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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박형욱 교수 "한국 의료, 새로운 사회계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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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박형욱 교수 "한국 의료, 새로운 사회계약 필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4.10.15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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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연구회 월례발표회 발제...“국민 설득해야”

[의약뉴스] 우리나라의 의료를 올바로 세우기 위해 의사와 사회, 의사와 환자간 합당한 사회계약을 정착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의료계가 다른 민주주의 국가의 의료체계에서 보여지는 사회계약을 이해하고, 국민을 설득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단국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14일 서울시의사회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월례 발표회에서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사회계약’이란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박형욱 교수는 14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 발표회에서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사회계약’이란 발제를 통해 의사와 사회, 의사와 환자간 합당한 사회계약을 정착해야한다고 밝혔다.
▲ 박형욱 교수는 14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 발표회에서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사회계약’이란 발제를 통해 의사와 사회, 의사와 환자간 합당한 사회계약을 정착해야한다고 밝혔다.

먼저 박 교수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 의료체계의 기본적인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선, 구조 안에 내제된 의사와 사회 사이에 맺어진 계약을 이해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지난 1847년 미국의사협회가 제정한 전문직 최초의 의사윤리규약에는 이러한 ‘사회계약적 관’점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 의사윤리규약 제1장은 ‘의사의 환자에 대한 의무와 환자의 의사에 대한 의무’, 제2장은 ‘의사 간의 의무’, 제3장은 ‘의사의 대중에 대한 의무와 대중의 의사에 대한 의무’라고 제목이 달려있다”며 “미국 최초의 의사윤리규약은 어느 한 당사자에게 일방적인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닌, 사회계약의 관점에서 서로 상응하는 의무를 설정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의료의 질, 접근성, 가격으로 구성된 ‘건강관리에 대한 철의 삼각’은 의료보장 정책의 딜레마라고 지적다했.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국가들이 공공의료를 추진했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의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것.

국가와 의사의 계약 유형은 ▲공공병원의 피고용인으로서 일하는 근로계약과 ▲자영업자로서 공공의료에 참여하는 계약으로 나뉘는데, 후자의 경우에는 국가(보험자)와 계약을 체결한 이들이 제공하는 의료를 공공의료로 대우한다.

따라서 현재의 의료 상황은 시장실패가 아니라 정부실패임에도 보건복지부는 시장실패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시장실패는 자유방임 상태의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건강보험 수가를 정부에서 결정하는 우리나라에서 필수의료 파탄이 왜 시장실패인가”라며 “중증ㆍ응급, 소아, 분만 등 필수의료의 파탄은 시장실패가 아닌 명백한 정부 실패”라고 질타했다.

실례로 박 교수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의료체계를 가진 영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영국 의료체계의 운영원리를 살펴보면, 모든 국민은 무료로 NHS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진료를 받기 위해선 줄을 서야한다”이라며 “일반의(GP)가 병원 진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 환자는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고,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은 본인 부담으로 민간의료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의 의사(GP 혹은 Consultants)는 NHS에 강제로 동원되지 않고, 본인이 원하면 독립적인 민간병원에서 일한다”며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의료체계는 대체로 영국 의료체계의 모습과 비슷한데, 의료보장의 목적은 국민을 도와주는 것이지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서구 민주주의 국가는 의료보장을 명분으로 다른 국민에게는 보장된 계약의 자유를 의사에게만 부정하고 강제로 동원하는 권력 남용을 저지르지 않고 있다”며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가 자신의 쉬는 시간에 민간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박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으로 ▲강제동원에 의한 건강보험 단일의료체계 ▲교차보조 없이 생존 불가한 강제수가 ▲의사를 불법으로 몰아 넣는 비급여 관리체계 ▲전공의 수련과 경험을 보상하지 않는 불공정 ▲필수의료 이탈의 원인인 과도한 민ㆍ형사책임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는 private sector를 금지하고 민간의사와 민간의료기관을 국민건강보험에 강제 동원하고 있다”며 “환자의 의료이용은 거의 무제한 용인하고, 건강보험재정의 한계와 개인의 선택 때문에 발생하는 비급여 진료 등 온갖 문제점을 의사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등 기이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거대한 교차보조로 운영되는데, 일례로 신경외과 영역에서 뇌혈관 수술 분야는 병원 입장에서는 유지할 수 없다”며 “대부분의 병원은 비급여에서 돈을 벌어 필수의료에 투자해 우리나라 의료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교차보조가 우리나라 의료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급여를 오로지 악의 축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따라 모든 의사가 건강보험에 강제로 동원되고, 결국 강제로 모든 의사의 진료수가가 동일하게 규제되면서, 전공의 수련에 대한 노력과 의사로서의 오랜 경험이 전혀 보상되지 않고 있다”며 “영국은 NHS 소속 전문의든 GP든 NHS 진료를 하다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정부가 배상하고, NHS 진료를 하는 의사에게는 연금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의 급증과 초저출생이라는 인구학적 변화, 그리고 의료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의료보장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료정책은 상호모순적일수도 있는 목표를 추구해야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의료보장을 제공하면서도 국민의료비의 급증을 막아야 하고 동시에 환자 개인의 선택과 최선의 의료를 보장해야한다”면서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며, 동시에 우리나라 의료의 발전을 위해 의사와 사회, 의사와 환자 사이에 합당한 사회계약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나라 의료가 왜곡된 이유는 정부가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정책을 강요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상호간 권리와 책임이 존중되는 사회계약을 정착시키지 않고서는 의료가 바로 설 수 없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우리나라 의사는 다른 국민이 누리지 못한 특권을 요구해선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현재 민주주의 국가의 의료체계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의사와 사회 사이의 사회계약을 이해하고 국민을 설득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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