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의)의 복지부 장관 지정 위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에선 전공 위원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 해명했지만, 의료계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 일축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수평위 위원 가운데 정부 측이 지정하는 위원 수를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수평위는 전공의 수련 정책과 제도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복지부에 설치된 심의 기구로,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할 수 있다.
현재 수평위는 대한의사협회 3명, 대한병원협회 3명, 대한의학회 3명 등 의료 관련 단체에서 추천하는 위원 9명과 수련환경 평가에 관한 전문가로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위원 3명, 복지부 당연직 위원 1명 등 총 13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수평위의 전문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을 현행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단 위원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수평위는 정부와 병원 입장을 대변하는 기구가 아닌 독립적 기구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공의 위원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평위 장관 지정 위원 증원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2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복지부 권병기 필수의료지원관은 “정부는 수평위 전공의 위원을 확대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총 13명의 수평위 위원 중 현재 2명인 전공의 위원을 확대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전공의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의 해명에도 의료계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는 23일 성명을 통해 "눈 가리고 아웅식의 수평위 위원 구성으로 전공의와 의료계를 우롱하고 있다"면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의협은 “그동안 복지부는 각종 발표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전공의들에게 정부를 믿고 수련병원에 복귀할 것을 종용했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이고 전공의들을 복귀하도록 꾀어내기 위한 속내가 있었다는 걸 만천하에 인정하게 됐다”면서 “전공의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구성된 수평위를 거수기인 정부 인사들로 구성하려는 복지부의 위선적 행태는 전공의들을 속이고 우롱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수련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수평위가 독립적인 기구가 되도록 전공의 추천 위원 비율을 늘려, 전공의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의협은 “복지부는 모순된 행보를 중단하고 수평위에 전공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해야한다”면서 “협회는 전공의 특별법 시행 취지에 맞는 전공의의 근무여건 및 처우, 교육환경 등에 대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개선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단 위원장도 정부의 해명을 기망행위라 일축했다.
박 위원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특별법을 살펴보면, 제15조 제3항 제3호 ‘전공의 대표자’와 제15조 제3항 제6호의 ‘전문가’는 분명히 구분돼 있다”며 “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것은 전공의 특별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6호 3명을 5명으로 개정한다는 것으로, ‘수련환경평가에 관한 전문가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자’를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진정으로 전공의 위원을 늘리고자 한다면 전공의 특별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3호를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주장으로, 다시 말해 '의사회에서 추천하는 전공의 대표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그는 “전공의 위원을 2명만 늘릴 것이 아니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구성을 전면 개편해 전공의 추천 위원의 비율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