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의료정책의 중장기 계획이 있었다면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장 김교웅)는 오는 4월로 예정된 정기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최근 의협회관에서 2025년도 대의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임인택 교수는 보건의료 정책과정의 이해라는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문제점으로 중장기 발전대책이 없어 지속된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년 7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근거 규정이 마련됐지만, 지금까지 수립되지 않고 있다”며 “올해 국정과제에 필수의료ㆍ예방관리ㆍ감염병 등이 담겼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는 과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인 그림이 있었다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며 “장기적인 미래 발전에 대한 그림이 없었기에 이런 정책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상황은 기술발전과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미래발전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정부와 의사단체 간에 신뢰가 없어 보건의료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정부와 각 협회 간의 정책협의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신뢰인데, 그동안 진정성 있는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협의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고, 강경한 대응이 이어졌으며, 수가협상은 결렬되기 일수였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고난도 필수의료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미흡해 필수진료과 기피가 가속화됐다”며 “구체적으로 비급여 진료비가 2010년 8.1조원이었는데, 2023년에는 20조원이었으며, 2024년 전공의 지원도 피부, 성형은 100%지만, 소아청소년과는 25.7%, 흉부외과는 38.1%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해 논의할 여건도 미흡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의료분쟁이 워낙 많아지니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정부에는 의료계의 형사처벌에 대한 통계가 없었다”며 “지금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를 한다고 했을 때, 데이터나 근거에 기반한 협의를 해왔냐고 봤을 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최상목 권한대행이 2026년도 의대정원 제로베이스에서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예전에 비하면 많이 진전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조금씩 유동적인 상황이 됐으니, 이를 계기로 뭔가 갖춰질 수 있는 상황이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유화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지만, 이를 의료계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정부에 명분을 쌓을 수 있는 요구를 하고, 이를 잘 이행해가는 것을 보면서 협상을 하는 방식으로 명분과 실익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 김택우 회장이 선제적으로 정책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선제적인 정책 제시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의료계가 필요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끌어내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임 교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의료 질 향상의 수단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AI 등 기술발전을 실제 의료정책에 적극적인 변수로 도입했으면,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굉장히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미국과 영국의 병원에서는 진료에 AI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의사들이 진료할 때의 생산성이나 역량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는 실제 의대 정원을 어느 정도 늘릴 것이냐에 대한 고려할만한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기술 발전이 의료의 질이나 의료인의 진료 효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