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혈관에 악영향 미치는 원투펀치
전 세계적으로 만성질환의 질병 부담이 늘어나면서 주요 진료지침이 보다 조기에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만 치료에 따른 이득과 함께 이로 인한 부작용과 경제적 부담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과거보다 환자들을 보다 세분화해 위험 요인에 따라 접근을 달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상지질혈증이다. 국내외 심혈관질환 관련 진료지침에서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을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세분화, 치료 목표를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에서 관상동맥질환이나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를 각각 초고위험군과 고위험군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당뇨병 환자 역시 유병기간과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유무에 따라 세분화, 이전보다 강화된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는 ▲연령(남성 45세 이상, 여성 55세 이상), ▲조기 심혈관질환 발생 가족력, ▲고혈압, ▲흡연, ▲낮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40mg/dL 미만) 등을 제시하고,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이 없는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2가지 이상인 경우를 중등도 위험군, 1개 이하인 경우는 저위험군으로 분류, 당뇨병 이외에 고혈압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동반질환으로 꼽았다.
이에 의약뉴스는 세계고혈압연맹(World Hypertension League, WHL)이 제정한 세계고혈압의 날(5월 17일)을 맞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전기현 교수를 만나 고혈압 동반 이상지질혈증의 위험과 치료 전략, 그리고 JUPITER와 HOPE-3 연구를 통해 심혈관질환이 없는 중등도 위험군 환자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크레스토(성분명 로수바스타틴)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고혈압 환자 72%, 이상지질혈증 동반
질병관리청은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 모두 질환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심혈관질환이나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지질ㆍ동맥경화학회가 2024년에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FACT SHEET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의 72%가 LDL-C 130mg/dL 이상 기준 이상지질혈증 환자로 보고됐다.
이와 관련, 전기현 교수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세 가지 질환은 생활 습관으로 인한 질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비만과 식습관뿐 아니라 운동 등 활동량도 큰 영향을 끼치며, 가족력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공통의 원인을 갖고 있어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제로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간한 FACT-SHEET에 따르면,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같이 치료받는 환자가 50%를 넘고, LDL-C 수치가 160mg/dL을 상회하는 환자도 55%나 된다”고 부연했다.
생활습관이나 가족력 등 병태생리기전뿐 아니라, 질환의 정의도 두 가지 질환을 동반한 환자가 많은 이유로 꼽았다.
이상지질혈증의 기준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것이 아니라, 동반질환에 따라 달라서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는 경우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들 중 LDL-C 정상 수치를 궁금해 하는 사례가 많은데, 질환 특성상 정상 수치보다는 목표 수치를 정하고 그에 맞춘 치료 전략을 짜야 한다”면서 “목표 수치에 따라 약물 치료가 필요한지, 약물 치료를 한다면 수치를 얼마나 낮출지를 결정한다”고 전제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를테면 당뇨병을 동반한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LDL-C를 100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로, 만일 당뇨병 환자의 LDL-C 수치가 100mg/dL보다 높으면 결국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것”이라면서 “실제로 당뇨병 환자 가운데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환자가 80%에 이르는 이유는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고혈압은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 수에 따라 목표 수치를 정하게 된다”면서 “위험 인자 중 하나가 고혈압이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일단 위험 인자를 1개 갖고 있는 상태로, 나이에 따라(남성 45세 이상, 여성 55세 이상) 위험 인자가 2개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런 환자들은 LDL-C 130㎎/㎗ 미만을 목표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위험 인자가 동반되면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기준점이 낮아지고, 그렇기 때문에 치료를 더 받아야 하는 환자가 많아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혈관을 망가뜨리는 주요 원인
고혈압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의 치료 목표를 더 높게 설정하는 이유는 두 질환이 동반될 경우 그만큼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기현 교수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혈관을 망가뜨리는 주요 원인”이라며 “혈압은 물리적인 압력으로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진행시키는 주요 원인이며,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두 질환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보다 쉽게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해 동맥경화가 생긴다는 것은 혈관이 딱딱해진다는 것이고, 그만큼 혈관의 압력이 높아진다는 의미”라며 “쉽게 비유하면 풍선에 물을 넣으면 물이 들어가는 만큼 풍선이 확장돼 그 안의 압력이 크게 높아지지 않지만, 유리관에 물을 억지로 넣으면 압력이 세지고 유리가 깨지게 되는 원리”라고 부연했다.
