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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 건강한 의사 만들 시스템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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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 건강한 의사 만들 시스템 고민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4.08.08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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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의학회 기고..."의사의 젊음ㆍ건강 착취해 유지" 일갈

[의약뉴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의사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야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의사의 젊음과 건강을 착취하며 아슬아슬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 뉴스레터’에 ‘건강한 의사를 만드는 의료시스템을 고민할 때다’라는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정희원 교수.
▲ 정희원 교수.

정 교수는 “의사들은 고된 의과대학 학부 과정과 수련 과정을 통해서 스트레스와 과로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노화를 가속시키고 만성 질환을 부르는 좋지 않은 생활습관에 익숙해 있다”며 “근면과 성실, 불굴의 의지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사회 문화 속에서, 최소한의 잠과 휴식을 챙기려는 노력은 게으르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폄훼되는 경우마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화 속도나 수명에 큰 영향을 주는 자기 돌봄 요소들인 수면, 식사, 신체활동, 음주, 흡연, 스트레스, 긍정적인 사고방식, 건강한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전반적으로 건강한지 여부는 중년을 기준으로 20년 이상 수명 차이를 만들어 낸다”며 “충성스러운 바이탈과 의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포기해야 하는 요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전혜진 교수의 연구에서 지난 2016년 의사의 암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3배 정도 높았다.

2000년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유승흠 교수의 연구 역시 의사 평균 수명이 일반인에 비해 짧다고 보고했다.

이에 정 교수는 “의사의 건강은 개인 문제를 넘어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심각한 경우 의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그는 미국에서 발생한 리비 시온(Libby Zion) 사건을 거론했다. 18세 시온이 병원에서 약물 사고로 사망한 사건으로, 진료에 참여한 수련의들이 과로와 피로로 인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레지던트 의사들의 근무 시간을 제한하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정 교수는 “미국 전공의 1년차는 최대 16시간을 초과해 연속 근무를 할 수 없으며 2년차는 연속 근무를 24시간 이하로 제한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전공의는 법적으로 36시간 연속 근무가 당연시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리비 지온의 아버지 시드니 지온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36시간 연속근무를 한 사람이 정상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유치원도 다니지 않아도 당연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의료진의 자기 돌봄과 인지기능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30년 이상 뒤처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한국 의료 환경에서는 의사들이 자기 돌봄을 실천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특히 생명을 다루는 필수 의료 영역에서는 저수가와 왜곡된 자원 배분 문제로 인해 의사들이 충분한 휴식과 자기 관리를 하기 어려운데, 이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사들의 건강에도 큰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단순히 의사 수가 부족해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도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살펴 들어가면 결국에는 의료 시스템 내에서의 자원 배분 문제, 우리 사회의 워라밸을 바라보는 마인드셋, 일종의 폰지 구조가 되어 버린 상급종합병원의 커리어 시스템 등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의대 정원 문제로 시작된 여러 일들이 의료계를 뒤흔들고 있는데, 수많은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는 귀중한 기회”라며 “그동안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의사의 젊음과 건강을 착취하며 아슬아슬하게 굴러갔는데, 이제 건강한 의사를 만들 수 있는 의료시스템으로 어떻게 변모할지 고민하기에 좋은 순간”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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