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는 김택우 회장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는 전임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에 따른 보궐선거인데다, 비상계엄 사태까지 일어나 선거열기가 좀처럼 오르지 않은 채 비교적 차분하게 치러졌다.
제43대 의협회장 선거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몇 가지 키워드로 선거를 살펴보았다.

의협 회장선거에서 가장 흥미로운 키워드는 기호 1번 낙선 징크스다.
간선제로 치러진 제37대 회장 선거를 포함해 총 11번의 선거에서 총 53명의 후보가 출마, 이중 기호 1번이 당선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제41대 회장 선거가 당시 기호 1번 임현택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결선투표에서 기호 3번 이필수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 낙선하고 말았다.
기호 2번이 당선된 사례는 제36대, 제38대, 제39대 회장 선거로 3회, 기호 3번은 제32대, 제33대, 제34대, 제40대, 제41대, 제42대 회장 선거로 6회. 기호 4번은 제35대 선거 1회, 기호 5번은 유일하게 간선제로 치러진 제37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기호 1번을 받은 김택우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위(8103표, 27.66%)를 차지했고, 주수호 후보와 경합이 붙은 결선투표에서도 1위(1만 7007표, 60.38%)를 차지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결선투표 관련 선거관리규정상 1차 투표 득표율이 높은 후보에게 기호 1번을 부여하는데, 김택우 후보가 1차 투표, 결선투표 모두 기호 1번으로 선거에 나서 1위를 차지, 무려 24년 만에 1번 후보 낙선 징크스를 깬 것이다.
또 다른 키워드는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추천서와 당선의 상관관계다.
의협 선거관리규정 제30조는 ‘선거에 입후보하는 회원은 5개 이상의 지부에 나누어 선거권자 500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며, 각 지부당 최소 50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천서 규정은 후보자의 난립을 막고,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1년 8월 28일 선거관리규정 제정 당시부터 포함됐다.
제정 당시에는 선거권자 200명의 추천을 받도록 했지만 후보자가 특정 단체나 직역과 연계할 때 대표성과 다양성이 저해되는 등 추천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에 따라, 2012년 간선제 선거를 앞두고 3개 시도 지부 각 30명이 포함된 300명으로 조건을 확대했다.
이어 2014년 보궐선거에서 5개 시도 지부 각 50명이 포함된 500명으로 한층 더 강화,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간선제를 제외한 최근 7회 선거에서 추천서를 가장 많이 제출한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3회였고, 추천서를 가장 적게 제출한 후보가 당선된 사례도 2회였다.
2007년 35대 회장 선거에서는 기호 1번 경만호 후보가 366장, 기호 2번 김성덕 후보가 668장, 기호 3번 김세곤 후보가 430장, 기호 4번 주수호 후보가 346장, 기호 5번 윤창겸 후보가 472장의 추천서를 제출한 가운데 주수호 후보가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2009년 36대 회장 선거에서는 기호 1번 전기엽 후보가 369장, 기호 2번 경만호 후보가 392장, 기호 3번 주수호 후보가 1450장, 기호 4번 김세곤 후보가 1188장, 기호 5번 유희탁 후보가 205장을 제출, 이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추천서를 제출한 경만호 후보가 당선됐다.
보궐선거로 진행된 2014년 38대 회장 선거에서는 기호 1번 유태욱 후보가 1200장, 기호 2번 추무진 후보가 2000장, 기호 3번 박종훈 후보가 1000장을 제출, 가장 많은 추천서를 확보한 추무진 후보가 당선됐다.
2015년 39대 회장 선거는 기호 1번 임수흠 후보가 2640장, 기호 2번 추무진 후보가 1300장, 기호 3번 조인성 후보가 2134장, 기호 4번 이용민 후보가 1100장, 기호 5번 송후빈 후보가 1500장를 제출, 모든 후보가 1000장 이상의 추천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추천서 수로는 4위였던 추무진 후보가 추천서를 가장 많이 확보한 임수흠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2018년 40대 회장 선거는 기호 1번 추무진 후보가 1000장, 기호 2번 기동훈 후보가 1000장, 기호 3번 최대집 후보가 941장, 기호 4번 임수흠 후보가 2000장, 기호 5번 김숙희 후보가 26599장, 기호 6번 이용민 후보가 2500장을 제출했는데, 추천서를 가장 적게 제출한 최대집 후보가 당선됐다.