이어 “동맥경화는 압력이 가해지면 유리관처럼 깨지게 된다는 의미인데, 혈관은 보통 터지기보다 막히게 된다”면서 “이처럼 혈관 질환에 있어서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흔히 말하는 ‘원투펀치’가 되어 더 안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데이터에서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모두 갖고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혈압 동반 이상지질혈증 환자, 추가 위험 인자에 따라 LDL-C 목표 다르다
한국지질ㆍ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 유무와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에 따라 치료 목표(LDL-C 농도)가 달라진다.
이 가운데 고혈압은 학회에서 제시한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 중 하나로, 고혈압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한 가지 위험 인자를 보유한 것이기 때문에, LDL-C를 최소 130mg/dL 미만으로 낮춰야 하며, 추가 위험 인자나 동반질환에 따라 LDL-C목표는 더욱 낮아진다.
전 교수는 “치료 기준은 위험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위험 요인으로는 ▲연령(남자 45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 ▲조기 관상동맥 가족력(부모, 형제자매 중 남자 55세 미만, 여자 65세 미만에서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한 경우), ▲고혈압, ▲흡연, ▲낮은 HDL-C 수치(<40mg/dL) 등이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위험인자가 1개 이하인 경우에 LDL-C 160mg/dL까지는 약을 꼭 쓰지 않아도 되며, LDL-C 160mg/dL이 넘어가면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면서 “위험 인자가 2개 이상일 경우에는 LDL-C 130mg/dL부터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 “당뇨병 동반이환 환자는 LDL-C 100mg/dL, 당뇨병을 10년 이상 앓았거나 뇌경색, 대동맥 질환이 있는 환자는 LDL-C 70mg/dL로 기준이 낮아진다”면서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은 관상동맥질환으로,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있으면 LDL-C 목표가 50mgdL로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고혈압 동반 이상지질혈증 치료에도 기본은 ‘스타틴’
이상지질혈증 치료 지침이 보다 세분화되고 그에 따라 치료 목표도 더욱 강화되고 있지만, 약물치료 접근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 위험도에 따른 목표에 맞춰 우선 스타틴을 최대 내약용량까지 사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에 이르지 못하거나 부작용으로 스타틴 용량 증량이 어려운 경우, 에제티미브나 PCSK9 억제제 등 다른 지질 강하제를 추가한다.
이 가운데 스타틴은 가장 대표적인 지질강하제(콜레스테롤 저해제)로 간에서 콜레스테롤 생합성에 관여하는 HMG-CoA reductase를 억제, 콜레스테롤 합성을 차단한다.
수십년간 지질강하제로 가장 널리 사용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고하게 입증했을 뿐 아니라 가격까지 저렴해 이상지질치료의 백본(Back-Bone)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 교수는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로, 이를 통해 호르몬, 세포 등 여러 필요한 물질을 만든다”면서 “물질은 주로 간에서 합성이 되는데, 간은 공장 같은 곳이라 간에서 합성되어 사용하고 남는 물질들은 배설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어느 단계에 문제가 생기면 몸에 쌓여 LDL 콜레스테롤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LDL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많이 섭취하는 것”이라며 “원료가 많아지는 만큼 생산이 많이 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쌓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가운데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단계를 차단하는데, 쉽게 말해 공장에서 기계가 돌아가는 데 전원을 내려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면서 “비교적 부작용은 적지만 효과는 좋아 1차 약제로 많이 사용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크레스토 JUPITER 연구,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중요한 이정표
국내에 출시된 다양한 스타틴 제제 중 크레스토는 지질 강하효과가 가장 강력한 스타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03년 The American Journal of Cardiology에 보고된 STELLAR 연구에 따르면, 초기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스타틴 제제를 비교한 결과, 크레스토 그룹의 LDL-C 감소 평균 감소폭이나 LDL-C 목표도달률 등이 다른 스타틴보다 컸다.
