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지역 의사회에서 직선제 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부산시의사회에서만 안건이 통과됐다. 서울시의사회와 광주시의사회는 정족수 미달로 안건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의협에 따르면, 간선제로 회장을 선출하는 지역의사회는 서울시의사회, 부산시의사회, 광주시의사회, 충청북도의사회, 경상북도의사회까지 총 5곳이다.
회장 직선제는 회원 전체 참여와 의견 수렴이 가능해 의사회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직선제로 당선된 회장은 정책 집행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인기주의에 영합하기 쉽고, 바람몰이 당선의 가능성과 선거 후 회원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회무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고, 회무를 잘 모르는 부적합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회장 간선제는 회무의 연속성이 보장되고, 평균 이상의 자질을 가진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회장을 선출하는 대의원들이 후보의 자질이나 경력에 상세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직선제에 비해 선거 후유증이 비교적 적다는 것.
그렇지만 직선제에 비해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회원 전체의 의견수렴이 부족하고 의사회에 대한 회원 관심이 줄어들 수 있으며, 대의원 사이에 정치적 로비가 선출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각각의 장단정미 뚜렷해 간선제로 회장을 선출하는 지역 및 직역의사회에서는 직선제 전환이 자주 거론되는 안건 중 하나다.
실례로, 간선제로 회장을 선출하고 있는 서울시의사회와 부산시의사회는 매년 총회 안건으로 직선제 전환이 상정되고 있으며, 광주시의사회 역시 올해 정기총회에 회장 직선제 전환 안건이 상정됐다.
그러나 이들 중 올해 정기총회를 통해 회장 직선제로 전환한 곳은 부산시의사회가 유일했다.
부산시의사회는 지난 2002년부터 회장 직선제 선출을 위한 회칙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회칙 개정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 3분의 2 출석, 재석 대의원 3분의 2 찬성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해 번번이 부결됐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는 의결 정족수를 충족, 오는 2027년 제40대 회장 선거부터는 직선제로 진행하게 됐다.
부산시의사회와 달리, 서울시의사회와 광주시의사회는 회장 직선제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광주시의사회 정기총회에는 회장 직선제 안건이 상정됐으나, 재석 대의원 수이 회칙 개정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서울시의사회도 마찬가지로,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직선제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점호할 정도로 공을 들였으나 회칙 개정에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한미애 의장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의장은 “서울시의사회 회칙에 따르면, 대의원은 총회 및 소속 분과위원회에 참석할 수 없으면, 회의 개최 10일 전까지 소속 분회장에게 불출석 사실 및 그 사유를 보고해야 하고, 보고를 받은 분회장은 지체없이 교체대의원에게 회의 출석을 통지해야한다”며 “이번 총회에는 중요한 안건이 올라와 특별히 하루 전까지 교체대의원을 신고하라고 했고, 오늘까지도 교체대의원을 보내겠다는 곳이 있어서 받아줬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회칙 개정을 위해 기표소와 투표용지까지 모두 준비했는데, 안건을 상정도 하지 못해 허무하다"면서 "내년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정기총회는 서울시의사회 예산, 결산, 사업계획 등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이기에, 선거가 있는 해에만 참석해선 안 된다”면서 “모든 대의원은 회원들, 그리고 각 구를 대표하는 분들이기에 이에 자부심을 가지고 총회에 참석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시의사회 좌훈정 부회장도 의협 정기총회 때 발생한 정족수 미달 사태와 비교하며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지난 20여년 동안 회장 직선제 안건이 구의사회 건의안건으로 정기총회에 올라왔다”며 “그동안 통과되지 않은 가장 큰 문제는 정족수 미달인데, 의협 역시 정기총회 때 정족수 미달로 회칙이 통과되지 않은 적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의협은 지방에서 올라온 대의원들이 많아 차 시간에 쫓겨 이석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좌 부회장의 설명이다.
좌 부회장은 “우리의 진정한 적은 정부, 국회가 아니라 회원들의 무관심과 미참여가 아닌가 싶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어 “젊은 의사들이 왜 의사회에 참여하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이는 무관심도 있지만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지 못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회원 무관심의 가장 큰 원인 중에는 회장을 간선제로 선출해 회장 이름도 모르는 회원이 있다는 것”이라고 직선제 전환에 힘을 실었다.
이에 “분과위원회에서 회장 직선제를 통과시킨 대의원의 뜻을 존중, 대의원회 산하에 회칙 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으면 한다”며 “이를 통해 기존 간선제와 회원들이 원하는 직선제의 장점을 결합해 새로운 회칙 개정안과 선거관리 규정을 만들어 내년 총회에서 통과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