2021년 41대 회장 선거에선 기호 1번 임현택 후보가 700장, 기호 2번 유태욱 후보가 850장, 기호 3번 이필수 후보가 2007장, 기호 4번 박홍준 후보가 1536장, 기호 5번 이동욱 후보가 1400장, 기호 6번 김동석 후보가 1842장의 추천서를 제출한 가운데, 당선은 추천서를 가장 많이 받은 이필수 후보의 몫이었다.
2024년 42대 회장선거에선 추천서를 가장 많이 받은 임현택 후보가 당선됐는데, 당시 추천서는 기호 1번 박명하 후보가 755장, 기호 2번 주수호 후보가 900장, 기호 3번 임현택 후보가 1338장, 기호 4번 박인숙 후보가 1200장, 기호 5번 정운용 후보가 900장을 제출했다.
간선제를 제외한 직선제 7차례 선거에서 추천서를 가장 많이 낸 후보는 세 차례 당선됐고, 네 차례 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추천서 수가 당선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득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제43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가장 많은 추천서를 제출한 후보는 기호 4번 이동욱 후보로 2200여장을 제출했고, 이어 기호 1번 김택우 후보가 1600여장, 기호 2번 강희경 후보가 1302장, 기호 3번 주수호 후보가 900여장을 제출했다. 기호 5번 최안나 후보는 가장 적은 800여장을 제출했다.
다만, 후보자가 공개한 추천서 수는 선거권자가 아닌 회원이 추천한 경우도 포함돼 있어 선관위가 집계한 최종 유효 추천서 수와는 일부 차이가 있다.
이 가운데 추천서를 가장 많이 낸 후보는 2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고, 최다 추천서 후보는 결선이 치러진 제41대 선거와 제42대 선거 모두 결선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선관위에 추천서를 가장 많이 제출한 이동욱 후보가 4위에 그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의협회장 선거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키워드 중 하나는 기탁금이다. 의협은 지난 2001년 32대 회장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면서 기탁금 규정을 도입했다.
후보의 난립을 막기 위해 후보 등록시 1000만원의 기탁금을 납부한 후 10% 이상 득표하지 못할 경우 협회에 귀속되도록 했는데, 액수가 조금씩 올라 선거인단 간선제로 치러진 37대 선거에서는 3000만원으로, 3년 뒤 38대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다시 5000만원으로 인상됐다.
이번 제43대 회장 선거에 춣마한 다섯 후보자 모두 기탁금 규정에 따라 5000만원을 선관위에 납부했다.
그동안 직선제로 치러진 선거에서 기탁금을 돌려받지 못한 후보는 제33대 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우종원(8.89%), 주신구(5.26%), 제34대 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한성(9.70%), 김대헌(9.45%), 김방철(6.20%), 윤철수(3.05%), 제35대 회장 선거에 출마한 윤창겸(6.24%), 제36대 회장 선거에서는 전기엽(7.84%), 유희탁(6.13%), 제41대 회장 선거는 김동석(9.15%), 유태욱(4.57%), 제42대 회장 선거에서는 정운용(2.68%) 후보 등이었다.
간선제로 치러진 제37대 회장 선거에서는 최덕종(7.97%), 주수호(5.17%), 전기엽(0.77%) 후보가 기탁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제43대 회장선거에서는 총 유권자 5만 1895명 가운데 2만 9295명이 투표에 참여, 56.45%의 투표율을 기록한 제43대 회장 선거에서 김택우 후보가 8103표(27.66%)를 얻어 1위, 주수호 후보가 7666표(26.17%)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최안나 후보가 5543표(18.92%)로 3위, 이동욱 후보가 4595표(15.69%)로 4위, 강희경 후보가 3388표(11.57%)를 얻어 5위를 차지, 5명의 후보 모두 득표율 10%를 넘겨 기탁금을 돌려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