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건강보험 지출 증가의 주된 원된 원인을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상승으로 지목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특성을 간과했을 뿐 아니라, 연구 방법론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KDI는 최근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이라는 제하의 연구 결과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이 OECD 평균을 넘어섰으며,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율이 중앙정부 재정지출 증가율을 2배 이상 상회하는 등 의료비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
이 가운데 2009년부터 2019년 사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76.7%가 가격 요인, 14.6%가 수량 요인, 8.6%가 인구 요인이라며, 고령화보다는 의료 서비스 가격이나 이용 증가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외래 서비스 가격 요인이 전체 증가분의 38.7%를 차지했으며, 의료기관 종별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 증가가 24.9%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는 의원급 수가 상승률(28.4%)이 병원급(18.1%)보다 컸기 때문으로,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의원급이 상급의료기관과 경쟁하면서 과잉 진료나 고비용 서비스 공급 유인이 커졌는 분석이다.
이에 KDI는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를 주도하는 가격 요인을 관리하기 위해 현행 행위별 수가제 지불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묶음ㆍ포괄수가제 등 성과 기반 지불제도를 도입해 의원급 의료기관이 주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애 의료정책연구원이 반박하고 나섰다.
먼저 KDI 연구의 근간이 되는 보고서가 아직 발간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신속한 발간을 촉구했다.
이어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을 가격, 수량, 인구로 분해하는 분석 방식에 방법론적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해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가격 상승과 서비스의 강도(intensity)를 구분하지 못해, 최신 의료 장비 도입, 고품질 의약품 사용, 전문화된 서비스 제공 등 의료의 질적 향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모두 가격 요인으로 집계될 수 있다는 것.
즉, 서비스 강도, 질병의 복잡성, 기술혁신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격 요인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이다.
국민 생활 수준 향상, 근거 중심 의학 확산,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의료 서비스에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며, 명목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고급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요구 증가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전문의 중심 일차의료 체계로 상급병원에서 고비용으로 진료받아야 할 질환을 일차의료에서 저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진료하고 있으며, 의료기관 방문 건당 진료비 역시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역설다.
한국의 건당 외래 방문 비용은 약 5만 1928원으로, 영국의 약 7만 7300원, 캐나다의 약 11만 8400원에 비해 50~6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의료정책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저비용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 지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효율적인 운영 결과”라고 전제했다.
이어 “건강보험 지출 요인을 분석할 때에는 단순 요인 분해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다차원적이며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일부 지표만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평가하는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