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100년이 넘는 의협의 역사상 두 번째로 이루어진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소통 없는 독선과 회장 품위에 맞지 않은 행동, 투쟁파임에도 투쟁에 소극적인 모습이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 속에 의정갈등의 중심에 선 전공의와 의대생의 호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장 김교웅)는 10일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현택 회장 불신임 및 ‘정부 의료농단 저지ㆍ의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을 논의했다.
제1안건인 임현택 회장 불신임안에는 224명의 대의원 가운데 170명(75.89%)이 찬성표를 던져 의결정족수(3분의 2 이상)를 충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었다.
불신임안 통과로 임현택 회장의 직무는 즉각 중단됐으며, 이에 임 회장은 굳은 얼굴로 총회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내부에서는 수 차례에 걸친 막말 논란과 소통 없는 독선 회무, 그리고 투쟁이 필요한 시기에 침묵한 것이 임현택 회장의 탄핵에 주 원이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임 회장이 의사 회원에게 1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것이 알려지면서 탄핵에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은 의료계를 하나로 모아도 힘든 상황”이라며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임 회장은 의료계를 갈기갈기 찢어놓은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임 회장의 언행이나 행실에 대해 회원들이 크게 실망했다”며 “특히 1억원 합의금 논란은 의협회장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격이 떨어진 모습으로, 매우 실망했다”고 힐난했다.
모 의사회 임원도 “임 회장의 불신임으로 노환규 전 회장에 이어 10년만에 안 좋은 사례가 나와 매우 안타깝다”며 “그럼에도 다수의 대의원이 불신임 찬성에 표를 던진 것은 임현택 회장 개인의 언행이 크게 작용했으며, 회원에 대한 협박성 발언이 임 회장의 탄핵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평했다.
특히 임시총회를 앞두고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임현택 회장을 신뢰할 수 없다며, 탄핵을 호소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 외에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89명은 입장문을 통해 임 회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고, 다음날인 8일에는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에서 임현택 의협회장의 불신임안이 통과되길 바란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박단 위원장을 비롯한 전공의들은 의대생들도 임 회장의 불신임을 요구했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이 임 회장의 불신임을 요구한 이유는 이번 투쟁에 있어 어떤 로드맵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나 의대생를 포함한 여러 의사 회원들이 임현택을 뽑은 이유는 투쟁해달라는 것이었는데, 막상 뽑아놓고 보니 최대집 회장보다 더 투쟁을 안했다"면서 "그런 부분에서 배신감을 느낀게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다른 이의 의견을 듣지 않는 임 회장의 독선적인 모습 또한 치명타가 됐다는 지적이다.
전직 의협 임원은 “‘언행을 조심하라’ 등 여러 조언이 있었지만 임 회장은 이를 전혀 듣지 않았다”며 “임 회장이 대의원을 포함한 의협 내 여러 리더 그룹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이것이 바로 직선제로 선출된 회장의 단점으로, 회장이 되면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과잉 상태에 빠지기 쉽다”면서 “의협은 회장이 중심이지만 대의원회, 시도의사회 등 여러 인사들과 함께 이끌어가는 조직으로, 이를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