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업계에서 ‘매출 1조원’은 꿈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까지 40여년째 업계 매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동아제약이 지난해 올린 전체 매출액은 고작(?) 5,336억원에 불과했다.
굳이 다른 산업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매출 1조원’이 국내 제약사들에게 꿈으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에게 ‘매출 1조원’ 달성은 가장 큰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
매출 1조원이라는 가시적 성과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매출 1조원 달성은 지금까지 국내 내수만을 위주로 하던 국내 제약사에게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충분조건이자, 세계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가 매출 1조원 제약사 탄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꿈을 이루는 제약사는 언제쯤 탄생할까. 또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를 위해 국내 제약업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제약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의약뉴스 창간 4주년 특집 기사로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매출 1조 달성 제약사 탄생, 2010년 가시화
우선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1조원 달성이, 이르면 2010년쯤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후보들로는 부동의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동아제약을 비롯해,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등 업계 선두권 업체들이 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위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매출 1조원’ 선점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르면 오는 2010년쯤 국내 제약업계에도 ‘매출 1조원’을 올리는 제약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이어 “1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과 글로벌 기업 환경으로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1조원 매출 선점은 동아제약을 중심으로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동아제약 선점 유리, 한미·유한등 추격
우선 동아제약은 효자품목인 ‘박카스’ 매출이 여전히 부진한 편이지만 매출하락세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전망이고, 최근 1년 넘게 처방약 시장에서 20~30%대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는 등 전문의약품 시장으로의 빠른 영역확대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12월 출시한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는 출시 1분기 만에 판매량에서 21%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50억원 정도. 현재 미국 FDA에서의 임상2상 진행을 계기로 2009년 해외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동아제약의 새로운 주력 품목으로 성장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또한 천연물 신약 스티렌도 국산 신약의 최초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열며 올해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국내 제약업계의 가장 큰 성장동력인 제네릭 시장에서의 강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주력 품목도 국산 처방약 가운데 지난해 처음 400억원의 매출을 넘긴 아모디핀을 비롯해 개량신약이 전면을 차지한다. 이와 함께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처방약 시장에서 최근 1년 넘게 1위를 고수하면서 얻은 자신감과 영업력도 강점이다.
이와 함께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비만치료제 시장을 겨냥해 만든 슬리머가 식약청의 최종 허가를 앞두고 있다. 또 2007년부터는 신약도 출시돼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공장과 연구소를 신축한 유한양행은 이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등 경쟁력 강화와 성장동력 다각화 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소화기 궤양 치료제 ‘레바넥스’는 단일품목으로는 이례적으로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까지 기대돼 유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기존 에이즈 치료제 원료인 FTC 수출 증가도 향후 고속 성장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오는 2010년을 ‘매출 1조원’ 달성의 해로 잡고, 비전중심의 사업발전전략과 인프라 확충 등을 포함한 기능강화전략을 세워놓은 상태다.
이밖에 녹십자, 중외제약, 대웅제약, 종근당, LG생명과학, CJ, SK케미칼 등도 ‘매출 1조원’ 경쟁에 뛰어들 만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미 FTA-포지티브制등 환경변화 변수
하지만 최근 업계 전반을 휘몰아치고 있는 한미 FTA, 약가 적정화 방안 등 약업 환경의 변화가 ‘매출 1조원’ 시대 개막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미 FTA와 포지티브 제도를 포함한 약가 적정화 방안 등 최근 예고되고 있는 일련의 환경변화는 업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 또한 ‘1조원’ 매출 선점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업체간 M&A 등 구조개편 움직임도 매출 1조원 제약사 탄생에 앞서 주시해야 할 변수 중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업계 매출 1조원 선점 경쟁이 순수 매출액 증가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M&A가 빠르게 가시화될 경우 이를 통해 업계 판도가 크게 뒤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신약개발 진전, 규제강화에 따른 차별화, 제네릭시장의 경쟁 격화 등 장기적으로 업계 구조재편을 촉발할 수 있는 여건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한 업계 차별화는, 업체간 M&A 환경의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