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병원생활 끝에 열 살 난 최용준 어린이는 얼마 전 퇴원했다. 하지만 건강한 몸으로 집에 온 것이 아니고 다시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잠시 들른 것이다.
가혹하지만 용준이의 병은 현대의학으로 완치할 수 없는 병이기 때문이다.
집보다 병원이 더 친숙한 용준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병을 달고 나왔다. 정확히 생후 2개월째 발병했다. 어머니는 열이 나는 용준이를 안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병원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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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경씨가 아들 용준이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웃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 ||
정씨는 혼전에 이미 자신이 보인자라는 것을 알았다. 남자 아이일 경우 50%의 확률로 발병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친정언니의 조카가 환자였다.
어릴 적 언니의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어려서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결혼을 고민했다. 차마 자신이 보인자라는 말을 할 수 없어 언니를 통해 지금의 남편에게 모든 사실을 알렸다. 남편은 보인자라는 사실이 사랑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둘은 결혼했고 행복했으며 그 결실로 임신했다. 임신 5개월째 양수검사를 했다. 병원은 정확한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제대혈 검사를 하자고 했고 정씨는 거절했다. 검사가 위험하기도 했지만 자신도 건강하고 남편도 건강하니 태어날 아이도 건강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이는 건강했으나 겨우 두 달 간 이었다.
“ 항생제를 쏟아 붓고 있어요. 혈관주사는 놓을 수 없죠. 여러 번 주사를 놓다 보면 혈관이 사라집니다. 숨고 도망가는 것이지요. 가슴을 절개하고 호스를 통해 항생제가 들어갑니다.”
그는 항생제를 쏟아 붓는다고 표현했다.
균이 들어오면 균을 이길 수 있는 세포가 몸에 없어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내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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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천성무감마블린혈증 환자의 혈중 단백을 전기영동한 모습. 다섯개의 분획중 마지막 분획이 정상에 비해 현저하게 감소된 양상을 보인다.( 사진좌) 유전자 이상을 찾아 내는 진단 방법으로 정상(normal) 에서 보이는 AGGG 뉴클레오타이드가 환자(patient)에서는 결손으로 나타난다. 어머니가 보인자(carrier)에서는 두 가지가 섞여있다. | ||
반코마이신은 기본이며 이미페넴 등 현재 나와 있는 가장 독성이 강한 항생제도 마다하지 않는다.
“ 결국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겠지요. 그것이 걱정입니다.” 정씨는 겨우 들릴만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다행히 용준이의 지능은 문제가 없다. 5살 때 뇌수막염이 걸렸고 병원은 뇌에 이상이 있을 것을 걱정했으나 정상이다.
“ 공부를 잘 할 수는 없어요. 한 번 입원하면 5-6개월을 병원에서 지내야 하니까요. 작년 8월에 입원해서 지난 3월 퇴원한 것이 최근입니다.” 정씨는 건강한 아이들을 보면 조금 속상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용준이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수영장도 못 보내고 공기 안 좋은 곳은 피하고 운동도 심하게 할 수 없으니 속상할 수밖에 없다. 병원비로도 숱한 돈을 썼다. 뇌수막염이 걸렸을 때는 4천만원이 들었고 3월에 퇴원할 때는 1천만원이 나왔다. 다행히 보험이 적용돼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부담이 되지만 어쩌겠어요. 그렇다고 살아있는 목숨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어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 빚을 내면서라도 치료를 할 것이라고 했다. 병원비 두려워 치료를 그만 둘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 둘째 아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성구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산 경험도 있다.“ 솔직히 계획임신은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우연히 들어서면 낳을지 말지 심각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아마도 이 질환을 가지고 있는 엄마들의 공통된 생각일 겁니다. ”
그러나 용준이 처럼 엄마 아빠가 건강하니 우리 아이는 예외일 것이라는 교만과 자만한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태어나는 아이가 발병한다면 그 순간부터 앞으로 이어질 끝없는 고통은 순전히 아이의 몫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대신 아파하고 견뎌줄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10년간 함께한 병마를 통해 깨닫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을...병원가자고 하면 슬픈 눈망울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잘 견뎌내고 있지만, 이성이 있어 참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가혹한가.
세브란스병원 소아면역과 김동수 교수(사진 위 )는 “ 이 질환의 첫 번째 증상은 감염으로 인체가 침입해 온 세균을 이겨낼 수 없다” 고 말했다.
그는 “모계 유전이며 부모가 이상이 없는 돌연변이로도 발병할 수 있다" 며 “치료는 T 세포의 장애가 있는 경우 골수이식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고 B 세포 이상인 경우 골수이식을 할 수 없어 항생제를 이용한다” 고 설명했다.
T, B세포 모두 이상이 있는 복합면역 결핍의 경우 외국은 골수이식 성공사례가 있으나 국내는 아직 없다. 김교수는 환자의 거의 대부분은 B세포 이상 때문에 발병한 환자라고 말했다.
*만성육아종증- CDG(chronc granulonatous disease) 25만명 당 1명 꼴로 발병하는 매우 드문 희귀질환이다. 유전성 면역결핍으로 세균이나 박테리아의 침입에 대해 자체 방어할 힘이 없다. 항생제를 주로 사용해 치료한다. 30세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 골수이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