뿐만 아니라 CYP450 3A4 효소에 의해 대사되는 일반적인 스타틴 제제와는 달리 CYP450 2C9에 의해 대사되기 때문에 CYP450 3A4에 의해 대사되는 약물이나 CYP3A4 유도제 및 억제제 병용시에도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다.
특히 JUPITER 연구를 통해 아직 심혈관질환이 발생하지 않은, 위험 요인만 있는 환자들에서 스타틴 치료의 임상적 가치를 입증,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전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약 8종류의 스타틴 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데, 효과는 크레스토가 가장 강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오늘날 스타틴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는 치료 패러다임을 정립하는데 기여를 한 연구 중 하나가 바로 JUPITER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체적으로 “1990년대 4S(Scandinavian Simvastatin Survival Study) 연구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아직 잘 모른다’라고 시작하는데, 이처럼 기존 연구들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높거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치료를 진행했지만, 심뇌혈관 질환이 없는 사람도 스타틴을 써보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면서 “이미 질환이 발생한 환자를 치료하는 것 외에 발병 전 위험 요소만 몇 가지 있는 사람들도 스타틴을 복용해도 효과가 있을까’를 연구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바로 크레스토의 JUPITER 연구로, 이 연구를 통해 크레스토가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연구 이후로 스타틴이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불로초를 찾았다는 반응이 있었을 정도”라며 “이처럼 JUPITER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굉장히 큰 획을 그었던 연구”라고 강조했다.
JUPITER는 크레스토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에 대한 주요 근거를 마련한 3상 임상이다.
이전에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고 LDL-C 130mg/dL 미만, 고감도 C반응 단백(hsCRP) 2.0mg/L 이상, 중성지방 500mg/dL 미만의 만 50세 이상 남성 또는 만 60세 이상 여성 1만 7802명을 대상으로 크레스토 20 ㎎의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 감소 효과를 위약과 비교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다기관 임상 연구다.
이 연구에서 크레스토 투약군은 치료 12개월 시점 LDL-C가 기저시점 대비 50%, hsCRP는 37% 감소했으며, 위약 대비 첫 번째 주요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은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HR=0.56, 95% CI 0.46-0.69, P<0.00001).
세부적으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또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을 47%(HR=0.53, 95% CI 0.40-0.69, P<0.00001), 심근경색의 위험은 약 54%(HR=0.46, 95% CI 0.30-0.70, P=0.0002), 뇌졸중의 위험은 약 48%(HR=0.52, 95% CI 0.34-0.79, P=0.002), 전체 사망 위험은 20%(HR=0.80, 95% CI 0.67-0.97, P=0.02) 줄여 대부분의 임상지표에서 유의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이 연구는 크레스토의 임상적 혜택이 조기에 뚜렷하게 나타나, 중앙 추적관찰 1.9년 시점에 조기 종료됐다.
또한 이 연구를 근거로 관상동맥 심질환에 대한 임상적 증거가 없는 50세 이상 남성 및 60세 이상 여성에서, hsCRP 2mg/L 이상이며, 하나 이상의 추가적인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가 있는 환자의 심혈관 질환에 대한 위험 감소 적응증을 획득, 고혈압 동반 이상지질혈증 환자 치료에 중요한 옵션이됐다.
