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결선투표에 돌입한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1차 투표에서 낙선한 후보들의 은밀한 특정 후보 지지로 혼탁해지고 있다. 선거를 주관하는 선관위의 모호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1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1차 투표 결과 기호 1번 김택우 후보가 8103표(27.66%)를 얻었지만, 과반에 이르지 못해 2위를 차지한 기호 3번 주수호 후보(7666표, 26.17%)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결선투표는 오는 8일 저녁 6시까지 진행되며, 1차 투표 당시 두 후보 간의 표차가 437표(1.4%)밖에 되지 않아 초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1차 투표에서 낙선한 일부 후보들이 암묵적으로 주수호 후보 지지를 표명하면서 선거판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
먼저 강희경 후보의 경우, 1차 투표 후 투표 종료 직후 자신의 SNS와 메신저에 주수호 후보와 찍은 사진으로 프로필을 변경,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강 후보는 낙선 직후 “같은 마음으로 전체 의사회원의 뜻을 하나로 만들어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연륜 있는 후보에게 결선투표의 한표를 꼭 행사해달라”고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적으로 주 후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리더십과 연륜을 강조했던 주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동욱 후보 역시 공식적으로 주수호 후보의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으나, 낙선 직후 지난 1년간 진행한 대통령실 앞 투쟁을 중단하겠다는 글을 게재해 논란이 됐다.
이 후보는 “의료계에서 유일했던 이 투쟁을 외면하지 않고, 힘을 모았더라면,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의대증원 반대 비대위(위원장 김택우)와 이어진 임현택 집행부가 지금까지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탕핑(중국의 신조어로 바닥에 평평하게 누워있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방임했기에 앞으로도 외쳐야 할 과제가 여전히 의대증원 반대, 필수의료패키지 결사 저지로 남아있다”고 썼다.
이를 두고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올린 글에 당시 비대위원장인 김택우 후보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자칫 주수호 후보의 지지로 보일 수 있다”며 “결선투표 이후에 올려도 되는 글을 굳이 결선투표가 진행 중인 지금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주수호 후보가 강희경, 이동욱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최안나 후보 역시 낙선 직후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 후는 “의료정상화를 위한 최안나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며 “모두 결선투표에 참여 부탁드리며, 저도 새 회장님이 이끄는 의협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이는 차기 집행부 참여를 조건으로 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의협 선거규정은 결선투표시 선거운동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결선투표에 진출한 후보자들의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1차 투표에서 낙선한 후보들에게도 지지를 표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이에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고광송가 결선투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세밀히 개정하거나, 아예 결선투표 선거운동 금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 의사회 임원은 “지지의사표시 외에 특정 후보와 찍은 사진 게재나 부적절한 언사 등에 대해서 모두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에 제대로 바로 잡지 않으면 결선투표가 계속 혼탁해질 것이고, 한번 혼탁해진 선거를 바로 잡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결선투표 선거운동을 금지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1차 투표 후, 후보간 연대를 제대로 막을 수 없다면 결선투표 선거운동을 공식화하거나, 아예 결선투표를 없애버리는 것도 고려해봐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