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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수련 시스템 사실상 붕괴, 새 패러다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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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수련 시스템 사실상 붕괴, 새 패러다임 '절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5.04.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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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료포럼 도제식 한계와 왜곡된 환경 누적 결과...모듈 기반 프리랜서형 대안 제시

[의약뉴스] 대한민국 전공의 수련 제도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도제식 모델의 한계와 왜곡된 의료 환경으로 인해 사실상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공의들이 병원 운영의 '값싼 노동력'으로 전락하고 수련의 질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미래의료포럼(대표 주수호)은 최근 정책 제안서를 통해 기존 시스템의 회복은 어렵다고 판단, 전공의가 특정 병원에 소속되지 않고 필요한 역량을 모듈 단위로 이수하는 모듈 기반 프리랜서형 수련 제도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제안했다.

▲ 전공의 수련을 모듈 기반 프리랜서형 수련 제도로 개편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전공의 수련을 모듈 기반 프리랜서형 수련 제도로 개편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먼저 포럼은 기존 전공의 수련 시스템이 경험 중심의 도제식 모델에 기반했으나, 전공의가 병원 운영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되면서 노동 환경 변화, 필수의료 기피, PA 등장과 맞물려 구조적 문제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상급 연차 전공의 부족은 도제식 교육을 어렵게 만들고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지원 기피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전공의 사직 사태는 이러한 시스템의 균열을 넘어 사실상 붕괴로 이어졌으며, 현재 대부분 수련병원에서 신입 전공의 교육을 위한 상급 연차 부재 상황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포럼은 “정부가 근무 시간 단축 등 수련 환경 개선을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PA 합법화와 전문의 중심 병원 재편을 통해 전공의 필요성을 줄이려는 모순적인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근본 문제 해결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왜곡된 의료 환경이 도제식 수련 방식을 비정상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게 포럼의 설명이다.

포럼은 “낮은 의료수가로 교수들이 교육보다 진료에 매달리고, 전공의는 입원 환자 관리 인력으로 전락하며 다양한 술기 습득 기회를 잃었다”며 “필수의료 분야의 저수가와 심화된 사법 리스크는 젊은 의사들의 해당 분야 수련 기피를 부추겼고, 이는 다시 상급 연차 전공의 부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됐다”고 전했다. 

전공의 부족 해결 미봉책으로 활용된 불법 PA는 전공의 임상 경험 기회를 더욱 줄였고, 전공의 특별법 시행 후 수련교육 시스템 변화 미흡은 임상 경험 부족 문제를 심화시켜 결국 전임의 추가 수련을 필수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포럼은 전통적 도제식 시스템 회복은 어렵다고 보고,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전공의 수련 제도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붕괴된 시스템을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모듈 기반 프리랜서형 전공의 수련 제도를 제안했다. 

포럼은 “이 제안의 핵심은 전공의 수련을 기간 중심이 아닌, 전문 역량별로 세분화된 모듈(Module) 단위의 습득으로 전환하고, 전공의가 특정 병원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수련 병원과 단기 계약을 맺어 필요한 모듈을 이수하는 방식”이라며 “마치 대학 학점 이수와 유사하며, 각 모듈에는 명확한 역량과 평가 기준이 설정된다”고 말했다.

전공의는 원하는 모듈을 제공하는 병원과 계약해 훈련받고 평가를 통과하면 모듈 이수 학점을 얻게 되며, 필요한 모든 필수 및 선택 모듈을 이수 시 전문의 자격 취득 자격이 부여된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다양한 기관을 오가며 스스로 수련 계획을 설계하는 프리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해당 제도는 수련 기간을 고정하지 않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개인 역량에 따라 최소 3년(인턴 포함) 상당 모듈 이수 시 조기 전문의 자격 신청이 가능하며, 최대 7년 내(군 복무 제외) 요건 충족을 목표로 한다. 이는 수련 속도 자율성을 부여하고 출산, 육아, 질병, 군 복무 등으로 인한 수련 중단 시에도 이수 학점을 인정받아 경력 단절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포럼은 수련 기간과 관계없이 엄격한 역량 평가를 통해 전문의의 질 관리를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의 자격 취득 방식도 기간 중심에서 인증 중심으로 변화하며, 모듈 이수 현황과 최종 역량 평가를 종합 관리할 독립 기구인 (가칭)전문의 수련 인증원 설립을 통해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자격 인증이 이루어지도록 제안했다. 

또한, 과거 수련을 중단했거나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일반의에게도 추가 모듈 이수를 통해 전문의 자격 취득 기회를 제공하여 의료 인력 활용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안된 모듈형 수련 제도는 여러 긍정적인 기대 효과를 가진다. 교육 측면에서 전공의의 자기 주도 학습과 역량 중심 수련을 가능하게 하고, 병원 간 교육 품질 경쟁을 촉진해 전반적인 수련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포럼은 “전공의 삶의 질 측면에서는 교육생 신분을 명확히 해 병원의 노동력 착취를 줄이고 모듈별 계약으로 근무 조건 투명성을 확보한다”며 “수련 중 휴식이나 겸직을 통한 경제적 안정과 일ㆍ삶의 균형 추구, 여성 의사 경력 단절 해소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는 모든 전공의가 필수의료 기본 모듈을 이수하게 해 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하고, 인력 수급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장기적인 전문의 확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래의료포럼은 이러한 획기적인 제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포럼은 “각 전문 과목별 수련 모듈 정의 및 평가 기준 표준화 작업, 전문의 자격 인정 법령 및 제도 개편, (가칭)전문의 수련 인증원 설립 근거 마련 및 전문의 시험 방식 변경 등 법ㆍ제도 개편이 필수적”이라며 “무엇보다 수련 병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와 모듈 수련 제공에 대한 충분한 재정 지원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교육은 국가 보건의료 유지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 하에 정부의 예산 지원 확대가 필요하고, 전공의들도 자기 주도적 수련에 대한 인식 변화, 의료계 전반의 권위적 문화 개선 및 멘토링 문화 정착, 불필요한 연구/논문 부담 재고 등도 필요 과제로 지적했다.

모듈 기반 제도로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과도기적 방안으로 강화된 체크리스트형 수련 제도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포럼의 설명이다.

포럼은 “기존 연차별 틀을 유지하되 필수 역량 체크리스트를 강화하고 미완료 시 타 병원 파견 등 유연성을 부여해 점진적으로 모듈형 제도를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라며 “동시에 모듈형 수련의 단기 계약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공의의 고용 불안정 및 불공정 계약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권리 보호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표준 수련계약서 도입, 전국 단위 임금 기준 설정, 인증원의 계약 관리 및 병원 평가 기능 강화, 투명한 온라인 플랫폼 구축, 전공의 대표 기구 법적 권한 강화 등을 통해 안정적이고 공정한 환경에서 수련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미래의료포럼은 “실효성 없고 모순적인 현재 정부 정책을 철회하고, 해외 사례를 참고하되 한국 실정에 맞고 젊은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며 “전공의 수련은 단순한 인력 활용이 아닌 미래 보건의료와 국민 건강을 위한 투자라는 걸 명심하고,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의가 지속적으로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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