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응급실 의사들이 오는 추석 연휴를 두고 긴장하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정 갈등으로 응급의료 붕괴가 현실화 됐고, 무엇보다 응급실 최후의 보루였던 전공의 마저 현장을 떠난 상태에서 민족 최대 명절을 맞이하게 됐기 때문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앞으로 다가올 추석 연휴가 응급실 붕괴의 최대 고비라고 입을 모았다.

경상북도 김천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명절 연휴는 평소에도 평일 보다 3~5배 정도의 환자가 몰려서 위험하다”며 “이번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환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진들이 한정된 시간 안에 볼 수 있는 환자는 제한돼 있어 누군가는 제 시간 하에 진료를 보지 못해 사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119 이송환자는 아무 병원에서도 수용할 수 없어 소위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엠뷸런스 내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현재도 119 구급대원분들에게 상황을 들어보면 심각하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엠뷸런스 안에서 토혈하면서 혈압이 낮아져 곧 심정지가 올 만한 환자도 수용해줄 수 없는 병원이 없다”며 “엠뷸런스를 세워놓고 수용해 줄 수 있는 병원을 수배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지난달 열린 응급의학의사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추석 연휴 때 더 난리날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전공의 없이 추석을 맞은 경우가 없어서 두려운 마음”이라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벗어나면 어떻게 할지 감도 안 온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응급의학과전문의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개인의 참을성에 달려있는 것 같다"면서 "한계는 이미 지난 상황으로, 당장 저조차 언제까지 버틸 수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추석 응급의료체계 유지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는 추석명절 전후인 9월 11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을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지정하고 응급의료에 대한 집중 지원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일 브리핑에서 전체 409개의 응급실 중 99%인 406개소는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으며 6.6%에 해당하는 27개소만 병상을 축소ㆍ운영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일각의 주장처럼 응급실 근무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응급실에 근무하는 전문의ㆍ일반의ㆍ전공의를 포함한 총 의사는 평시 대비 73.4%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의료기관에 인력을 긴급 배치하겠고 밝혔다.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이달 4일 군의관 15명을 배치하고, 9일부터는 8차 파견될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응급실 등을 중심으로 집중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대책에 연일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추석명절을 앞두고 응급의료의 큰 위기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정부에서는 문만 열고 있으면 정상이라며 국민을 속이려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의 체면을 살리고자 하는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들은 어떻게든 문 닫는 것만 막아보려는 억지스러운 업무명령과 민간의료기관을 겁박해 문을 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례로 강원도의 한 권역응급의료기관은 전공의들이 사직한 뒤 급격히 늘어난 업무량으로 인해 전문의들이 정상적인 근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24시간 근무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협박과 겁박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야간에 문을 닫기로 결정했지만, 추석명절에 문제없어야 한다는 용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24시간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며 “연휴기간 응급실을 운영해야 한다며 병ㆍ의원들에 내려온 공문에도 연휴기간 자발적 참여라고 하지만 불응할 경우 현장조사와 고발을 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도 “대한민국 의료 현장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정부 발표와 다르게 이미 많은 응급실이 정상적인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추석을 기점으로 응급진료가 안 되는 질환이 더욱 증가하고 응급실을 닫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비상진료체계가 잘 돌아가는 상황이냐”고 힐난했다.
이에 더해 대한의사협회는 “복지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등 군의료와 지역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인력들을 위험기관 중심으로 배치한다고 했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군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군의관들이 복무 중인 부대를 떠나고,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가 근무지를 떠나면 그 공백은 막을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주먹구구 땜빵식으로 정책을 강행한 탓에 이미 망가지고 있는 응급의료는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며, “응급의료의 붕괴로 인해 우리나라의 의료 또한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역설했다.
이에 “정부가 진정 의료붕괴를 막기 원하면, 실효성이 없고 국민을 거짓 선동하는 비상진료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즉, 온 국민이 우려하는 일방적인 의대증원을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의료계와 합리적인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