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의료사고처리법에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조합의 존립과 직결된 중대 사안이라는 인식으로, 앞으로도 급변하는 의료 환경과 입법적 도전에 강력하게 맞서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 박명하 이사장과 대의원회 양동호 의장은 지난 30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의료사고처리법에 강경 대응을 천명하며 조합원들의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회원 서비스 강화ㆍ조합 안정 최우선
박명하 이사장은 조합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회원 서비스 강화를 꼽았다.
특히 최근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낙상 사고 관련 분쟁에 주목했다.
박 이사장은 “낙상 사고로 인한 공제 접수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회원들의 고충이 크다”며 “단순 배상을 넘어, 낙상 예방 가이드라인과 실제 분쟁 사례를 담은 뉴스레터를 제작, 정기적으로 발송해 선제적인 예방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다양한 의료분쟁 유형에 대한 예방 정보 제공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매년 의협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의료분쟁 예방 연수교육의 질적 향상을 약속했다.
그는 “교육 내용을 더욱 내실화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교육이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분쟁 발생 시 조합원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전담 상담 시스템을 구축,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전했다.
그는 “공제 접수부터 최종 처리까지 전문 상담 인력이 1:1로 배정돼 조합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안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조합원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조합의 안정적인 운영 기반 마련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박 이사장은 “금융사고는 예방이 최선”이라며 “선제적으로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금융사고 예방 TF'를 구성,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전산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추진해 조합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고, 금융 사고 리스크를 줄이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자원으로 회원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이미 취임 직후 낮은 금리의 수시 입출금 통장 운용 방식을 개선해 이자 수익을 2000% 이상 증대시키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면서 재정 건전성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부 결속 다지고, 과도한 형사처벌 문제 공론화
작년 5월 취임 이후 격동의 시기를 보낸 의료배상공제조합 대의원회 양동호 의장은 “이사장 교체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조합원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회무 안정에 주력했다”고 회고하며, 내부 시스템 정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2013년 공제조합 발족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온 정관 및 규정들을 현실에 맞게 대대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이를 위해 정관 및 규정 개정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 중으로, 어떠한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내부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정부가 주도해 의료사고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의료 행위의 당사자인 의료계가 배제된 채, 환자 단체와 심지어 시민단체까지 참여해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그 결과 환자 변호인제 도입, 사과법 도입 등 국내 의료 현실과 동떨어지고 오히려 현재의 필수의료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는 독소 조항들이 포함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 의료인에 대한 책임보험 의무화 법안 발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공제조합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과도한 형사처벌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양 의장은 “2013~2018년 통계 기준 의료분쟁으로 인한 형사처벌 건수가 영국은 4건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70건에 달했는데, 이는 검찰 기소율로 따지면 영국 대비 약 695배, 일본과 비교해도 265배나 높은 수치”라고 역설했다.
이어 “낮은 수가에도 불구하고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할 정도로 형사처벌 부담이 과도하며, 동시에 민사소송 배상액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면서 “이 두 가지가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작년 공청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1억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면서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연구용역을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로 우리나라 의료 환경의 심각성을 법조인, 정치인, 그리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불합리한 법 제도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조합은 오는 5월 25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연구의 중간 분석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연구 통해 사법 리스크 완화 법적 근거 마련

의료배상공제조합 의료사법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신초 총무이사는 “이번 연구는 국내외 민ㆍ형사 의료분쟁 관련 법률과 판례를 체계적으로 분석,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환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의료 환경 등 공익적 이익과 의사의 권리 보호라는 측면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잡힌 의료분쟁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의료 환경을 조성하고 필수 의료의 몰락을 막으며, 대한민국 의사들이 겪는 민ㆍ형사적 사법 리스크를 완화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공제조합과 의협 차원에서 의료사고처리법 제정안에 대한 대응 논리를 개발하고, 대정부 설득 등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구축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사고처리법 반대, 부작용 심각”
논란의 핵심인 의료사고법에 대해 공제조합 지도부는 한 목소리로 신중론을 펼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명하 이사장은 “환자 부담 원칙과 형사처벌 특례 조항 등 의료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법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특히 의무 가입을 강제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수가 반영이나 정부의 책임 분담 논의가 부족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의무 가입으로 조합의 외형적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긍정적인 효과만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양동호 의장은 “정부가 제시하는 의료사고법의 주요 골자인 사과법, 환자 대변인제, 복수ㆍ컨퍼런스 감정, 책임보험 의무화 및 공적 배상 체계 등은 기존 의료분쟁조정법 체계 내에서도 충분히 개선ㆍ보완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법제화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히려 그는 “분쟁 조정 참여 의무화는 오히려 진료 공백을 야기할 수 있으며, 각종 위원회 신설과 복잡한 감정 절차는 객관성ㆍ신뢰성 저하는 물론, 감정 지연과 소송 남발 등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제조합은 현재 의료계가 공식적으로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된 상황이라며, 향후 법안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의협과 긴밀히 공조해 공청회 참여, 의견서 제출 등을 통해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전달, 입법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흔들림 없는 버팀목 역할 강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제조합은 의료인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박명하 이사장은 “꾸준한 조합원 수 증가는 조합에 대한 회원들의 신뢰와 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에 부응하기 위해 화재 종합 공제 상품 출시, 최고 5억원까지 보장하는 공제 상품 운영, 가입 회원 대상 무료 단체상해보험 제공 등 실질적인 혜택을 확대하고 있으며, 민ㆍ형사 소송에 대한 법률 자문 지원과 합의 과정에서 형사 고소 예방 노력 등 법적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동호 의장은 “공제조합은 1981년 공제회 설립 이후 40년 이상 의료사고 처리 노하우를 축적해 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 기관”이라면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합리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85% 수준인 분쟁 완결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의사 회원들이 조합에 가입해 힘을 보태주신다면,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호소했다.
◆5월 25일 정기총회 분수령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대의원총회는 공제조합의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양동호 의장은 “이번 총회에서는 ▲정관 및 규정 개정 ▲의료사고처리법 대응을 포함한 조합 발전 방안 논의(연구 용역 중간 보고 포함) ▲예결산 심의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며 “조합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인 만큼 대의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의료분쟁 완결률을 90% 이상으로 높이고, 모든 회원이 안심하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료사고처리법이 잘못된 방향으로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명하 이사장은 “조합을 믿고 가입해주신 조합원들께 감사드리며, 투명한 경영과 회원 이익 최우선을 통해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