>는 희곡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극의 마지막은 주인공 상범이 술이 취한 채 휘몰아 치는 을씨년스러운 날에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출장 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아내 아미는 출장을 떠나는 그런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서울로 장거리 전화를 건다. 급하게 그녀는 박호필 전무를 찾는데.

막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상범은 사장의 회사에 취직했다. 그 전의 회사에서는 합병에 반대하는 대열의 맨 앞에서 섰다. 그 회사 사장의 권유로. 하지만 합병에 반대하는 쪽의 폭행으로 쓰려졌고 깨어나 보니 경찰서 유치장이다.

데모 주동자로 몰린 그에게 앞장서라고 지시했던 사장은 따지는 상범에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게재가 아니라면서 내쫓는다. 종로의 제철회사에 겨우 임시직으로 취직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상범에게 어느 날 이웃집 용자가 찾아온다.

김치를 담가온 그녀는 은근히 상범에게 추파를 가진다. 상범은 그런 용자를 결혼 상대로 생각한다. 언제까지 여자의 벗거벗은 몸을 실은 영어 잡지만으로 살 수는 없다. 용자 어머니 문여사도 상범을 사위로 점찍고 있다.

둘의 결혼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한편 인천의 대학에서 로켓을 연구하는 상범의 형이 서울로 올라온다. 용자와 보기로 한 영화 티켓은 형에게 돌아가고 상범의 형은 그날을 계기로 용자와 결혼한다.

형에게 여자를 뺏기고 설상가상으로 아버지 환갑 비용까지 떠안게 된 상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허탈한 상범은 새상식이 필요한 시점임을 깨닫는다. 손해만 보고 살 수 없다는 것.

물 빠진 놈은 건져주지 말고 돌을 안겨 주고 자리는 양보하는 대신 앉기로 한다. 시쳇말로 뒷문으로 들어가든 앞문으로 가든 방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한편 상범이 사는 아파트에는 용자 말고도 소희라는 예쁜 여자가 살고 있다. 소희에게는 탱크라는 기둥서방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상범은 소희와 꿈같은 하룻밤을 보낸다. 둘은 살림을 차린다.

어느 날 상범이 집에 돌아오 보니 소희와 탱크가 얽혀있다. 당연히 상범은 화를 낸다. 하지만 소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당신은 법적인 남편일 뿐 실질적 남편은 탱크라는 것.

상범 몰래 혼인신고를 한 소희는 탱크와 함께 상범을 협박한다. 월급날 직원들에게 주기로 한 돈을 자기에게 넘겨주면 이혼서류를 주고 사라져 주겠다고 한다.

강도로 위장해 들어갈 테니 순순히 자루에 돈을 담아 주면 상범은 용서받을 수 있다. 코너에 몰린 상범은 그러마 약속한다. 권총을 들고 탱크는 약속한 날에 정확히 상범의 회사로 들이닥친다.

그의 강도 행각은 성공했을까.

하지만 탱크는 실수를 저질렀다. 상범에게 소희의 양말을 건네주면서 자신이 소희를 죽였다는 것을 암시한다. 새상식대로 살기로 하고 죽은 아파트 관리인이 맡긴 돈을 갈취하기도한 상범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상범은 옆에 있는 장총을 집어 들고 탱크의 등 뒤로 멋지게 총알을 먹인다.

살인자 상범은 체포되기는 커녕 일약 스타가 됐다. 신문이 연신 상범의 영웅담을 칭송하고 사장은 그에게 거액의 포상금을 안긴다. 그리고 언제부터 둘이 그런 사이가 됐느냐는 힐난 아닌 힐난을 하면서 자신의 며느리인 아미와 결혼을 허락한다.

상범 형은 대학교수보다 월급이 많은 초등학교 선생이 되고 동생은 바라던 회사의 취직에 성공한다.( 동생의 취직은 순전히 자신의 노력 때문인지 아니면 상범이 준 돈의 힘인지는 명확히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너도 사회 물정을 알아야 한다며 건넨 돈의 위력 때문인 것으로 의심이 든다. 이 희곡을 관통하는 힘은 처세술이기 때문이다.)

: 이근삼의 <국물있사옵니다>가 초연된 1966년은 자본주의와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시기였다. 주인공 상범은 사장으로부터 회사내 불순분자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른바 스파이. 그 임무를 착실히 수행하면서 임시직에서 정규직을 꿰차게 된다. 그 이전에 이미 사장의 비위를 맞추는 휴지를 건네주는 장면이나 사장이 장로로 있는 교회에 착실히 나가는 것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 상황에서 상범이 짜고 친 강도를 물리친다. 새시대에 맞는 새 상식을( 소시민으로 살면서 결혼과 물욕과 출세의 불안에 떨던 주인공 상범에 따르면 새상식은 처세술이며 떡고물 즉 국물을 챙기는 것이다.) 철저하게 적용한 결과다.

이근삼은 이 희곡으로 기존의 리얼리즘만을 고수하던 우리 연극계에 새바람을 불어 일으켰다. 특히 주인공이 관객을 향해 묻거나 독백하는 형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서사극의 형태를 뿌리내렸다.

한편 사냥을 하고 총기 손질을 하고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자주 등장하던 엽총은 탱크를 살인하는 최종 도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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