전기현 교수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혈관을 동시에 공격하는 ‘원투펀치’”라며 “일단 스타틴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콜레스테롤로 인한 혈관 문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동맥경화의 진행을 늦추면 혈관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고, 결과적으로 혈압 상승을 방지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 스타틴 자체가 혈압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약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스타틴은 혈관 내피 세포의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혈관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면서 혈압을 조절하며 이 가운데 혈관이 확장돼야 혈압이 떨어지는데, 스타틴은 산화질소 생성을 촉진시켜 혈관 확장 기능을 개선하고, 결과적으로 혈관 보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스타틴은 항염증(항산화) 효과도 있다”면서 “동맥경화는 넓게 보면 전신에 나타나는 염증 반응의 결과로, 콜레스테롤이 혈관 내로 침투하면서 만성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이 과정을 억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스타틴은 전신 염증 반응 완화에 효과적인 약물로 알려져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례로 “JUPITER 연구에 따르면, 염증 지표를 나타내는 CRP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스타틴을 투여한 결과, 위약군 대비 CRP 수치가 낮아진 것을 확인했다”면서 “결론적으로 스타틴은 단순히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혈관을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이 가운데 크레스토는 유일하게 죽상동맥경화증 진행 지연 적응증이 있는 스타틴”이라고 역설했다.

◇LDL-C, 낮을수록 좋지만 접점을 찾아야
크레스토는 JUPITER뿐 아니라 HOPE-3 연구를 통해서도 심혈관질환이 없는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이 연구는 심혈관질환이 없지만,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중등도인 환자 1만 2705명을 대상으로 크레스토 10mg 투약군과 위약군의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을 비교한 임상으로, 아시아인이 절반을 차지했다.
중앙 추적관찰기간이 5.6년에 이른 이 연구에서는 지질강하제(크레스토), 혈압강하제(칸데사르탄+이뇨제), 지질 및 혈압강하제 병용요법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평가했는데, 지질강하제 단독요법 평가에서 크레스토 투약군의 주요 심혈관 이상사건(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위험이 위약군보다 24%(HR=0.76, 95% CI 0.64-0.91, P=0.002) 낮았으며, 당뇨병의 발생 위험은 차이가 없었다.
또한 지질강하제와 혈압강하제 병용요법 평가에서도 크레스토와 칸데사르탄, 이뇨제 복합제 병용요법군의 주요 심혈관계 이상사건 발생 위험이 29% 더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HR=0.71, 95% CI 0.56-0.90, P=0.005)
다만, 혈압강하제 단독요법의 이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는 연구 설계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전기현 교수의 지적이다.
전기현 교수는 “HOPE-3 연구는 콩팥 기능이 다소 저하됐거나 혈당이 높은 사람 등 심혈관계 중증도 위험군을 대상으로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 감소의 이점을 검증한 연구”라며 “연구에서는 혈압 강하와 콜레스테롤 강하를 위한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단일 맹검을 진행했는데, 혈압 강하를 위한 고혈압 치료제로 ARB와 이뇨제 복합제를 투여했고, 콜레스테롤 강하를 위해서는 로수바스타틴(크레스토)을 투여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 연구는 설계할 때 고혈압 환자라면 시험 약제(고혈압 복합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아닌 다른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를 등록했는데, 다시 말해, 혈압이 정상이거나 아니면 고혈압이 있어도 다른 약으로 잘 조절하고 있는 사람을 등록한 것으로, 그런 의미에서 시험약이었던 혈압약에는 불리한 설계라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로 인해 “혈압약의 효과가 없기 보다는 혈압이 높은 사람에만 효과가 있었던 것”이라며 “실제로 연구의 하위 분석 결과, 혈압이 143mmHg 이상인 사람들에서는 혈압약의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혈압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설명하자면, 혈압이 높으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혈압이 너무 낮아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에서는 혈압 수치와 상관없이 혈압 강하제를 투여해 정상 수치였던 사람의 혈압이 더 낮아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LDL-C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며 “이 연구에서도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계없이 스타틴으로 수치를 낮추면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LDL-C를 낮출수록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부작용과 비용을 고려,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모든 약이 그렇듯, 효과가 있는 만큼 부작용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약의 효과가 강할수록 부작용 발생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치료제의 용량이 높아지면 부작용도 커진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이 안에서 적절한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특히 “스타틴 같은 약제는 장기간 복용하기 때문에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한다”면서 “LDL-C를 낮추는 것이 유익하긴 하지만, 정해진 목표 수치보다 낮은 상태라면 별다른 추가 위험이 없다는 뜻으로, 물론 스타틴으로 수치를 더 낮추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부작용 우려와 비용을 생각했을 때 반드시 더 낮출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심혈관질환이 없는 환자, 조기 복합제 전환 근거 부족
