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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의학회 “양적 팽창 넘어 중환자의료 질적 도약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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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의학회 “양적 팽창 넘어 중환자의료 질적 도약 시급”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5.04.2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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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학술대회 개최...“병상 늘려도 지킬 의사 없는 현실” 현장 어려움 토로

[의약뉴스] 중환자의학회가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 의료체계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질적 개선의 시급성을 강력히 촉구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조재화)는 24~25일 코엑스 마곡에서 진행되는 정기학술대회를 기념해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 (왼쪽부터) 박성훈 총무이사, 이상민 학술이사, 조재화 회장, 홍석경 기획이사, 김정민 홍보이사.
▲ (왼쪽부터) 박성훈 총무이사, 이상민 학술이사, 조재화 회장, 홍석경 기획이사, 김정민 홍보이사.

학회는 현재 한국의 중환자 의료체계가 양적 팽창만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의료 개혁을 추진하며 병상 확충에 집중하고 있으나, 중환자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한 포괄적인 논의는 배제된 채 병원들이 최소 기준 충족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

코로나19 팬데믹 등 국가적 보건 위기 대응을 위해 병상과 장비를 늘리는 '양적 팽창'에 자원이 투입되었지만, 이는 질적 개선을 담보하지 못하며 선진국형 중환자 의료체계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 중환자 의료체계는 ▲전담 전문인력의 절대적 부족 ▲진료 표준화 미비 ▲다학제 협력 한계 등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 치료의 질이 국제 기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조재화 회장은 현재 중환자 의료 현장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전공의 이탈 후 교수들이 고강도의 당직 근무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열악한 지방에서는 버티지 못하고 이탈하는 교수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일주일에 3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던 시기에는 한숨도 못 잤고, 현재는 5일에 한 번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힘든 근무환경”이라며 “대체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홍석경 기획이사는 는 중환자실 의료진의 번아웃 실태를 언급하며 “최근 조사에서 중환자실 의료진의 70%가 번아웃을 호소했고, 시니어 의료진의 44%가 심각한 번아웃 기준에 해당했다”고 밝히고, “이처럼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병상을 늘려도 이를 지킬 의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수가 인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환자실 등급화 등 질적 개선을 위한 후속 논의가 의정 갈등으로 완전히 중단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의료 개혁 4대 개혁안에서 중환자 의료의 질적 개선 논의가 배제된 채, 최소 기준에 맞춘 병상 수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김정민 홍보이사는 “병실을 늘리더라도 최소 기준에 맞춘 인적, 시설적, 장비적 인프라로는 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디테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표했다.

이어 “중환자 진료는 고도의 전문성과 시스템이 필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개혁 과정에서 중환자가 응급ㆍ중증 분야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외부에서 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중증도가 낮은 환자들을 위한 중중환자실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며 관련 연구는 마쳤지만, 이 역시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는 것.

학회는 중환자 진료는 단순히 병상과 장비의 숫자로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며,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양에서 질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며, 중환자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 차원의 강력한 정책 개입과 함께 ▲중환자 의료 전담 전문 인력 양성 및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 확대 ▲전국 단위의 중환자 진료 표준화 및 질 관리 체계 수립 ▲다학제 기반 협진 및 중환자 재활 연계를 포함한 통합 진료 체계 구축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중환자 의료 정책 수립 및 예산 지원 강화 등 개혁 과제가 시급히 이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회는 중환자실이 의료체계의 마지막 보루이며, 이번 의료 개혁에서 중환자 의료체계 강화가 제외된다면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중환자 진료 수준이 지금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의 중환자 의료체계가 단순한 병상 수 확장을 넘어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정책 전환과 국가적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중환자의학회는 4월 24~25일에 걸쳐 코엑스 마곡에서 The 45th KSCCM Annual Congress ㆍ Acute and Critical Care Conference 2025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회는 Reviving ICUs, Restoring Hope(중환자실 소생, 희망 회복)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국제학술대회가 현재의 의료위기를 극복하고 중환자의학의 핵심 내용 및 새로운 주제를 공유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술대회에는 6개국 140명의 초청 연사(국내 123명, 해외 17명)가 참여하며, 9개국에서 접수된 98편의 초록이 발표될 예정이다 (구연 47편, Poster Discussion 51편, E-Poster 77편). 강의장 내 실시간 AI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여 참여자들의 이해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상민 학술이사는 “이번 학술대회 쇼룸에서는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공간을 나누어 실제 진료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최신 의료 장비 및 의약품 시연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술대회 전날에는 중환자 이송 시뮬레이션 워크숍을 통해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과 전문의, 전공의는 물론 응급 구조사, 간호사 등 다직종 의료진이 실제 장비를 활용하여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는 실습 교육을 제공했다”며 다직종 교육이 학회의 중요한 특징임을 강조했다.

박성훈 총무이사는 “사전 등록 및 현장 등록 인원을 합쳐 역대 최고 수준인 1200여 명이 참석했다”며 “이는 현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중환자 의학에 대한 많은 관심과 열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분야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며, 해결을 위해 많은 도움과 다양한 의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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