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최근 대법원 판결로 인해 설명의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제시됐다. 해당 판결의 의의를 살펴보면, 설명의무는 환자의 눈높이에서, 환자의 언어로 충분히 설명하고 숙고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법무법인 문장 동방봉용 변호사는 최근 대한병원협회지 ‘병원’에 기고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 형성을 위한 설명의무에 관하여’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에서의 설명의무는 대법원 판례 이론을 통해 형성돼 오다 지난 2016년 12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의료법에서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으나, 대법원 판례는 수술 시에만 한정하지 않고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각각 발생한다고 하기에 의료법상 규정은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방 변호사는 “임상현실에서 법리상 정당성의 부여를 논하는 것 이상으로 환자와 의사 사이에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 있어 소통은 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환자의 눈높이에서 환자의 언어로 상세하고 충분히 설명하는 경우, 환자는 의사를 신뢰하고 따르게 된다”며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뢰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나는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줘야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동방 변호사는 지난 2022년 선고된 대법원 판결이 설명의무와 관련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환자 A씨는 B병원에서 척추협착증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는데, 의료진은 A씨의 보호자에게 수술 전 검사에서 경동맥 및 심장 초음파검사 결과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에 비해 뇌졸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걸 설명했다.
수술 후, A씨는 자발적으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고 좌측 상하지 근력이 저하됐는데 CT검사 결과, 뇌경색이 발견돼 다른 병원으로 전원 됐다. A씨는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 2심 모두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설명의무와 관련해 A씨에게 숙고를 거쳐 수술을 결정했는지 여부를 심리해야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돼야 한다”며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A씨에게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수술 전 평가를 수술 당일 10시 30분경 설명하고, 11시 10분경 마취를 시작해 수술이 시작됐다는 점을 비춰보면, A씨가 수술에 관한 위험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수술에 나아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의사들의 설명과 이 사건 수술 사이에 적절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A씨가 숙고를 거쳐 수술을 결정했는지 여부를 더 심리해야한다”고 판시했다.
동방 변호사는 “해당 대법원 판결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설명의무를 이행해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보다 환자의 생명보호하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과 같이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의료행위의 위험성과 긴급성의 정도, 의료행위 전 환자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ㆍ구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게 동방 변호사의 설명이다.
동방 변호사는 “임상에서 짧은 진료시간 안에 환자에게 모든 것을 세세히 설명하고,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한 시간적 여유까지 충분히 보장해야한다는 건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환자는 질병을 치유할 목적으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며 불확실성에 기댄채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고 전했다.
또 “의료진이 경과관찰을 충분히 하고 있어도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환자의 심리로, 당장 내가 아프고 힘든데 의사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환자를 이해하고 설득하는데 가장 좋은 수단은 당해 의료행위를 하면서 환자의 눈높이에서 환자의 언어로 상세하고 충분히 설명하고,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은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한다는 것을 판시했다는 점에서 다른 판례와 결을 달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아가 그는 “임상현실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소통, 그 전제로 충실한 설명의무 이행은 상호 신뢰를 형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환자와 의사 사이의 소통을 통한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면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