국내외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에서는 여전히 스타틴을 1차 치료제로, 최대 내약용량까지 사용한 후 다른 치료제를 병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연구에서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 단독요법보다 중간 용량에서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고, 시장에서는 보다 빠르게 에제티미브 복합제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심혈관질환이 없는 환자에서는 이처럼 조기에 병용요법으로 전환하는 전략의 근거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만약 크레스토 10mg을 쓰고 있는 환자에서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크레스토를 20mg으로 증량하거나, 에제티미브를 병용하는 두 가지 치료 옵션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연구가 IMPROVE-IT으로, 급성 관상동맥질환이 심한 환자에서 에제티미브를 병용했을 때의 예후를 살펴봤는데, 연구 결과, 통계적으로 약 5% 정도 개선 효과가 있었지만, 아주 획기적으로 예후를 좋게 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래도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쓰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 증량하는 것 보다 병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연구에서도 고용량 스타틴 단독 요법과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를 비교했을 때, LDL-C 감소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고, 부작용은 고용량 스타틴 단독요법군에서 더 많이 발생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복합제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접근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JUPITER 연구와 같이 별다른 질환이 없는 사람의 1차 예방 차원에서 복합제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면 빠르게 시작해 장기간 유지해야
최근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치료제들도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당장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아니다 보니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지 않고,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오래 유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의 개념은 무시한 채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효과가 불충분한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상지질혈증이 대표적인 사례로, 질환에 대한 인지도나 치료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50~60%선에 머물러 있고, 그나마 치료를 시작한 환자 중 장기간 치료를 유지하는 환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기현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이 세 가지 만성질환 중에서, 고혈압은 집이나 약국에서 쉽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고, 측정 즉시 수치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이 높게 나오면 곧바로 경각심을 갖게 된다”면서 “당뇨병은 워낙 합병증의 위험이 잘 알려져 있어 혈당 수치가 높으면 바로 경각심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은 병원에 가서 채혈을 해야만 수치를 알 수 있고, 결과가 나와도 위험 요인에 따라 목표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며, 수치가 높아도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마치 흡연처럼 누적될수록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 최대한 낮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담배로 예를 들면, 수십 년간 흡연한 사람이나 잠깐 흡연한 사람 둘 다 흡연자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다르다”면서 “당연히 수십 년간 흡연한 사람이 폐암, 폐질환 등이 생길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 이처럼 위험 물질에 오래 노출될 수록 위험이 높아지는 건 상식적으로, “콜레스테롤의 위험 역시 누적 노출량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지금 몸 속의 피가 온몸을 순환하며 혈관 벽을 지나가고 있는데, LDL-C가 높은 상태로 혈관에 계속 흐른다면 그만큼 혈관이 위험한 환경에 계속 노출돼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젊었을 때부터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은 노출량이 계속 가파르게 올라가게 되고, 낮았던 사람은 완만하게 올라가게 된다”면서 “어떤 기준을 넘으면 심혈관질환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동맥경화성 질환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는 의미로, 가파르게 올라가 발생 위험을 높이기 보다는 기울기를 낮춰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젊다는 이유로 혹은 건강기능식품 정도로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높은 LDL-C 수치에 계속 노출돼 기울기가 가파르게 올라가게 된다”며 “LDL-C 수치가 높다고 해서 당장 내일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누적되는 것으로, 남들은 70대에 생길 병이 50대에 생길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암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완치될 수 있지만, 콜레스테롤은 계속해서 혈관에 쌓이기 때문에 약을 먹는다고 해서 콜레스테롤 자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날수록 진행이 누적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따라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경우 빨리 기울기를 낮춰서 심혈관 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은데 무조건 약을 권장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나쁜 상태라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해 장기적으로 혈관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