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정부가 의과대학끼리 해부용 실습용 시신, 카데바를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나서자 의협이 졸속 정책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다음달 2일까지 2025년 교육ㆍ연구 목적 시체 제공기관 운영 지원 사업에 참여할 의과대학 및 종합병원을 모집한다. 올해 사업 예산은 7억 92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3배 증액됐다.

올해 연구 목적 시체 제공기관 4곳과 별도로 교육 목적 제공기관 1곳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교육 목적 제공기관에는 총 5억 12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이는 연구 목적 제공기관(기관당 7000만 원)보다 약 7.3배 많은 금액이다. 운영비와 장비비로 4억 2000만 원이, 시신 수급ㆍ처리 인건비로 9200만 원이 지원된다.
현재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신은 기증받은 기관에서만 해부할 수 있는데, 정부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 시신을 기관 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교육 목적 제공기관은 실습용 시신을 다른 대학에 배분하는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계와의 합의는커녕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카데바 관련 언론보도에 의한 보건복지부의 시각은 카데바 공유, 400구의 시신이 남는다, 수입할 수 있다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며 “카데바를 마치 물건이나 기자재와 마찬가지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카데바를 대하는 복지부 측의 태도는 경건한 마음으로 해부학에 임했던 모든 의사만 아니라 의과대학을 신뢰하고 시신을 기증해 주신 분들께 큰 상처와 배신감을 안긴다”며 “이러한 태도를 바탕으로 추진 중인 정책이 과연 얼마나 시신 기증자나 유가족을 존중하고 그 의사를 온전히 반영할 것인지, 진정 윤리적 토대 위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해부학 정책을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또 “이러한 정책은 시신 기증 기피 및 전체적인 기증 시신의 감소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본인 혹은 가족의 시신이 어느 곳에 사용될지 모르고, 더 나아가 시신이 전국을 떠돌 수도 있다면, 유족은 어디서 고인을 추모해야 할지 알 길이 요원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에 따라 전체적인 카데바의 기증 수가 오히려 감소할 여지도 있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나아가 의협은 “결과적으로 해당 정책은 시신 기증자의 자기 결정권과 존엄성을 해치고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의과대학 증원 추진으로 인해 예견되었던 교육 시설과 설비 부족, 열악한 교육 환경 문제 중 하나를 무마하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올바른 정책을 준비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