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기초의학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와 이목이 쏠린다.
의학 연구와 임상 진료의 근간인 기초의학이 교수 부족 문제로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란 지적이다.
고신대 의과대학 김우미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 뉴스레터에 ‘기초의학의 전망과 개선 방안의 모색’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내 의과대학은 좋은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하고자 노력해왔고, 이를 통해 임상의학의 수준도 빠르게 향상됐다.
의학의 전반적인 학술적ㆍ기술적 측면은 물론, 의료 장비와 시설을 포함한 진료 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의학교육이 진료 중심의 의사 양성에 집중하는 동안, 기본의학교육의 토대는 취약성을 드러냈고, 기초의학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그 근거로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및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연구보고서를 제시했다.
의학한림원의 보고서는 현재 46세에서 55세 사이의 많은 기초의학 교수가 향후 15년 이내 정년퇴직해 기초의학 분야 교원이 자연적으로 감소하며, 20년 후에는 현재 인원의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교수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각 학회가 최소 5년마다 10명 이상의 기초의학 전공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KAMC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초의학교육의 현황과 전망’ 보고서는 기초의학 교수 부족 심화요인으로 부교수ㆍ조교수와 의사 대학원생이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교수 충원 자원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 충원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김우미 교수는 “의대생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기초의학 진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기초의학 분야의 인재 양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는 비수도권 대학에서 두드러지는 문제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연구 인프라의 양극화 영향으로 비수도권 대학에서는 기초의학 교수진 충원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이는 비수도권 대학 재학생들의 기초의학 진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높게 나타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초의학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기초의학 연구자들의 안정적 연구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체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기초의학 교육과 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통합적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기에 더해 기초의학 인력양성을 위한 대학의 정책과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BME(기본의학교육)-GME(졸업 후 교육)-CPD(전문직업성 평생개발)간의 연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기초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 기초의학 분야 인재 양성과 교육 역량을 강화시키는데 집중해야한다”며 “기초의학 교수진 확보, 연구인프라 확충,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 그리고 지역사회가 연계된 혁신적 정책 수립과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대생들이 기초의학 진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배경으로 꼽은 경제적 이유와 연구 성과 부담, 진로 전환 제약 등을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연구 참여 경험이 있는 학생일수록 의학 연구와 기초의학 진로에 대한 긍정적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의대 교육과정을 개편해 학생 연구를 정규과정으로 도입하거나 비정규 과정 또는 장기적인 연구의 참여 기회를 장려하기 위해 대학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한 “전임교수 중 임상 의사에 한해 진료를 병행할 수 있는 겸임 교수제를 기초의학 분야에 적용하면 기초의학 교육 참여 기회가 증가될 것”이라며 “임상 진료와 기초의학 교육 및 연구 병행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이뤄지고, 다양한 교수 트랙제 도입과 교육ㆍ연구ㆍ진료 영역의 업적평가 비중을 유연하게 조정하면 기초의학 진로의 기피 사유인 진로 전환 제약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김 교수는 기초의학 분야의 다른 영역인 의료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료인문학 교육과정은 의학의 학문적 토대를 확장하고 임상의학의 실행을 위한 중요한 영역으로, 의료는 단순히 비즈니스나 복지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 과학에 근거하면서 인문사회적 차원의 실천으로 이행돼야 한다”며 “인간에 대한 식견을 확장하고 삶과 질병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문제, 의학과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의사의 전문직업성과 윤리성을 바탕으로 실존적인 배움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의사가 돈을 벌 수 있는 분과에만 쏠린다는 비난이 오롯이 의사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며 “사회 보편적인 가치로서, 일등만 살아남는 치열한 경쟁과 생존 자원을 획득하는 데 몰두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도 연관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회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의학적 전문성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의료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법률과 제도뿐만 아니라 시민의식의 고양이 필요하며, 의학적 문해력도 향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